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어린 늑대

주신 때문에 머리가 아프던 난 지금껏 미뤄뒀던 감옥 탈출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루카르엠이 나 엄청 찾았을 텐데.

활짝 열려있는 창문에 걸터앉아 두꺼운 이불 -한 몇번 접었더니 3m쯤 됐다- 을 창문 밖으로 던지고 베개와 함께 다이빙을 했다.

사실 다이빙이라고 할 것도 아니었던 게.

창문에서 땅까지 2층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떨어져서는 흙먼지가 살짝 묻은 네글리제를 탈탈 털고 흰 가디건을 걸쳤다.

짜증나.

보름달이었다.

달이 꽉 차 있는 게 꼴 보기 싫었다.

난 보름달이 그나마 안 보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계속 어딘지 모를 위치에서 늑대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내 뒤를 덥치려 했다.

난 엘퀴네스에게 배운 포박 마법으로 늑대의 발을 땅에 묶어 놓았다.

"크르르르…"

늑대가 짖으려 하는 소리에 빤히 쳐다보니 갑자기 순진한 척을 했다.

"왈!!"

회색의 먼지 묻은 털을 가까이 다가온 내게 비비며 애교 부리는 게 너무 귀여워서 마법을 풀어주었다.

배은만덕하게도 늑대는 내가 발을 풀어주자마자 내 목덜미를 깨물었다.

내가 작게 웃으며 눈을 찡그렸다.

아유, 아파라.

늑대는 내 가슴팍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다가 잠들었다.

아, 정정하겠다.

늑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귀여웠다.

어린 늑대인간이 딴 세계에서 건너 오기라도 한 걸까.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늑대가 깰까봐 조심스레 창문 아래에서 이불을 끌어와 숲 안에 누운 나는 어린 늑대를 폭, 안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난 그냥 돗자리 깔까, 라는 잡생각을 하게 되었다.

깨어나서 늑대를 안고 잤던 쪽을 바라보니 병약해 보이는 얼굴의 한 8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우물쭈물하며 이불을 끌어다가 자신의 몸을 가리려 애쓰고 있었다.

사실 나체가 다 보이고 있었지만 난 하도 적나라한 걸 많이 봐서 -그게 인간형 몬스터 사체인건 안 비밀- 별 생각 없이 이불에 그 연갈색 머리의 아이를 돌돌 싸매 안아들었다.

한번 생각해 봐라.

죽을 위기를 몇번이고 넘기고 겨우 살아남는데 내가 아무리 좀 변태기질이 있다고 해도 -아델보다 어린- 8살인 애한테 애정이나 성욕을 느끼겠냐고.

"..저기, 제가 간밤에 물진 않았나요..?"

거 참.

처음 하는 말이 초면인 사람에 대한 걱정이라니.

난 이불로 말린 아이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고쳐 안은 다음 그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응.
많이 물었더라.
여기 목 봐봐.
다 빨갛지?"

난 그의 반응이 궁금해서 일부로 과장해 놀려먹었다.

나 어떡해 진짜.

카노스랑 하도 같이 있다 보니까 한번도 장난을 치진 않았지만 -안 쳤었나..?- 가면까지 옮아버린 것 같아.

"아.. 어떡해요…
나 늑대인간이라 물리면 안돼는데…"

사시나무 떨듯이 덜덜 떠는 아이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난 정령왕의 가호도 있고 사제라서 괜찮을 거야.
근데 보통 이런 상황이면 여기가 어디고 너는 누구냐고 먼저 물어보지 않니?
여기에 있었던 건 아닐텐데.
여긴 마족들이 득실거려서 너 같은 어린애들은 겁탈 당하거나 아예 죽을 수도 있거든."

난 마족들이 사는 곳이라고 그냥 상냥하게 알려줄 바에야 경계심을 최대 단계로 끌어올리는 게 지금 상황에는 더 낫다고 생각해 마족들을 아동성애자 (로리콘) + 동성애자 (게이) + 무자비한 살인자 (살생광)으로 둔갑시켰다.

안 그래도 걱정 때문에 좋지 않던 안색이 하얗게 질리는 걸 본 나는 겁 먹은 아이의 이마에 버드키스를 해 주었다.

아이의 볼에서부터 귀까지 모두 붉은 홍당무처럼 물들고, 갑자기 팔을 뻗어 내 목을 감싸 안은 후에야 놀리기를 그만 뒀다.

일단 어떻게든 아이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난 아직 이름도 모르는 사이라는 걸 깨닫고 이름을 물어봤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핀이요."

"응?"

"리무스 루핀이요."




















+아마도 내가 원했던 건 그저 작은 관심이었을 것이다.

남들은 쉽게 얻지만, 난 얻는 것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받지 못하는 것.

너희는 그 손으로 날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다 쓸데 없는 짓거리야.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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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11-30 04:04 | 조회 : 209 목록
작가의 말

너무 피폐했던 것 같아서 텐션 회복하고 겨우겨우 써서 왔습니다!!! 오후 12시에 올려야 하는 거 못 할 것 같아서 지금 올립니다. 내일 부터는 똑같이 다시 12시에 올려요. 과연 +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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