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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은 알 수 없는 곡조를 흥얼거리며 청소를 하는 비량을 빤히 쳐다보았다. 죽기위해 바다에 빠져들었으나 영원히 죽을 수 없다니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다. 게다가 이 물고기 다리는 뭐란 말인가. 그렇다고 나를 구해줄 왕자가 나타날 줄 일도 없다. 그딴 일을 바라기엔 서은은 이미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서은은 대충 자리를 잡고 둥굴게 몸을 말았다. 잠이라도 자고 싶었다. 서은은 제발 깨지 않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

“어, 자나보네...?”

비량은 그런 서은을 빤히 쳐다보았다.

서은은 바닷가의 외딴 집에서 태어났다. 풍족한 집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였다. 서은의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서은은 아직도 기억한다. 간식을 먹고 있던 서은을 뒤로하고 미친 듯이 화장실로 뛰어가 토를 하던 서은의 어머니를, 서은은 처음으로 어머니가 한없이 약해보인다고 느꼈다. 그렇게 서은의 가족은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도시로 올라왔다. 서은은 그렇게 바다와 작별을 고했다. 서은의 집은 도시로 올라오고 나서 훨씬 좁아졌다. 도시의 집값과 바닷가의 외딴 집은 당연히 천지차이였고 어머니의 병원비를 감당할 만큼의 돈 역시 없었다. 그렇게 서은의 집은 가난에 허덕이며 살게 되었다. 그래도 서은의 아버지는 서은과 자신의 아내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죽기 전까지는... 그녀는 아버지의 수많은 걱정을 뒤로하고 어느 날 새벽 중환자실에서 눈을 감았다. 서은의 아버지는 그날 모든 것을 놓았다. 서은은 그날부터 부모의 사랑을 바랄 수 없었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서은은 안타깝게도 몸이 좋지 못했다. 서은이 막 중학교에 입학하였을 쯤에 서은은 이미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그래도 서은은 악착같이 버텼다. 서은이 쉬는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있을 무렵 그녀의 담임선생님께서는 헉헉 거리며 서은을 찾아왔다. 서은은 그날 아버지를 잃었다. 자살이었다. 서은은 자신의 부모가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이제 고작 중학교 3학년이었다. 그녀는 그 나이에 자신의 모든 울타리를 잃었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3일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어린 날의 바다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 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렇게 그녀의 모든 것을 놓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 후였다. 서은이 눈을 뜬 시각은 4시였다. 아직 까마득한 새벽이었다. 서은은 뭔가에 홀린 듯 주섬주섬 교복을 입었다. 그리고 아끼던 무채색의 지갑을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지갑에는 10만 원이 들어있었다. 서은이 집에 왔을 때 그녀의 아버지가 봉투에 편지와 함께 넣어둔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집에서 나왔다. 24시 편의점에 들려 교통카드에 만 원을 충전하였다. 막상 아무렇지 않게 나왔지만 할게 없었다. 서은은 동네 놀이터에 가 그네에 주저앉았다. 아직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며 오늘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10분 정도 생각하다 이네 생각하기를 그만 두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틀어놓았다.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어느 새 해가 뜨고 있었다. 그녀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머니를 뒤적여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여전히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평소처럼 따라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서은은 지하철 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타고 타고 환승하고를 반복했다. 어느새 9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폰에는 수많은 연락이 찍혀있었다. 서은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곤 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하염없이 걷다보니 바다가 보였다. 그래 바로 그 바다였다. 서은은 왜 인지 눈에서 눈물이 날 것 만 같았다. 서은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살짝 살짝 발도 담가보았다. 시내와 먼 외각이어서 그런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렸을 적 살았던 집은 사라졌지만 서은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저 멀리 수평선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서은은 바다로 천천히 한 걸음 씩 다가갔다.

얌전히 잠을 자던 서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비량은 슬픈 꿈을 꾸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서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비량은 서은에게 수많은 관심이 생겼다. 이 바다의 부름을 거절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렇게 관심이 생긴 아이는 서은이 처음이었다. 비량은 죽지도 않는 적적한 삶에 제법 좋은 말동무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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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0-21 22:44 | 조회 : 350 목록
작가의 말
괇둛팕

서은의 과거사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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