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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은 환상적인 첫 헤엄을 마치고 다시 천천히 비량의 거처로 돌아왔다. 비량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왔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
“아...응”
“빨리 앉아서 뭐라도 해.”
“응?”
“여기선 뭔가 취미를 찾는 게 좋아. 안 그럼 미쳐버릴걸?”
“아....그럼 네 취미는 뭐야?”
“난 액세서리 만들기”
“우와, 여기서 그런 것도 만들 수 있어?”

서은은 제법 상기된 목소리로 비량에게 물어보았다.

“당연하지, 바다에는 보물이 많아.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바다에 보물을 버렸지. 자의든 타의든.... 난 너도 그 보물 중 하나라고 생각해. 딱 맞는 부속품들을 찾지 못해 버려져 버린 원석. 그런 보석을 발견해 빛나게 만드는 건 언제나 즐거운 법이지.”

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개껍데기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는 비량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비량의 눈은 참 컸다. 얼굴은 작은데 눈은 너무나도 커서 꼭 옛 일본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인제 보니 얼굴이 그렇게 신비스러워 보였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눈동자가 정말로 청아한 보석 같았다. 누구였지...미술수업 시간에 잠만 자 누군지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중세시대의 유명한 조각가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조각한 조각품에 아름다운 보석들로 치장해 놓은 것처럼 생긴 존재가 자신에게 보석이라 한다니 가진 자의 여유인 건가 싶었다. 액세서리 만들기가 취미라 그랬나? 얼굴이 화려해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비량이 차고 있는 반지나 목걸이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화려했다.

아까 그렇게 잤는데도 눈이 감겨왔다. 내 눈이 깜빡깜빡 잠기는 것을 본 비량은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피곤하면 자, 자는 것도 좋은 취미지.” 어쩐지 비량의 말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처럼 들린 서은은 눈을 번뜩 떴다. 그러자 비량은 정말로 재밌다는 듯 웃었다.

서은은 천천히 일어나 집을 그러니까 비량의 잠깐의 보금자리를 자세히 둘러보았다. 정말로 쓰레기 천지였다. 어쩐지 취미를 청소로 정해야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더러운 곳에서 사는 것은 정말로 싫었기 때문에 서은은 천천히 꼬리를 움직이며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30분 동안 청소만 하니 허리가 아파져 왔다. 천천히 상체를 들어 비량을 보자 비량은 어느새 목걸이를 다 완성한 듯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조개와 씨 글라스(Sea glass : 바다에 버려진 유리가 깨지고 풍화되어 형성된 유리 조각)들로 이루어진 목걸이였다. 비량은 완성된 목걸이를 만족스럽게 쳐다보더니 서은에게 건네주었다.

“자, 너 가져.”

당황스럽다는 듯 쳐다보는 서은을 보며 비량은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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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11 14:38 | 조회 : 25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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