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다는 서은에겐 영원이었다. 서은은 그런 바다에게로 천천히 한 걸음 씩 다가갔다. 바다는 마치 서은을 놓치고 싶지 않은 듯 서은의 몸을 감싸며 더 깊은 곳으로 서은을 끌어당겼다. 서은은 그런 바다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더더욱 바다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서은의 몸 구석구석까지 물이 빨아 당기는 기분이었다. 서은의 코까지 물에 잠겼을 때쯤 서은은 공포를 느꼈다. 서은은 그러나 최대한 개의치 않으며 더더욱 바다의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이제는 발도 닿지 않았다. 서은은 몸에 최대한 힘을 풀고 바다가 자신에게 주는 이 모든 것을 만끽했다. 두려움과 고통이 찾아오고 이제는 이겨낼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졸음이 찾아왔다. 서은은 여기서 잠들면 두 번 다신 햇빛을 보지 못할 것이란 걸 직감하였지만 서은은 바다의 부름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바다의 서은에겐 영원이었고 서은은 이러한 영원이라면 영원히 잠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느 덧 서은의 눈은 천천히 감겼고 서은은 마지막으로 일렁이는 저 광활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젠장할...”

서은은 눈을 뜨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드디어 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또 다시 눈이 떠지고 말았다. 그때 누군가가 서은에게로 다가왔다. 서은은 또 시답잖은 위로나 건내 줄 구급대원이라고 생각했다. 서은이 그러한 생각을 하며 인기척을 향해 고개를 들자 가장 먼저 보인 건...어...물고기!

“안녕”

서은은 다급히 고개를 올려 형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사람이었다. 그럼 그렇지 물고기는 무슨 물고기 서은에게 인사를 건넨 존재는 금발의 긴 생머리, 짙은 쌍커풀과 높은 콧대, 조각한 듯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어깨는 여자치고 넓은 편이었고, 팔은 여리여리 해보였지만 잔 근육들이 있어보였고 피부는 희고 고았다. 다리 역시 아름다운 비늘로 덮여....가 아니지 뭐? 비늘? 서은은 눈을 비비고 몇 번 뺨을 쳐보았다. 서은은 그러는 동안 이상한 괴생명체는 서은을 빤히 쳐다보았다.

“안녕, 일어났어?”
“으아아악”

서은은 비명을 질렀다. 빨리 도망가야겠다. 꿈이라면 빨리 깨면 좋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서은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서은의 다리역시 물고기의 꼬리처럼 비늘로 덮여있었다.

“하하, 너 엄청 활발하구나?”
“으으아, 오지마, 너 나한테 뭔 짓을 한거야?”
“무슨 짓이라니? 난 아무 것도 안했어. 너가 했잖아”
“내가 하긴 뭘 해?”

서은은 경악하며 소리치다 이제는 울 것 같은 눈으로 괴생명체를 쳐다보았다. 괴생명체 역시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은을 쳐다보았다.

“너같은 인간들은 다 그러더라, 항상 우리보고 자길 어떻게 한거냐고 물어봐. 이상하지? 자기가 뛰어들고선...너도 너가 뛰어든 거 아니야? 이유가 뭐든 그 세상에서 단 한순간도 숨을 쉬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너도 바다의 부름을 외면하지 않았던 거잖아. 아니야? 왜, 죽고나선 뭐 삶의 공을 치하하는 아름다운 천국이나 지옥, 무(無) 뭐 그런 거라도 생각했어? 저런 그랬다면 안타깝네...그게 너의 죽은 후의 모습이야. 물에 빠져 죽었으니 물귀신 뭐 그런거지.”

이상한 괴생명체는 한참이나 아름다운 입술로 설명을 늘어놓았다. 정리하자면 서은은 물귀신이 된 것이다. 단지 형태가 흔히들 말하는 인어의 모습일 뿐

“그럼 그 쪽도 물귀신이에요?”
“아니 나는 인어, 너는 물귀신”
“둘이 뭐가 다른데요?”
“난 이렇게 태어난거고 넌 너가 그렇게 만든거고”
“그럼 전 죽은거에요?”
“그렇지, 근데 안죽었지”
“왜요?”
“나도 몰라? 원래 바다라는게 원체 변덕이 심하잖아, 그래도 그 모습인 걸 다행으로 여겨 뭐 심해생물로 태어났어봐 빛도 못보고 온 몸에 따개비만 다닥다닥 붙은 삶보단 좋잖아?”
“그럼 전 바다의 변덕으로 이렇게 된거에요?”
“일종에 그런 샘이지, 그리고 너 이제 안죽어”
“예?”
“그러게 왜 바다에서 죽었어, 너를 원망해”
“그게 무슨”
“받아들여, 말했잖아, 원래 바다는 변덕이 심하다고. 그리고 너 언제까지 그 듣기싫은 존댓말 할거야?”

인어는 사람 좋아보이는(사람은 아니지만) 웃음을 하며 물었다.

“몇 살이신데요?”
“몰라, 기억도 안나. 하도 오래 살아서, 근데 어차피 너도 이제 나만큼 살거잖아. 죽지도 않고 그냥 반말해”
“아, 응.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오, 이런 우리가 아직 통성명도 안한 사이였나? 난 비량이야. 구려도 이해해. 몇 백 어쩌면 몇 천년 전 이름일테니”

비량은 과한 리액션을 해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서은은 천천히 몸에 힘을 주어보았다. 다리가 아닌 꼬리란 매우 움직이기 힘들어보였다. 비량은 그런 서은을 보며 30분만 그러고 있어도 잘 돌아다닐 것이라는 참 도움이되는 조언을 해주었다.

0
이번 화 신고 2022-10-20 22:41 | 조회 : 392 목록
작가의 말
괇둛팕

바다라는 것에대한 제 모든 상상력을 담아 만든 첫 작품입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