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라온시점} 미안해 (1)

내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었다.

참으로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잘 웃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아야 마땅한 아이였다.

하지만 나의 동생은. 의문모를 병에 앓게 되었다.

내게 동생은 삶의 이유였기 때문에 동생에게 난 내 모든 재산을 쏟아부어도,

나의 동생은 눈을 뜨지 않았다. 가끔 눈을 떠도 초점 잃은 눈동자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난 포기할 수 없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까지 내 몸의 소유권을 그들에게 넘긴다는 서류까지 작성했다.

그런데 신도 무정하시지.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는 떠나기 전 내게 말했다.

'오빠, 이제 나는 저 하늘을 날아다닐래. 나는 그저 이 무거운 육체를 버리고 저 세상을 향해 새로운 시작을 향해 발을 내딛는 거야. 그러니까. 슬퍼하지도. 울지도 말고.'

"우리 행복했던 기억만 남기는 거야"

그녀는 내 손을 마지막으로 꼭 잡고선 그 말을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날 왠지 그 말이 마지막 말처럼 느껴져 불안했었는데,

그날 밤. 그녀는 조용히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고 내게 남은 건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빛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돈을 갚기 위해 일도 했지만 먹지 못해 점점 몰골은 처참해져갔다.

그러다 결국 팔지 못하면 폐기처분이라도 해야겠단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그때 난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다, 이제 더 이상 빚 걱정은 안 해도 되는건가.'

그리고 그 날 나는 그를 만났다.

검은 머리의, 붉은 눈을 가진 그 남자를

* * *

그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나를 치료해주고 공부를 가르쳐주었었다.

나를 칭찬해주었고 내 이야기를 해주자 나의 여동생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그렇게 만들꺼라고 해주었었다.

나는 그런 그의 말에 그의 의견에 따라 이 연구소 안에 들어오게 되었었다.

솔직히 나의 이기심으로 인해 눈 앞에서 다른 이들이 죽어가는 걸 모르는 척 했었다.

나와 상관도 없지 않은가.

솔직히 죄책감이 없던 건 아니다. 미안하지만, 단지 그 뿐일 뿐이었다.

-그 아일 만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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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05 00:13 | 조회 : 1,519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끙 제 자캐드른 과거가 좀 다 불쌍하네용... 분위기 어쩔거야 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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