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퀘 ] Give me blood. ( 2 )

* 『 nic39812314 』님의 리퀘이시며, 스토리와 설정은 제가 임의로 상상한 것을 기반으로 사용하였습니다.



……………………………………………***……………………………………………………



″ 젠, 장.. ″



아릿한 통증이 흘러나오는 선혈처럼 온 몸을 가득히 지배했다.
시야가 일렁이는 촛불마냥 아득하고 위태롭기만 했다.
목덜미에서 흘러나오는 혈액 덕분에, 안 그래도 병신같은 몸이 더욱 더 병신 같아졌는데.



hemaphobia , 통칭 혈액공포증.
혈액을 보고 호흡곤란, 현기증 등 신체적으로 이상현상을 일으키는 것.



그렇다, 정말 판타지 소설에서 나올 법한 세계관이 이 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일반 뱀파이어, 그리고 뱀파이어의 먹이가 되는 인간.
그리고…



순혈, 즉 최초의 뱀파이어.



이렇게 세 부류의 생명체들이 이 세계에서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긴 한데,
공존은 개뿔, 지금 인간들은 대다수 사망했고.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뱀파이어 쪽에 붙어 최하급층으로 기생해가는 쓰레기들이
이 세상에 널렸는데.



아릿한 고통과 어지러움이 동시에 날 덮쳐왔다.
잡생각이 가득 차 어지럽기만 하는 머리를 붙잡아 일어났다.
흐려만 보이는 시야를 간신히 밝히고는 제 뜻대로 되지 않는 몸을 가누어 일어났다.



별로 피를 흘린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부터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제길, 괜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새끼 챙긴다고 유토피아에 들어가지 않았던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 유토피아 [ utopia ] ,
살아있는 생존자들끼리 모여 만들어진 캠프.
견고한 벽, 그리고 풍부한 식량과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뱀파이어에게 공격받을 위험조차 없고, 뱀파이어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았을 때 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공간.

하지만, 선택받은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 」



주안의 집은 워낙 잘살기도 했고, 부모님들이 정치가라서 유토피아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취득할 수 있었다.
다만 주안이 좋아하는 친구들은 흔히들 말하는 흙수저,
어딜가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들은,
유토피아에 들어올 권한도, 들어올 수 있는 권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안은 편안한 안식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유토피아를 떨쳐내고.
제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뱀파이어를 사냥하며, 하루하루 뱀파이어들의 위협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꼭 사람들 무리에서 한 명 쯤의 썅년이 존재하지 않은가.
그 썅년이 무리 내의 분열을 일으키고, 주안의 뒷담화를 하고, 되도 않는 험담을 퍼뜨려
주안을 무리 내에서 떨쳐냈다.



스무 남짓 되는 무리에서 주안을 진정으로 믿어주는 자는 단 한명밖에 없었다.
항상 주안과 호흡을 맞추며 등을 맞대고, 뱀파이어를 사냥했던 친…구.
승현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하다.
항상 자신보다 주안을 더 챙기고 화사하게 웃어줬던 그가,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들의 총탄에 맞아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시체가 되었을 그 때.
승현의 피에 주안의 시야마저도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갔던 그 때.



…아마, 그 때부터 일 것이다.
자신이 피를 무서워한 것이.



…오래된 폐가에 들어오니 수북히 쌓인 먼지와 싸늘한 공기만의 주안의 곁을 맴돌았다.



먼저, 지혈할 것을 찾아야겠지.
그리고 잠깐 눈을 붙이고…



주머니를 뒤져서 나온 작은 천조가리를 접어, 목에 대고 지혈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피를 많이 흘렸으니, 잠이라도 보충하는게 났겠지.



돌덩이같은 몸을 이끌고, 문을 온갖 가구들로 막고는, 구석에 가 온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졸려, 그리고 아프다.



옛 생각을 하니 사막처럼 메말랐던 마음에, 천둥번개가 내리친 듯 너무나도 쓰라렸다.
잡을 수 조차 없었고, 그랬기에 구할 수 없었던 그가, 그래서 너무나도 애처로웠던.
그가, 승현이 생각나서인지 모르겠다.



…부디 오늘 밤 만은 악몽을 꾸지 않기를.



***



″ 으음ㅡ ″



온 몸이 바윗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잠에서 깨자마자, 온 몸이 울부짖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갑자기 쿵ㅡ 하며 내려온 것 같은 고통에, 뻑뻑한 눈을 간신히 뜨자.



″ 어ㅡ? ″



방금 잠에서 깬 주안의 부스스한 머리가 자랑을 하듯, 잔뜩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고개를 몇번 휘젓고, 아직 어지러운 시야를 다듬고 다듬어 앞을 쳐다보자,
익숙하지만 익숙하지않은 뒷모습이 아른거렸다.
몇년 전에 죽은, 사무치도록 보고 싶었던 그의 뒷모습이.
그가 죽기 전, 친구들의 총탄에 맞아 죽기 전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거 같아서.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의 형상을 보고, 바로 달려갔다.



아직 다리가 나 아프다고, 나 좀 고쳐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승현, 승현이 눈 앞에 있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수백번 승현의 환상이 지나갔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더 간절한 그에게 다가가 그를 꽉 껴안았다.



그가 시체덩어리든, 아예 딴 사람이든, 뱀파이어든 신경쓰지 않았다.
항상 꿈에서 나오면 꿈의 마지막에 피로 뒤덮여 사라지는 승현의 모습을 붙잡을 수는 없었으니까.
지금이라도, 이게 설령 달콤한 환상이라도 붙잡고 싶었다.



…다시 한 번 살아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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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21 23:42 | 조회 : 2,851 목록
작가의 말
려다

후하 분량이 본편보다 많아보인다면 착각입니다...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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