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왔어?"


많이 늦은 밤이었다. 이 시간에 왜 불러내는 거지. 그가 자기의 곁으로 오라는 손짓에 나는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그의 곁으로 갔다. 그의 옆에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술병들이 가득했고, 술잔도 2개가 있었다.


"거기 앉아."


나는 그가 가리키는 곳에 앉았다. 그는 술을 하나 따서 컵에 부은 다음 내게 건내주었다. 마셔라는 무언의 압박에 이기지 못해 나는 술을 들이켰다. 목구멍이 타는 듯 했다. 나는 양 손으로 목을 감쌌다. 그러자 그가 내 손을 잡아 내 목에서 때어내며 물었다.


"어때?"
"어...?"
"기분 말이야, 기분."


기분? 모르겠다. 그냥 지금 좀 많이 어지러워. 왠지 하늘에 붕 뜬 것 같단 말이야. 나는 그의 손길에 따라 그를 바라보았다.


"부은건 어느 정도 빠졌네."
"...?"
"더 마셔."


그는 내게 술을 더 권했고,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도 거부하지 않고 곧잘 마셨다. 세잔 쯤 되었을까.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 나는 그가 있는 쪽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그가 피하지 않아 나는 그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었다.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흑... 흐으..."
"...... 왜 우는데"
"몰라, 흑, 너무... 아파... 힘들어.. 흐윽, 으.."
"... 그 새끼들이 때려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때려서 아파.... 매일 놀리고... 흑... 왜 맞는지, 으으, 모르겠어.. 흑, 흐으으.."
"... 그놈들이 없으면, 어떨 것 같아...?"
".. 어..?"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가 내 검은 머리를 만지작 거리더니 내게 물었다.


"그놈들이 없으면, 그럼 안아플까. 그럼 니가 좀 웃을까."
"...... 응..."


나는 그가 내 머리를 자신의 품으로 누르는 그 손길을 따라 그의 품에 안겼다. 이젠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는 다른 한 손으로 나를 꽉 껴안았다.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따뜻해서 좋았다.


"유진."
"응..."
"고개 들어봐."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가 날 안던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뭘 하는걸까. 그의 얼굴이 내게 다가왔다. 그와 입이 마주친 것 같았다. 남자끼린데,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술에 취했으니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어쩔 수 없어. 그와 입을 맞추고, 잠시 떨어졌다.


"... 내 이름 불러봐."
"... 길츠만.."
"아니, 아니야."


그가 내 입술이 잠시 입을 맞추고는 대답했다.


"알렉스."


그러고는 다시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달빛이 창문을 타고 넘어왔다. 우리는 서로를 꽉 끌어안고 미친 듯 입을 맞추었다.


"유진."
"... 응.."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달빛에 부서지듯 빛나는 백금발이 신비롭게 보였다. 그는 내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앞으로도 내가 부르면 꼭 나와야돼."
"......"
"기분 좋은 일만 있을 테니까."
"......"
"알겠지?"
"... 응..."


그 다음부터, 알렉스는 매일같이 나를 불렀다. 처음에는 담배같은 걸 내게 내밀었다. 그를 따라 연기를 마시다가 숨이 턱 막혔다.


"쿨럭 쿨럭"
".. 너무 급하게 마시지 말고."


알렉스가 내 손에서 그것을 빼들어 내 입에 대 주었다.


"천천히, 깊게-"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아, 나른해졌다. 아니야, 이 감각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어.


"기분 좋아?"
"응... 좋아..."


내 말을 끝으로 그가 입을 맞추었다. 너무 좋았다. 술을 마신 것 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알렉스는 계속해서 나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내게 소개시켜 주었다.


"이건 별로 중독성이 없어서 괜찮아. 천천히."
"응...-"


나는 늘 취해있었다. 학교에서도, 전날의 기운이 다 빠져있지 않은 경우가 늘어나 늘 알렉스의 곁에 붙어있었다. 그런 나를 세리나는 언제나 걱정해 주었다. 세리나는 평소에도 예뻤지만, 취해서 볼 때엔 더 예뻤다. 언젠가, 한창 취해있을 적에 알렉스가 물었다.


"넌 세리나를 볼 때 어때?"
"세리나...?"
"... 그래."
"음.. 세리나는 예쁘고... 또 예쁘고.. 착하고, 예쁘고.. 착하고.. 착하고... 그래서 좋아해..."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알렉스가 가누기 힘든 내 몸을 잡아 억지로 자신과 마주앉히고 눈을 마주보게 하며 물었다.


"나는?"


평소, 아니, 예전의 나였으면 무서워 했을 테지만, 취해있는 지금은 알렉스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 싫어?"
"아니.."


나는 그의 품에 안겼다.


"너도 좋아... 매일 이렇게... 기분 좋게 해.. 주니까.. 응..."
"그래?"
"응... 하하.. 너무 좋다.."


알렉스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조금 특이한 걸 주었다. 평소라면 가루나, 담배같은거, 아니면 마실 걸 건내주었는데, 오늘은 알약같은 걸 주었다. 우리는 약에 취하면 늘 입을 맞추었기에, 그날도 입을 맞추었다. 알렉스는 자신의 입안에 알약을 넣어 내게 입을 맞추었다. 약은 우리들의 입을 번갈아가며 오갔고, 점점 녹아갔다. 그리고 나는 점점 취했다.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심장도 미친듯이 뛰었다.


"푸흐흐..."


나는 입을 맞춘 채로 웃었다. 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란! 여기서 알렉스를 놓으면 정말로 하늘위로 붕 떠버릴 것 만 같아서 나는 그를 꽉 붙잡았다. 그 역시 나를 부서져라 잡았다. 우리의 입맞춤은 더 진해졌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알렉스의 집에서 며칠을 보내다가 학교에 갔다. 잠시 알렉스가 사라진 사이, 세리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소각장 근처, 어두운 곳이었다.


"유진.."
"응."


지금은 약에 취해있지 않았다. 갑자기 세리나가 눈물을 흘렸다.


"미안.. 알렉스가 너한테 그럴 줄 몰랐어."
".. 뭘..?"
"어제, 어제 다 봤어. 너희가 뭘 하고 있었는지."


자기 애인과 그런짓을 한다는 걸 봤다니. 세리나는 분명히 화를 내는게 당연하다. 그래야 하는데, 그녀는 슬프게 울고 있었다.


"세, 세리나..."
"유진."


그녀가 갑자기 내 팔을 잡고 나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떠나자."
"어..?"
"내가 도와줄게. 널 구해줄거야."
"나를..?"
"그래. 널 혼자 두지 않을거야. 그러면 니가 그걸... 그 약을 하게 될 일도 없을테니까."






*마약의 성분과 기능은 사실과 무관합니다. 그냥 제가 지어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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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16 23:44 | 조회 : 2,653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정의의 여신 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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