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그렇게 잠이 들었나 보다.
유리창 너머의 창문에서 햇빛이 따스하게 비치고 밝은 빛에 눈을 떴다.
'...졸려'
그래도 라온과 함께하는 시간을 1분이라도 낭비할 수 없어.
왜냐면...
아니 생각하지 말자.
그저 평소대로 하면 되. 웃자. 웃자..
그렇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안면근육에 마치 마비가 온 듯 입꼬리는 달달 떨렸다.
억지로 입을 들어올리자 볼근육이 찢어지는 듯 했다.
확실히.. 오늘따라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게 힘드네..
이 상황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차분한 내 상태가 전혀 이해할수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과연 그 최근이 언제가 될까.'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혼자서는 견디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혼자서 견딜꺼야. 내 소중한 사람에게 짐을 지우진 않을래.
그 소리와 함께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주사타임.
솔직히 저게 독이란 소리를 듣고도 거부감이 안 드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내가 싫대서 안 맞을 수 있는 거도 아니고.
맨 처음보단 익숙해지기도 했고...
'죽진 않겠지.'
익숙한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거부감 가득한 액체가 곧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다른 거 같.
"컥.."
숨이.. 숨이.. 안 쉬어져..
"크윽...컥..킥..켁.."
혼자서 바둥거렸다. 마치 기도에 누군가 뭔갈 끼어넣은 거 같았다.
눈물이 날 거 같이 목구멍이 따가웠다. 분명 약이 들어온건 피부였는데.
"컥..큭...커..ㅋ..컥.."
그리고 내가 주사를 넣던 연구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상증세를 보이는 내 모습을 보고도 바로 옆 방의 실험체를 향해 주사를 들고 갔다.
'살려줘.'
죽기싫어 죽기싫어.
살고싶어, 살고싶어, 살고싶어.
'도와줘, 라온'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시야는 하얘졌다 노래졌다 까매졌다 색색별로 변하다가 마지막엔 검은빛으로 바꼈다.
고통스럽다. 머리가 누군가 송곳을 박아넣는 것 같다.
폐에 누가 구멍을 낸 거 같다.
목구멍에 총알을 박아넣은 거 같다.
입가에 침이 마치 질질 흐르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걸 신경쓸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
그렇게 난 눈을 감았다.
* * *
검은 머리의 악마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아직까지 어리긴 하군. 그래도 안 죽네."
옆에 있는 자는 그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검은 머리의 악마는 아니 악마를 닮은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확실히 저 아이는 재미있어 우리 국가에게 많은 명예와 영광을 누리게 해줄 거 같군"
그러며 옆에 있는 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라온.
그리고 그런 악마 옆에는.
클로드가 그렇게 부르던, 도와달라던.
소중한 이, 라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