몽환타지를 플레이하시겠습니까?

기름이 잔뜩 지고 더럽게 자란 턱수염을 한 남자가 소파에 옆으로 누워 게임판타지 소설책을 보고 있었다.
백수로 보이는 남자는 따분하다는 얼굴로 하품을 하는 순간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놈아! 그렇게 일이 없으면, 돈 좀 구해와라!”
“바빠요. 책 잃잖아요, 어머니.”
“거루!”

거루. 캥거루 족에서 따온 그만의 명칭으로 본명은 한일성이다.
캥거루 족이란 이른바 부모의 아래에서 죽치고 자라가는 백수를 말하는 것으로 [거루]라는 명칭은 한일성에게 너무나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거루는 자신의 어머니가 계속 야단치자, 밖으로 나갔다. 자신이 잃던 책을 들고서.
밖을 나온 거루는 그가 자주 애용하는 책방으로 향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거루를 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거루의 후배로 예전에 많은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과거에의 거루는 학점이 좋았고, 여러 가지 무술에도 재능을 보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그 중 한명이 책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때? 신간 나왔어?”
“형. 이제 이것만 잃으면 이곳의 판타지관련 책은 다 읽으시는 거예요.”
“벌써? 신간은 없고?”
“어제 빌려 가신 책이 신간이었어요.”
“그래? 나도 참 대단하네.”
“자랑할 말한 일이 아니잖아요, 형.”

거루도 자책하고 있는 것인지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았다. 머리가 너무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책을 빌리고 말았다. 바꾸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어려운 것인지, 집에 안 가고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책을 잃었다.
그리고 공허는 눈으로 책을 덮었다.

“뭐하는 거지?”

의심이 들었다.

“하아, 생을 다시 살고 싶다.”

그 순간 스스륵 눈이 감겨졌다. 그리고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

2200년. 가상현실게임이 발전하면서 [몽환타지]가 순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유는 심플하면서도 기발했는데, 보통 게임을 시작할 때 처음에 고르는 종족은 인간, 엘프, 고블린, 오크였다. 그러나 [몽환타지]는 달랐다.
인간을 제외한 엘프, 고블린, 오크가 없었다. 대신 다른 종족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밖에도 다른 게임에는 없는 몬스터들도 존재하였다.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심플하면 심플한 [몽환타지]가 재빨리 인기를 얻은 이유였다.

[몽환타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의 설명을 듣겠습니까?]

여기 한 소년도 몽환타지를 하기 위해 게임에 접속하였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나타나는 도우미가 나타나서 물었다. 거루는 고개를 저었다.
분홍머리에 푸른 눈. 쇠골까지 내려간 옆머리와 반듯하게 깎인 뒷머리 그리고 배꼽이 드러난 소매 없는 하얀 조끼와 허벅지가 드러난 속옷 같은 하얀 청바지.
거루는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접하는 뇌파입니다. 캐릭터의 이름을 결정해 주시겠습니까?]

띠링! 알림음과 동시에 전자창이 떴다.

「이름: 무. 레벨: 1. 경험치: 00.0%
종족: 무. 직업: 없음. 직위: 평민.
칭호: 없음.
출혈: 무.
마나: 무.
체력. 무.
-스텟-
힘: 0. 민첩: 0. 지능: 0. 지혜: 0. 행운: 0.
포인트. 0.」

“이름은 거루라고 하겠어.”

이름: 무. 에서, 이름: 거루로 바뀌었다.

[종족을 결정해 주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인간//밴딩//인 라이플//요정//카라] 라는 선택창이 나타났고 클릭하자 그 종족을 결정할 시 자신의 모습과 스텟의 상태를 보여주었다.
역시 가장 무난한 것은 인간이었다.

“인간.”

종족: 무. 에서, 종족: 인간으로 변경되었다.

[어느 도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초보자가 가장 많이 선택하면서, 수련장이 있고, 마법도서관이 있는 그런 도시는 없어?”
[판도라 도시를 추천하겠습니다. 판도라로 결정하시겠습니까?]
“그래, 결정.”

거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했다.

“저기, 혹시 나해서 묻는 건대 감도설정은 어떻게 되어있어?”
[그것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플레이어의 안전상 감도 5%가 설정되어있습니다. 5%이상은 도우미인 저와의 허락을 맡아야합니다.]
“그냥은 못 올리나?”
[플레이어의 안전이 걸린 일이니 아무 조건 없이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거루는 납득을 하면서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런대, 거루 님.]
“왜?”

도우미는 눈을 반쯤 감으며 싸늘한 음색으로 말했다.

[그 음흉한 눈빛은 그만두시면 좋겠습니다.]

도우미를 어떻게 보든 욕을 하든 상관없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성욕으로 풀든 폭력을 휘두르든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플레이어에게 불만을 가지게 된다면 게임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도우미에겐 반항할 권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우미는 최고의 화풀이용이자 성욕을 처리하는 변기였다.
하지만 그런 도우미에게도 약간의 방어책이 있다. 그것은 싸늘한 부탁 한 마디.

“미, 미안.”

하지만 거루는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에 도우미의 동공이 커졌다.
[몽환타지]의 도우미는 모두 기억이 공존되어 있다. 데이터가 이어졌기에 현재, [몽환타지]의 도우미들이 충격과 감동을 먹었다. 동시에 거루의 도우미를 부러워했다.
진심이 담긴 미안하다는 말도 죄책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는 일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거루는 게임을 시작하며 빛의 알맹이와 함께 떠나갔지만 그 자리를 손으로 만지려고 수영을 하듯 물속에서 잡히지도 않을 공기방울을 노리듯 도우미는 의미 없는 행동을 하였다.
기억을 몸을 행동을 고통을 감정을 공유하는 [몽환타지]의 도우미들은 안타까워 했고, 그 흐름은 폭포가 되었다.

[거루 님…….]

자신의 주변을 돌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며 눈을 감고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시작되는 기다림이라는 [기대감]을 품으며.

+++

호박 빛이 퍼지며 분수대 앞에 거루가 나타났다. 척 보기에도 초보자라는 행색인 허름한 상의와 바지 그리고 낡은 신발.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뒤에서 느껴지는 분수대의 물 튀는 감촉과 시원함의 기운이 정신을 일깨웠고, 코에서 느껴지는 빵 냄새와 과일냄새, 가죽냄새가 생생하게 맡아졌다.
피부에 느껴지는 입으로 느껴지는 밤공기의 감촉과 신선함에 현실이 아닌 게임이라는 사실을 자각했고, 바로 가방을 열었다.
게임이 생성하면 어느순간 매여진 보따리 같은 가방을 열어보았다. 세 개의 빵과 가죽물통이 있었다.
몽환타지 게임사이트의 게시판에 본 글을 기억해내며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기억해 낸다.

[처음 접속하는 초보자 용 호밀빵]
처음 접속하는 초보자에게 주는 빵이다.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
효과: 호밀빵은 가장 싼 보리빵을 다섯 개를 구할 수 있다.
팁: 공복을 회복시켜준다. 거래가 불가능하다.

빵의 정보다. 마지막으로 물통의 정보.

[처음 접속하는 초보자 용 물통. 내구도 10/10]
설명: 초보자에게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하는 물통이며, 처음 접속하는 초보자에게 주는 물통이다.
효과: 낮은 물통은 물을 담고 7일 후에는 물이 썩기 시작한다.
팁: 내구도가 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물을 반복적으로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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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27 05:25 | 조회 : 1,891 목록
작가의 말
nic92503455

해킹이라는 건 짜증납니다. 이전 이이디를 다시 찾고 스텟 마스터를 연재하고 싶은데 세상은 저를 돕지 않았습니다. 저의 절반은 제가 귀찮다는 이유로 넘어가서이기는 하지만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전 스텟 마스터와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제가 모드 같이 쓴 것이니 오해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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