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맑고 경쾌하게

난 파이브 룸인 우리집의 남는 한 방을 일단 쥐여줬다.

그래도 얘도 나이가 있을텐데 웬만하면 방이 따로 있는게 좋겠지.

"..이 방이에요?
내가 얼마일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생활해야 하는 곳이?
나를 질식사 시키고 사고사로 위장하려는 건 아니죠..?"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집은 거실, 주방, 화장실, 그리고 안방과 손님용 침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렇다고 얘를 안방이나 다른 데에서 재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 집을 엘퀴네스가 한 드래곤 계약자로부터 제공받아 나한테 주고나서부터 한 번도 쓴 적 없는 손님용 침실은 아주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어느 정도 였냐면, 색깔만 흰색이면 한겨울에 창문 열어놔서 눈이 쌓인 것 같은 수준.

난 어쩔 수 없이 엘퀴네스의 또 다른 드래곤 계약자가 빌려준 마석-진공 청소기를 꺼내 먼지를 다 쓸어버렸다.

쩝, 이거 비싼 것 같았는데 이렇게 써도 되나.

어쨌든 청소를 시작한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은 누굴 데려와도 별 4개는 줄 만한 예쁜 방이 되어있었다.

여기 그냥 셰어하우스로 만들까?

자본주의의 눈이 번뜩였다.

일단 나는 인테리어 센스와 공간 감각이 좋았다.

그거 뿐이었다.

창문을 열어 먼지가 나가게 한 뒤에서야 벌써 시리우스가 여기에 떨어진지 3시간은 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허둥지둥 '한국인은 밥심이지!'를 외치면서 이젠 언급하기도 귀찮은 누군가가 준 마석-냉장고에서 계란 5개를 꺼내 마석-가스레인지에 올려 놓은 미스릴-프라이팬에 깨 넣었다.

코팅을 하지 않은 프라이팬인데도 음식이 눌러붙지 않는다는 점에 플렉스한 만큼이나 값이 있었다.

어디선가 물의 왕의 계약자라고 내가 소문나 있나본지 가끔씩 찾아오는 도둑이나 강도 머리 깨기에도 유용하더라.

"..그걸로 뭐할 거에요?"

"계란 후라이."

내가 맑고 경쾌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ㅎ."

아마도 내가 요리를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나 보다.

근데 동생이랑 둘이서만 살게 되면 느낌은 좀 허술해도 맛이 없어질 수가 없거든?

난 마석-감지 센서가 붙어 있는 마석-밥솥에 손을 가져다가 대고 미스릴-주걱으로 밥을 펐다.

시장에서 사은품으로 얻은 은 그릇 10개 중 4개에 밥을 나눠서 넣고 계란 후라이를 얹었다.

딸기, 포도, 귤 비슷한 과일들은 꿀에 찍어먹을 수 있게 꼬치에 찍어놓았다.

"..먹어도 돼요?"

아마도 내 요리실력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더라도 배가 고프긴 한가보다.

이제 좀 있으면 우리 동생도 신전에서 돌아올텐데…

아, 내가 말 안했나?

아델은 운명의 신 라데카의 하급 신관이다.

"언니!!!
나 왔어!"

"야, 앉아라 박재이."

"아델이랑 에델로 서로 부르기로 했잖아."

아델이 툴툴거렸다.

시리우스는 살짝 이상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불렀다.

"뭐.
왜."

"사람은 세명인데 왜 밥그릇은 네갠가 해서요."

난 시리우스에게 좀 있다 올 2명은 사람이 아닌 정령이라 알려주려 했다가 그냥 관뒀다.

"아~?
엘퀴네스는 좀 있다 트로웰이랑 올거야.
그럼 5명 맞잖아.
아.. 근데 설마 나 밥은 네그릇 하고 계란은 5개 꺼냈니?"

"언니 겁나 웃곀ㅋㅋㅋ.
까먹을 거면 밥이랑 계란이랑 같이 잊어먹어야지 뭔 밥만ㅋㅋㅋㅋㅋㅋㅋ."

"뭐 남은 밥그릇은 나한테 줘.
계란 두개랑 밥은 식었으니까 랩 씌워서 냉동하고 새로 만들어야지 뭐."

그렇게 해서 난 밥을 다시 뜨고 계란후라이도 다시 만들게 되었다.

식기는 당근 주걱이랑 같은 은으로 다시 세팅!

하는데 그 둘은 이제야 옴.

"좀 늦었다.
성가신 걸 처리하느라 시간을 많이 뺐겼거든."

엘퀴네스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난 바로 그 '성가신'게 트로웰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
네스, 그럼 로웰은."

"아마도 오고있을 것 같군."

"오고있다는 것도 아니고 '아마도'라니…"

내가 헛숨을 삼켰다.

"설마 이번에야 말로 생매장해버린 건 아니지 네스?"

"날 뭘로 보고.
지금쯤 역소환 회복을 끝내고 다시 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ㅎ."

오늘 벌써 세번째로 -이 미친 대화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허탈함이 든 시리우스였다.

0
이번 화 신고 2023-12-06 11:43 | 조회 : 212 목록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내일은 개인사정으로 못 올것 같아요.. 죄송해욧!!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