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 인간과 숲과 수인





제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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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숲과 수인


정확히 말하자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산을 올라 치료제를 구해 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누구라도 겁을 먹을 상황임에도 화양은 확신에 차 대답했다.

“……그래. 난 이제 항상 도움만 받던 과거의 내가 아니니까.”

위험할 걸 알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짓는 화양을 보며 도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양은 근처 바위에 발을 디디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빽빽이 숲을 채우는 나무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고 넘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처럼 손발의 움직임을 아끼지 않았다. 싱그럽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바람이 그녀의 볼을 스쳐 뒤로 뻗어나갔다. 멈출 줄을 모르는 비는 계속해서 화양에게 쏟아 내렸고, 머리카락과 옷, 신발 모든 건 비에 쫄딱 젖어 축축하게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 무엇도 화양을 막을 수 없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느껴지는 모든 사물의 촉감에 그녀는 더욱 더 멀리 달리고 싶어 속도를 높였다.

나무와 장애물들을 피하면서도 주변의 풍경과 물체들을 순식간에 파악해 길을 만들었다. 머릿속이 마치 고지능 로봇 같았다. 움직일 행동은 순식간에 펼쳐졌고, 화양은 그 펼쳐진 순서들과 똑같이 차차 몸을 움직였다.

‘저 썩은 통나무를 뛰어넘으면 가장 낮게 있는 저 가지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저 가지를 잡고 몸을 움직이면 이끼가 덮어져 있는 바위에 안착할 수 있겠지? 좋아, 해보는 거야.’

단 일 초 만에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된 화양의 생각에 따라 몸은 곧이곧대로 움직여졌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잽싸게 날아든 화양은 고작 며칠 전 주변 풍경에 압도당해 어지럼증을 느꼈던 자신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나하나 내딛은 행동이 예상한 대로 움직여질 때마다 성공했다는 쾌감이 몸의 힘을 넘치게 만들었다.

“후우- 허억!”

저 앞으로 보이는 솟은 바위를 제외하고는 반반한 땅이었다. 화양은 속도를 높여 달려 바위를 턱 붙잡고는 몸을 바위 위로 올렸다. 나무는커녕 풀 한 포기조차 보이지 않는 바위들로 산봉우리까지 이어진 거친 지형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지막 역경이었다. 화양은 거두절미하고 바위를 올랐다.

“허억- 읏차…”

지치고도 남을 만큼 체력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힘은 불쑥불쑥 솟아올랐고 자라난 뿔에서는 진동이 흘러나왔다. 화양은 팔과 다리에 힘을 최대한 끌어 모아 온 정신력을 어디로 가야 옳은 길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후우- 이놈의 비가- 으윽!”

솨아아- 후두둑- 비는 멈출 줄을 모르고 거세졌다. 화양은 목이 마를 때면 입을 벌리고 빗물을 들이키며 후들거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조금만 더 가면 산꼭대기였다. 비는 쏟아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했고, 온 힘은 손끝의 신경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할 수 있..’

빗물의 여파로 간신히 붙잡은 마지막 바위에서 손이 미끄러졌다. 매달려 달랑거리던 다리는 공중에 띄워졌고, 머리는 바닥을 향해 거꾸로 뒤집혔다. 화양이 바위에 머리를 박으려던 그 때,

“…!”

몸이 순식간에 휙휙 바뀌며 동시에 발이 안정적으로 바위에 착지했다. 화양은 눈을 번쩍 떴다. 시야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훨씬 더 넓고 깨끗한 시야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이 매끄러운 털들로 수북이 감싸져 있었고, 몸은 우뚝 솟아 힘이 마구 샘솟았다. 다리에는 근육이 불끈 느껴졌다. 화양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수인들처럼 한순간에 완전한 동물 ‘산양’으로 변해 있었다.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정신과 몸은 딴판이었다. 자신이 수인으로 변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앞발이 바위를 턱 짚었다. 얼른 가자며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마지막 바위를 짚고 있었다. 화양은 몸을 이끌어 마침내 산꼭대기 땅에 올라 드러누웠다.

‘크읏- 에너지가 심해도 너무 심하잖아..!’

쨍쨍하고 강렬한 에너지가 화양에게 솟구쳤다. 바람처럼 그녀에게로 달려드는 에너지에 화양은 몸이 아프다기보다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눈을 감자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낱낱이 기억하지는 못한 어렸을 때의 희미한 하루하루부터, 모든 게 엇갈리기 시작한 새파란 아기 때의 사고, 엄마에게로 병문안을 갔던 때, 도서관에서 생명의 숲 자료들을 뒤졌을 때, 양쪽으로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풀쩍풀쩍 뛰어오르던 때……

곧이어 왠지 모르게 유난히 선명한 기억 하나가 보였다. 몇 년 전 유년시절의 보잘 것 없는 병실에서의 담소였다.

“아빠 엄마. 나는 아빠가, 엄마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면 싫었을 거예요.”

“정말이니? 나중에 우리 둘한테 크게 실망할 텐데. 매일매일 쓰고 먹기 싫은 약을 억지로 먹이고, 연구소 안에서만 지낼 수 있게 하잖아.”

“그래도 아빠는 아빠고 엄마는 엄마잖아요.”

흐트러진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이 영원했으면, 하고 빌었다. 아빠는 연구소장이 아니었다. 그녀의 시야, ‘이화양’의 관점에서는 아빠였다. 아빠의 관점에서는 항상 그녀가 산양 수인이었을지도 몰랐다. 엄마 아빠 둘끼리 품은 비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모든 게 엇나가고 있던 게 아니었어. 출생의 비밀? 수인과 인간? 다 헛소리였던 거지. 누구의 딸이건, 인간이건, 수인이건… 나는 나였고 아빠는 아빠였던 거야. 우린 달랐지만 서로 각별했던 거야. 피는, 유전자는... 중요한 게 아니었던 거야. 그렇지만...’

점점 현재의 화양과 가까워지는 기억이 눈앞에 펼쳐졌다. 숲에서의 모험들이었다. 붉은 안개, 덩굴 미로, 절벽과 암벽. 리안, 류현, 혜성, 도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전히 산양으로 변해 풀쩍 뛰어오르던 방금 전의 기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타났다. 그 이후로는 아무런 기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숲 중심부의 에너지가 화양의 의사를 존중해준다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았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 거냐고 질문하는 것 같았다.

“생명의 숲. 넌 참 대단해.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고, 날 위험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가장 나쁜 존재면서 또 어떻게든 널 사랑하게 만들잖아.”

구름이 개고 있었고 비는 그쳤다. 쨍쨍한 태양이 눈부셨다. 화양은 자신이 어느덧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 것에 깜짝 놀라 픽 웃음 지었다. 다친 몸이 회복될 짧고 굵은 시간 동안 화양은 머릿속을 정리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과 연구소장, 그리고 조금 더 멀리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생각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녀 앞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화강암 암벽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우뚝 솟아 있었다. 어디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화강암 암벽 두 개 사이에서 보랏빛 폭포수가 아름답게 흘렀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 장관이었다. 화양은 눈을 꼭 감고 한동안 폭포수 소리를 듣다가 폭포에게로 다가갔다.

쪼르르- 폭포수를 물병에 담은 화양이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손바닥에 폭포수를 조금만 담아 마셨다. 처음에는 바닷물처럼 짠 맛이 났다. 중간에는 짠 맛으로 끝난 걸로 오해할 정도로 아무 맛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깜짝 놀라 물병을 떨어뜨릴 만큼 달달하고 진한 달콤한 맛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그라데이션처럼 서서히 녹아내리는 회복의 여파도 신기했다. 입 안에 계속해서 맴도는 맛은 미뢰까지 한 번 훑고 끝났다.

“맛있어.”

간결한 말을 내뱉으며 화양은 몇 번이고 폭포수 물을 마셨다. 바위에 오르면서 생긴 멍과 상처가 먹는 족족 생겼던 방향대로 아물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개의 선택지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갈 시간이었다. 본 목적인 물병에 폭포수를 꽉 채운 상태로 화양은 자유자재로 산양으로 변해 달리고 또 달렸다.




돌아오는 길은 혼자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보다 더욱 오래 걸렸다. 한 발 한 발이 아까웠고 보이는 풍경 모든 것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싶었다. 오른쪽 발을 내딛으면 숲에서 처음 리안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왼쪽 발을 내딛으면 가족과 같이 여행을 갔던 추억이나 옹기종기 모여 놀았던 때가 뇌리에 스쳤다.

‘난 어떡해야 할까. 아- 이제 보인다.’

“무사할까?”
“아프더라도 꼭대기까지 데려다줬어야 했나?”
“제발 안 다쳤기를‥‥”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저 멀리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화양의 친구들이 보였다. 그 근처로 포획망에서 풀린 다른 수인들도 삼삼오오 모여 연구소에 관한 이야기를 숙덕이고 있었다. 연구소장과 태양이 조금은 풀린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 놀라웠다. 놀라 주춤거리기도, 내심 좋지 않은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오해는 풀리고 있는 듯했다.

“응? 저기서 산양 한 마리가 와요!”

산양 소리에 눈에 불을 킨 연구소장이 고개를 돌려 달려오고 있는 화양을 쳐다보았다. 검은 털과 회색 뿔, 맑고 깊은 눈동자와 강해보이는 길쭉한 다리. 누가 봐도 화양이었다. 화양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연구소장을 향해 달려갔다.

“아빠.”

“그래. 무사하구나.”

화양은 손에 꽉 쥔 보라색 폭포수를 아버지에게 건넸다. 아버지는 쉽사리 물병을 받지 못하며 몇 분 동안이나 화양을 응시했다.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백신도, 명예도 필요 없으니.”

한동안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탐사 차량을 힐끗 가리키는 연구소장을 바라보았다가, 친구들을 돌아보았다가, 중심부 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흙탕물로 변해버린 빗물 웅덩이에 희미하게 비친 자신을 보았다.

“저는…”

* * *

“긴장하지 말거라. 넌 자랑스러운 내 딸이잖니.”

연예인들만 들어올 수 있는 줄로만 알았던 대기실. 화양은 숨을 들이켰다 내쉬기를 반복하며 뿔에 하염없이 왁스를 발랐다. 화양은 얼떨결에 최초 생명의 숲 대 인간 평화 협정을 맺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것도 어엿한 수인의 모습으로.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 수인들의 왕 강태양은 법률들에 관해 잘 모르고 무엇보다 인상이 험악해 편견이 생길 수 있기에. 두 번째, 화양이 생명수를 구해 연구소장에게로 갔을 때 합의는 이미 다 끝났기 때문에. 세 번째, 화양은 중립적으로 인간이자 수인이며 그 어떤 편에도 서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자, 이제 가자꾸나.”

“휴우… 네, 아빠.”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스포트라이트와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화양은 연구소장보다 그녀에게 더 쏟아지는 눈길과 주목에 살짝 당황했지만 진정했다. 본격적으로 회의에 들어섰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조금만 수정하여…”

딱히 집중해서 들을 필요는 없었다. 조약 내용의 대부분은 철저한 연구소장이 미리 알려줬던 내용들이었고, 몇 가지 허용하면 안 되는 부분들을 고치는 데에만 시간이 오래 걸렸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진짜 문제는 조약 사인을 완료하고 회의를 끝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일어났다.

“해당 측에서 연구소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에 관련해서는 모두 합의했으며, 더 이상의 분열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로 수인이신가요? 수인 중에서는 어떤 종류이신가요?”

“수인 맞고요, 산양입니다. 기자회견 주제와 관련 없는 질문은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알파-17 바이러스의 백신을 본인께서 직접 구해 오셨다는 말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데, 사실입니까?”

처음에는 그저 대답하기 쉬운 질문들이었으며 연구소장이 추려낸 예상 질문의 답변을 이용했다. 그러나 질문의 강도는 점점 대답하기 어려워졌다. 몇 질문들은 심히 선을 넘어 있었다. 기자회견 주제와 전혀 맞지 않는 생뚱맞은 소리들도 몇 차례 들렸다. 화양은 기계적인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대답했다.

“네. 제가 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전 보다시피 수인이고 그런 인터넷 소문들에는 관심 없습..”

“수인들은 인간들과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데, 왜 백신을 구해오셨습니까?”

“……평화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애시 당초 수인들에게 먼저 공격을 가한 건 연구소였으니까요. 그리고 더는 사상자가 나오는 걸 보고 싶지 않았습..”

“연구소 측이 13년 동안 수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관해 어떤 감정을 느끼십니까?”

“그만.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여해주신 기자 분 모두에게 감사 말씀 전해드리며,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시끄럽고 날카로운 질문들이 귀를 찔렀지만 화양은 기자회견의 막을 내렸다. 애써 무시하며 무대에서 벗어나자 옆에서 연구소장이 대체 왜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며 화양을 위로했다.

“저딴 말 신경 쓰지 말거라. 원래 기자들은 다 저런다.”

“괜찮아요. 엄마는요?”

“이제 병원 신세 벗어나고 집에서 널 기다리고 있단다. 얼른 집으로 가자꾸나.”

“아뇨. 전 다시 숲으로 갈 거예요.”

화양의 대답에 연구소장은 막 움직이려던 화양의 앞을 가로막았다. 백신을 구하러 간 이유도 엄마 때문이고, 무엇보다 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들을 해대는 모습에 화양은 살짝 귀찮아졌다.

“그곳은 더 이상 제 집이 아니에요. 제 집은 따로 있어요.”

“정말 그렇게까지 벗어나고 싶은 게냐.”

“네. 전 다시 숲으로 갈 겁니다. 가서 친구들도 보고, 진정한 제 삶을 즐겨야겠어요. 아버지도 제 선택 믿으실 거죠?”

“그래. 얼마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날에 만나자꾸나.”

화양은 환히 웃음 지으며 연구소장을 꽉 끌어안았다. 며칠 동안 이 평화 협정을 준비하느라 화창한 숲 공기 대신 매연 연기를 마신 게 족히 이 주는 되었다. 들판을 누빌 생각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 * *

“어이! 도시 물 좀 맛보더니 벌써 약해졌냐? 왜 이렇게 못 따라와?”

“그런가?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잘 뛰잖아!”

빠른 속도에 맞춰 갈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렸다. 머리카락은 멋지고 곧은 두 뿔과 함께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중단발이었다. 반짝이는 두 눈은 리안처럼 광채까지는 아니었지만 윤기 나는 검은색 보석안이 된지 오래였다.

류현이 혀를 쭉 내밀고 화양을 실컷 놀리더니 앞의 덩굴을 타고 멀리 도망쳤다. 화양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빠르게 달려 덩굴을 타고 넘어갔다.

“덩굴이 네 무게를 버티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화양은 곧장 달려가 그의 머리채를 콱 잡고 티격태격 말싸움했다.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구경거리라도 되는 마냥 둘을 바라보는 리안과 혜성이 과일을 깨물어 먹고 있었다. 위로는 독수리로 변한 도한이 나무들 사이로 날아다녔다.

“괜찮은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주 괜찮구나.”

“아닌 것 같아요. 저거 백 프로 연기에요.”

“뭐야? 왜 다들 걱정하는 눈치야? 나 이화양이야! 산양 수인. 이 숲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수인 대표라고.”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하여간 자랑 하나는 잘한다며 화양의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새들이 지저귀고, 신비로운 존재들이 공존하며, 울창하게 번성하는 생명의 숲. 영원이란 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숲은 인간이 있는 한 영원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숲을 침입하려 할 것이고, 평화 협정이 깨지는 날도 오겠지. 하지만 화양은 계속해서 인간과 숲의 중심이 되어 숲을 지킬 것이다. 그것이 화양의 존재 이유가 아니어도, 화양은 그렇다고 확신에 찬 상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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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2-28 21:36 | 조회 : 34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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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Ey_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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