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엘 팬픽] 플루터 (flutter) 6화



"시큐에엘~"

【정말 자주 부르는 군, 그렇게 할 짓이 없는가?】

"헤헤~ 말동무가 필요하단 말이야~"

【...상급정령을 말동무로 소환하는 건 그대밖에 없을 꺼다】

"히힛, 그래서 말동무 안해줄꺼야?"

【그대에겐 가족이나 친우가 없는 듯 하군, 한 번도 못 본거 같다】

"...으음 예전에 봤다시피 모습이 이래서 말이지. 인간 마을엔 잘 안 내려가는 편이라, 가족은 글쎄...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다고나 할까?"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곳에 올때는 난 혼자였으니까.

글쎄, 예전 세계에서도 함께라고는 생각이 든 적은 별로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혼자인 게 싫어서 시큐엘을 자주 불렀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군】

"시큐엘, 왕은.. 안 오셨어?"

사실 안 온 건 알지만 그냥 물어보는 거다.

【아직... 오지 않으셨다】

"물의 정령들을... 얼마나 남았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와 시큐엘이 함께한 시간이 1년이 다 되어간다.

물의 정령왕이 소멸한 지 3년 째. 내 예상으로는 시큐엘도 곧... 조용히 침을 삼켰다.

【...내가.. 마지막으로 남은 시큐엘이다】

아.. 아.. 분명 대충 예상은 했지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헤어짐을 예상했지만 이별에 익숙해지는 건 역시 불가능한가보다.

목까지 차오르는 흐느낌을 꾹 누르고는 담담한 척 얘기했다.

"응... 그렇구나... 시큐엘도 곧 가야하지...?"

【그럴...꺼다. 왕께서 빨리 돌아오셔야 할 텐데..】

시큐엘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와중에도 엘퀴네스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기특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베아트리스 아리엘,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진 내 인간 계약자여, 그대 덕분에 남은 나의 생이 심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면 꼭 마지막 같잖아..."

아니 마지막이란 건 알고 있어..

눈물을 흘리자 시큐엘이 다가와 눈물을 핥아주었다. 그리고 눈을 마주하곤 얘기했다.

【언젠간 다시 만날거다. 우리는 서로가 다른 모습이어도 알아볼 수 있을 거다. 아니 내가 알아볼거다. 아리엘, 그대에게 물의 축복이 가득하길】

시큐엘의 몸이 점점 투명해졌다. 안 그래도 투명한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 잊으면 안 돼... 시큐엘.. 시큐엘.. 나 잊지마요.. 그동안 고마웠어..."

그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그동안 못다한 말을 해야하는 데 흐느낌이 멈추지 않았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입이 떨렸다. 분명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충격이 심했다.

【안녕, 아리엘】

"응.. 시큐엘 안녕..."

처음으로 시큐엘이 나에게 반말을 썼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또한 우는 얼굴로 환하게 마주 웃었다. 나는 아마 이 순간의 시큐엘의 표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잘가요, 나의 정령, 내가 이곳에서 처음으론 사귄 친구."

시큐엘이 사라진 곳을 보며 내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계약이 끊어졌다는 것을.

정말 소멸했구나. 시큐엘. 이제 널 볼 수 없는 걸까.

소멸할거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정을 줘버렸다. 너무 소중해져버려서...

이별이 아플 거란 걸 알고 있는 데 그 시간들이 그 순간들이 너무 행복해서 놓치기 싫었던 것 같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곳에 돌에다가 시큐엘과 내가 처음 만난 곳이라고 칼로 새기고는 호수 옆에 묻었다.

이렇게라도 우리가 함께 했었단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언젠가 이걸 보고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나는 그 날 산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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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04 01:29 | 조회 : 2,876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캐붕 쩌러! 쩌러! 똥퀄 작가 유시리는 오늘도 연중 욕구가 치밀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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