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퀘 ] Give me blood. 完

* 『 nic39812314 』님의 리퀘이시며, 스토리와 설정은 제가 임의로 상상한 것을 기반으로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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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애증 -





″ 아, 흐읏… ″



갑자기 막 움직여서 그런지, 상처가 벌어졌나보다, 벌어진 상처 틈 사이로 검붉은 선혈이 뚝, 뚝하고 떨어졌다.



′ 아파, 쓰라려. ′



막연한 고통 속에서, 아득하게 잔상만 보이는 사람의 존재를 드디어 찾았는데.
아니, 그게 설령 진짜 그 사람의 잔상이 아닐지라도, 단지 그냥 환각일지라도.
내가 미쳐서 사람마저 헷갈리는 병신이 된걸까.
하지만, 이렇게 몇 년동안 수백, 수천번을 떠올린 사람의 뒷모습인데.
절대로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데.



″ 승…현 ″



사무치도록 그리웠던, 이름을 나직히 입 안에서 굴려본다.
씁쓸한 초콜렛을 먹은 것처럼, 입 안 가득 그의 이름만이 가득 메워졌다.



오래된 친구를 부르는건데, 하나도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했다.
마치 간사한 혓바닥 하나하나에 온갖 가시가 돋쳐서, 마구마구 찔러버리는 것 같았다.
단지, 그냥 마음이 미어질정도로 아파지는, 그런. 씁쓸한 느낌.



…사실 이 사람이 승현일거라고 믿지 않아.
단지, 그냥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품고싶어서, 그냥 니가 살아있기만 했으면 좋겠어서.



찢어질 듯한, 아니. 이미 찢어졌을 것 같은 너덜너덜한 가슴을 부여잡고, 자신이 부둥켜안은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 승현, 맞지…? ″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고, 예전처럼 활짝 웃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봤다.
너가 아닐리가 없어, 아니. 무조건 승현이여야 돼.



″ … ″



승현의 부드러운 파란색 눈이, 분명히 누가봐도 선명한 핏빛의 적색이 되었다.
적색의 눈은 뱀파이어의 증표.
무심해보이는 짙은 적색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짙어서 흑색이라해도 믿을 정도였다.



항상 부드럽게 풀어지던 승현의 얼굴이 단 한번도 보지 못한, 딱딱한 얼굴로 굳어있었다.
아니, 굳어있는게 아니라 원래 이 표정이였다는게 더 옳을 것 같다.
마치, 무표정말고는 아무런 표정을 지을 줄 모르겠다는, 그런 표정.



″ …그래, 맞아. ″



이내 예전보다 낮고, 한층 더 남자다워진 깊은 목소리가 초라한 방을 나직히 울리게 했다.
지금까지 몰랐던 승현의 얼굴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뜯어보니,
누가봐도 ′ 나 뱀파이어다 ′ 하는 몰골이였다.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은 언제부턴가 피에 찌들어 있었는지 거의 흑색이 되었고,
평소 많이 타서 원주민같다던 피부는 새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던 승현의 벽안이, 그 새 적안이 되었다는게 포인트, 인걸까.



울컥하는 마음이 이내 마음에서 솟구쳤다.
왜 이제서야 나타났냐고, 죽은게 아니였냐고.
여러가지 질문들이 입 안에서 차마 나오지 못하고 뒤섞였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승현을 쳐다보자, 이내 예전에 지어줬던 밝고 깨끗한 미소가 아닌.
비웃음섞인 미소를 짓더니, 경멸의 기색을 담아 쳐다보는 승현이 있었다.



″ 어…? ″



승현의 손이 주안의 목에 닿았다.
큰 손에 의해서 잡혀진 목은 고통과 공포에 잠식되어 있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시야가 바뀐 주안은 얼떨결에 말려들긴 했지만, 무엇보다 승현이.
친구였던 승현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단게 더 중요한거였다.



″ 큭ㅡ. ″



정말 이러다가 목뼈라도 뒤틀려 죽을 것만 같았다.
생리적으로 맺힌 눈물이 공포와 섞여 의문이라는 감정과 함께 떨어져나갔다.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승현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저건 두려움이나 추위로 인해 떨리는게 아니였다.
웃고 있기에, 떨리고 있는 것.



″ 이, 이게 무, 큿ㅡ, 슨 짓… ″



승현의 큰 손을 최대한 떼어내려고 손톱으로 승현의 살을 파고들어 피가 나게했다.
피를 얼마 흘리지도 않았는데, 이 작은 방에는 벌써 피 비린내가 방 안을 가득채웠다.



이내, 승현의 쪽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승현이 고개를 들고 주안을 쳐다봤다.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눈을 반달 모양으로 휘게 접어, 예쁘게 웃고 있었다.



″ 왜ㅡ, 이상해? ″



승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더욱 더 승현의 손등에 자신의 손톱을 파고들게 했다.
어차피 통하지도 않겠지만.



″ 나, 사실 뱀파이어야, 알고 있긴 하겠지만… ″



잠시 숨을 멈추고, 이어서 말하는 승현의 여유로운 목소리 덕에.
나는 목이 졸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현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 너를 처음 만난 그 대학에서부터, 직장까지. 그리고 그 생존자 그룹에서까지, 난 전부.
뱀파이어인 채로 있었어.

뱀파이어가 인간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뭘까?
공상판타지에 나오는 종족을 초월하는 사랑? , 틀렸어.
그 사랑은 식욕에 비롯되어서 느껴진 돌연변이 감정.
절대로 사랑같은게 아니야, 주안.

너란 인간의 피는 어찌나 달콤하던지, 처음 봤을 그 날, 너의 피 냄새를 맡고 바로 너에게 달려갔지.
너같은 달콤한 인간은 흔하지 않았거든.
그리고 그 날 이후, 다른 녀석들이 채갈까봐 긴장하며 널 하나하나 나로 채워갔지.
내가 뱀파이어인걸 들켰을 때, 너의 표정을 , 그런 경악과 공포에 뒤섞인 표정.
그 표정을 보면서 널 먹고 싶었어.
그게 다야, 주안. ″



승현의 말이 끝나자, 그제서야 제 목을 조르던 손이 빠져나갔다.
곧바로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고, 공기를 들이마셨다.



″ 그, 럼 지금, 하아… 날 먹겠, 다고? ″



″ 응, 그러려고 인간들의 총에 맞으면서 까지, 니가 날 경계하지 않도록 만든거니까. ″



승현이 무섭도록 매혹적이고 선정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승현이 주안에게 다가왔다.
순간, 흠칫, 하고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내 단단한 승현의 손이 딱딱한 벽으로
주안을 밀쳐내어, 승현의 양 팔로 주안이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을 만들었다.



″ 그럼ㅡ, 잘 먹겠습니다. ″



승현이 자신의 입술을 쓱ㅡ 하고 핥으면서, 매우 야한 듯한 표정을 얼굴에 떠올리고는
바로 주안에게 입맞춤을 청해왔다.



″ 으, 흡. ″



′ 싫, 싫어. ′



승현의 어깨를 부서져라 쥐었다.
이거말곤 차마 할 것이 없어서.



꽉 감은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입에서는 승현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나게 하고 있었다.
머리 속은 이미 배신감과 공포로 뒤섞여 제대로 된 사고가 되지 않았다.
젠장할…, 끝까지 너란 새끼는 날 아프게 하고 가는구나.



주안은 눈물을 뚝, 뚝 흘리면서 나직히 웃었다.
그래, 죽기 전에 너한테라도 먹히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가 아무리 뱀파이어라 했어도, 결국 자신의 친구였던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주안이 승현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키스를 느끼자, 비릿한 혈향이 코를 확 덮쳐왔다.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다가오니, 빌어먹을 다리는 이런 때에 힘이 풀려 버렸다.



키스를 즐기며 만족한다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던 승현이, 넘어지려는 주안을 붙잡고는
그대로, 몇분동안 맞닿고 있던 입술을 떼었다.



질척질척한 타액과, 혈액이 뒤섞여 서로의 턱으로 흘러 내렸다.



″ 흐으… ″



옅게 흐느끼는 주안의 귓바퀴에, 승현이 나직히 속삭였다.



″ 나도 널 친구라고 느꼈던 것 같아, 주안. ″



주안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래, 저 말이라도 듣고 죽어서 다행이다, 싶어서.



주안은 이내 소리없이 웃을 뿐이였다.
정말로 기가 막혔다.
자신의 모든 불행의 원인은 저 자식인데.
저 자식 때문에 불행과 행복을 느끼고 있는데.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지 않은가.



″ 하, 하하…! ″



허탈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안은 이내 결심한 듯,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빼어들고 승현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 죽어도 니가 원하는 대로는 안죽어, 씹새끼야. ″



승현이 살짝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넌 그 표정으로 내가 죽는걸 지켜봐.
니 먹이가 자연으로 돌아가는걸 그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라고.



주안은 자신의 단검을 높이 치켜들어, 자신의 심장에 꽂아 박았다.



″ 큭ㅡ, ″



울컥, 역류해오는 피 탓에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타들어가는 고통이 복부에서부터 차례차례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아팠다, 하지만. 지금 저 자식에게 느낀 고통보단 덜했다.
그렇게, 고통 속에 고통을 잊으면서 눈을 감았다.



…그래도 마지막 말은 하고 싶었는데.
넌 그런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구나, 정말로. 지독한 사람이야.





′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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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24 00:19 | 조회 : 2,826 목록
작가의 말
려다

아ㅏ 늦어버렸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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