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양은 마음이 아파요




“안녕하세요~ 저번에 안 좋게 봤었죠? 대학생?”
“…네…”
“둘이 왔어요? 남자친구랑 와서 영화 뭐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한아 너 영화 어떤 거 볼 거야?”
“스파이”
“좌석 어디야? 영화표… 그거 잠시 봐도 되요?”


나와는 다르게 밝고 붙임성이 좋은 여자였지만
왠지 웃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는 더러운 느낌이 들었고,
그 더러운 느낌에 확신을 주는 강이한의 표정이
날 초라하게 만들었다.


“니가 뭔데. 애한테 손대지마 닳아”


내손에서 영화표를 가져가려는 그 여자의 손을 치고선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 여자를 노려봤고
언제 애틋하게 바라봤냐는 듯이 그 눈빛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강이한이 무서웠다.


“왜…왜 그래 이한아…”
“가자”
“…”


소름끼치게 냉정하게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에
적응이 안됐다.
내 손목을 잡은 그의 손힘에 아파왔고 나도 모르게

‘아…’

라고 소리를 내자 빠른 걸음으로 걷다 멈추고선 손목을 풀고
날 바라봤다 차가운 표정 대신 따뜻하게 바라보는
원래의 강이한으로.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될 걸 왜 말 안하고 가만히 있어.”
“…오…오해할…”
“무슨 오해”
“…”


주눅이 들어서 말을 더듬었고 그런 내가 답답한 듯
나에게 짜증을 내는 강이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나한테 화풀이야”
“화풀이 안했어.”


억지다. 지금 화풀이 하는 게 맞는데 억지를 부리며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하는 니가 이래서 어리다는 거야.


“이래서 어리다고 하는 거야. 너 지금 나한테 화풀이 하고 있어.”
“무슨 화풀이.”
“너 그 여자 좋아하잖아”
“…”
“넌 지금 그 여자를 닮은 나랑 헷갈리고 있는 거 아니야?”


그 여자의 미소가 내 미소가 비슷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웃을 때마다 날 보며 지었던 표정을
그 여자가 웃을 때 보였잖아, 눈치 없는 내가 알아차릴 정도로
티났어 강이한.


“내가 말했지, 지금 사춘기라서 흔들리는 감정이라고”

‘역시 나오지 말걸 괜히 아프기만 하잖아’

“…이제 어린애 장난 그만하자.”


‘갖고 놀아진 건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니라고 한마디라도 하지 나쁜 강이한.
괜히 사람 마음 흔들어 놓고…….’


진심인줄 알았던 이한의 마음이 거짓이었고
여태껏 만나왔던 사람과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아버려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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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04 12:03 | 조회 : 2,840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헹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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