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평범한 일상은 부서져가고.

깜빡깜빡.

이건 마치.

내가 맨 처음에 갇혀있던 온통 하얗기만 한 방 같잖아.

그건 그렇고 난 왜 여기..

상체를 들어올리려는 순간 온몸의 근육이 끊어지는 고통이 손끝부터 퍼져나갔다.

"윽.."

내가 그렇게 조용히 신음을 내뱉자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크..클로드! 괜찮아?"

'라온. 라온. 보고 싶었어.'

"어..ㄸ..ㅓ...ㄱ, 콜록 켈록!"

말을 하고 싶은데 목구멍이 마치 모래(백모래X)가 가득 들어있듯 까끌거리고 목소리가

막 갈라져 듣기 싫은 소음이 나왔다.

"이번에 새로운 약이 니 몸에서 부작용을 일으킨 거 같대.. 괜찮아?

너 하마타면 죽을 뻔 했어. 너 지금 사흘 만에 일어난 거야."

'많이도 잤네.'

"아마 근육이 많이 경직됐을거야. 딴 데도 부작용이 있을거고. 며칠 동안은 푹 쉬어."

끄덕끄덕.

작은 움직임이었는데도 찌릿찌릿 손 끝이 아팠다.

그렇게 며칠 동안 그동안 꿈만 꾸던 라온과의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라온은 어디가지 않고 매일 나의 곁에 있어주었다.

그리고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주로 라온 혼자 얘기하는 거였지만

"클로드, 넌 만약에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너가 힘을 가지게 된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복수할거야?"

'뭐, 당연한 소릴.. 당연하지, 힘이 없는거면 몰라도 있으면 복수할거야.'

"응"

"... ..."

라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의 손을 조용히 잡으며 이야기 하였다.

"나는 니가 복수를 하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아픔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이 그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나보다.

라온이 뻘쭘해하며 말을 이었다.

"굳이 너의 손을 더럽히며 복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내가, 내가 더 이상 너 곁에 없는다고 해도. 그래도 자책하지 마. 그건 나의

선택이었을테니까. 내가 선택한 나의 운명이니까."

오늘따라 꼭 마지막같이 이야기하는 그의 말이 싫었다.

그의 손바닥에다 손가락으로 글을 썼다.

'왜 그런 말을 해. 마지막 같잖아.'

자신의 손바닥을 보며 그는 그저 웃었다.

그 웃음이 더욱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라보는 것 말곤 없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잠시 숨을 고르곤 다시 입을 열었다.

"클로드, 클로드. 나는 니가 지나간 일들을 아쉬워하고 그리워는 하되 후회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아쉬워하는 것은 가끔 뒤돌아서서 바라보다 앞으로 걸어가지만 후회하는 건 뒤만 바라보며 제자리에 서 있는 바보같은 짓이니까. "

"그리고 미워하지마.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도 참 힘든 일이거든.."

그는 늘 나에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이번 말은 뭔가 나에게 꼭 말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것만 같았다. 어째서.

우리가 마지막일리가 없는 데.

다음에 얘기해도 되잖아. 내가 조금 더 크고 나면.

그런 나의 마음이 눈동자에 드러났는 지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똑똑하니까. 다른 아이들과 다르니까 내 말을 이해할거라 믿어."

일렁이는 눈동자로 그를 마주보았다.

흔들리는 나의 눈동자와는 다르게 그의 눈동자와는 확고한 결정을 한 눈동자였다.

...무엇을? 너는 무엇을 결정한 거야? 도대체. 왜 다들 숨기기만 하는 거지.

'차라리 내가 틀린 거였다면 좋겠어.'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웃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그도 마주 웃어주었다.

그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켰다.

[ㅇㅇㅇ 기상캐스터입니다.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맑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어 가족들이 나들이가기 딱 좋은 날씨가 될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도 다음에 한 번 소풍 나가자. 내가 휴가 받으면 같이 요 좁은 공원이 아니라

밖으로 한 번 나가보자. 식물 많이 소개 시켜줄게."

"응, 약속."

꾹.

그렇게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 일상이 깨지기 않길 바라며.

그러나 그런 나의 바람은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깨어졌다.

아아, 신은 어째서 나에게 이리도 잔인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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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09 00:50 | 조회 : 1,484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제..제가 동인 차트 Top 순위에 들어갔어요.. 저 따위가.. ㄷㄷ 이게 다 댓글 달아주시거나 말 없이 보고 가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진짜 사랑해요! 원래 5월 12일에 올릴랬는데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다 믿고 올립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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