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요새-기략님(송결×김윤도)

송결X김윤도

서훈이 결을 강간하기 직전-

"약속해놓고선...!"

윤도와 했던 사소한 약속, 그 약속을 까먹은 대가는 꽤나 달았다.


"송겨.. 지금 뭐하는거야, 진서훈."

젠장할, 서훈은 작게 욕설을 뱉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씨X.. 아깝다, 형. 그지?"

싱긋 웃어주는 서훈과 달리 결은 눈물만 흘리며 덜덜 떨고 있었다. 서훈이 나가자 윤도가 서둘러 결의 옷가지를 입혔다.

"그런 일 당할 것 같으면 반항이라도 했어야지, 바보야!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흡..흐으.."

그제야 막힌 숨이 틔인 듯, 자신에게 옷을 입혀주는 윤도에게 기대어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럴 때는 울어도 되는거야."

그 따뜻한 말에 울컥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도리도리-

천천히 도리질쳤다. 더 이상 윤도에게 기댈 수는 없었다.
그 도리질에 윤도의 심장은 쿵-떨어진 걸 모른 채.

-

왜 이런거지? 왜 이렇게 마음이 아리지? 그냥 지나가는 감정일 테지, 하고 묻어보려 해도. 자꾸만 그에게 눈이 갔다.
그냥 기대도 괜찮았다. 사실 울어도 뭘해도 상관 없었다.
그는 이미 내게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그걸 진서훈보다 늦게 깨달은 게 그렇게 한스러웠다.

-

"윤도야!"

활짝 웃는 네가 예뻤다. 이런 애를, 진서훈...

"결아, 몸은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고?"

그 말에 움찔- 반응을 보인 결은 시선을 피하며 말을 흐렸다.

"내 눈 똑바로 봐."

자꾸만 시선을 피하니 애가 탔다. 내가 싫어졌나? 왜 그러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의 손목에 시선이 닿았다.


...씨발

"진서훈이야?"

여전히 시선은 손목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결에게 물었다.

"으응?"

그제야 시선을 돌린 결은 황급히 손목을 감췄다. 시퍼렇게 멍든 손목에 윤도는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너..후우, 아니다. 얼른 학교가자"
"윤..윤도야.. 그게 아니고...!"
"송결. 거짓말 하지 마."
"으읏..."

숨긴 손목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아픈 듯 신음을 흘리는 결이 안쓰러웠다.

"안 아파?"

내게 다정하게 굴지 마, 라고 외치는 결.
너를 좋아한다, 고 외치는 윤도.

어긋난 시선에 따라 둘은 엇갈려버릴 듯 했다.
그 어긋난 시선을 원래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


"송결. 나랑 자취할래?"
"대학가서...하기로 했잖아?"
"그럼 그 집에 계속 있을거야?!"
"왜 화를 내고 그래?"
"진짜로 몰라서 그래? 일부러 그러는 거야?"
"뭐..뭘?!"

혹여 마음이 들킬까 더 큰 소리가 났다.

그 집이 아니면 내가 있을 곳이 없어...윤도야.

"오늘 학교 마치고 우리집 갈래? 집에 아무도 없어."
"그래도 되는 거야..?"

갑자기 화제를 돌린 윤도를 의아하게 여겼지만 거기까지 였다. 사실 윤도 집에 간다는 것 자체로 들떠서 방금까지 큰소리 냈던 것도 까먹었다.

"푸흐, 그럼."

진짜 너무 귀여운거 아냐, 말 한마디에.

-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면 해치워야 하는 이가 있었다. 꼴도 보기 싫었지만 어쨌든 결의 동생이니까.

"진서훈, 어딨냐."
"왜요."
"잠시 따라오지."
"하, 싫은데요."
"그럼 여기서 말하고."

상관없다는 듯 윤도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허리를 살짝 굽힌 윤도는 서훈의 귓가에 똑똑히 새겨넣어주었다.

"송결, 내꺼니까 건들지 말라고. 한번만 더 그딴 짓 하면 되돌릴 수 없게 될거야."
"존× 어이 털리네."
"모르긴 몰라도 넌 이미 결에게 아웃인 거, 알잖아?"
"잘 지켜보시던가요. 제가 뺏어드릴테니"

존나 웃기는 새끼네, 코웃음치며 넘겼다. 그래, 열심히 뺏어봐.

"결은 내가 지킬테니까."

-

"결아, 벌써 자?"
"우웅, 아아니.."

졸린 지 눈을 비비적 대는 결이 귀여웠다.

"결아, 나 지금부터 되게 부끄러운 얘기 할거야."

마주앉은 자세에서 한 걸음 다가가 천천히 이야기 시작했다.

"내가, 애써 부정해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근데 이건 진짜더라고."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 너 좋아해, 송결"

결의 눈이 세차게 지진했다. 아, 어떡해... 너무 귀여워!!

"어, 나? 나라고?"
"응, 너 좋아한다고"

결이 수줍게 웃어보이다가 덜컥 놀란 듯 세차게 공동지진했다.

"뒤, 뒤에...!"
"지×하고 있네."
"진..서훈"
"왜 둘이서 아주 살림을 차리시지"
"잘 아네. 어떻게 알았대?"
"에에?!"

자신만 모른 미래의 계획에 놀란 결과 관계없이 윤도는 당당하게 서훈에게 선포했다.

"결이랑 사귄다고 거기 얘기해. 어차피 너는 이어지지 못하잖아?"

시×... 작게 욕을 중얼거리던 서훈은 그대로 뒤돌아 나가버렸다.

갑작스러운 서훈의 등장에 덜덜 떨던 결을 보며 윤도가 한숨지었다.

"후우, 송결. 나 여기 있어"

윤도는 결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안아주었다. 흠칫, 놀랐던 결은 윤도의 따뜻한 품에 기대어 위로받음에 감사했다.

"윤도야, 사실 나도 너 좋아했어."
"...과거형이네."
"으응, 그렇지만 난 아직 그 곳에 있어야해."
"결아, 미안한데 그건 내가 용서 못하겠다. 우리 그냥, 같이 자취하자. 나랑 사귀기 싫으면 그냥 친구로 지내도 돼. 응?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널 어떻게든 빼내고 싶단 말이야."

서훈과의 날카롭던 말투를 완전히 내려놓은 채, 윤도는 결에게 애원하다시피 했다.

어쩌면 윤도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이 그 곳에 다시 발을 디딘다면, 서훈에게 농락당할 그 지옥을.

-
"...윤도야"

자는지 새근새근 숨소리만 감도는 방.

"나, 여전히 너를 좋아해."

까만 뒷통수가 눈이 아릴만큼 쳐다보았다.

"나는 네게 피해주기 싫어. 서훈이 더 이상 너를 안 다치게 만들고 싶어. 그럴려면 내가... 내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집에 가면 어떤 꼴을 당할지.

"그러니까 날 용서하지 마"
"싫어"

어느새 뒤돈 윤도는 손을 뻗어 바로 옆에 누운 결을 끌어당겼다.

"헙..."
"숨은 쉬고. 나는 송결 안 놓을건데. 내가 안 놓을건데."

꼭 끌어안은 그 품에서 윤도는 다짐하듯 결에게 속삭였다.

"나랑 같이 살자, 결아. 너 이미 속마음 다 들킨 거 알지? 우리 전학도 가자. 굳이 여기 안 살아도 돼, 나는"
"피해.."
"쓰읍, 진짜. 너 그것 좀 고쳐. 그게 나한테 피해일지 행복일지 내가 아는거 잖아. 나는 니가 옆에 있는 게 더 행복이라고,"

잔잔히 전해지는 윤도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 나는 참 좋은 사람이랑 친구였구나. 참 좋은 사람을 짝사랑 했구나.

"나랑 같이 살아줄래?"

마음이 간지러웠다,

간질거리는 그 마음이 살랑살랑 다가와 내게 안겼다.

그 여름밤, 나는 연인이 생겼다. 잔뜩 상처난 마음을 연고 발라주는 다정한 연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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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1-15 00:56 | 조회 : 1,964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댓글에 홀려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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