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그가 하려던 것.

이 곳에서, 이 지옥에서 클로드만은 빼내고 말겠어.

-설령 내가 죽는다 해도.

너를 이곳에 버려두지 않을래.

그 생각을 한 건 소장이 너에게 그 약을 주사하고 너가 몸부림치며 쓰러졌을 때였다.

나는 그저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또. 바보같이. 아파하는 널 보고도 난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날 난 생각했다. 이곳에서 꼭 너를 구출해내겠다고.

왜냐면 넌 이미 내게 너무나 소중해져버렸거든.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너무 넓어서. 이 좁은 공간에 갇혀있기엔 아직 갈지

않은 광석인 너에게 흘러가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웠기에.

그렇게 나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할 큰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매일매일 그 목표를 향해 차곡차곡 계단을 쌓아갔다.

터무니없어보이던 그 목표도 어느새 좀 있으면 손 끝에 닿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마음 속에 숨어있던 불안과 초조함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더욱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동안 너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 하지 않았던 말을 너에게 했다.

그 말들은 똑똑한 너에겐 어떤 의민지 전해지겠지. 넌 불안해하겠지.

니가 아파할 건 알지만. 왠지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전하지 못할 것 같아서.

너에게 얘기하였다.

그리고 그 날 밤.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두근두근. 콩닥콩닥. 손만 뻗으면 이제 닿을 수 있게 된 자유가.

꿈에 취한 나머지 이 모든 게 그의 함정일거라곤 생각 안 했다.

그리고 어두운 복도를 뛰는 데 저 앞에서부터 전등이 하나하나 켜지는 순간

직감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아, 들켰구나.'

그래, 이렇게 잘 풀릴 리가 없지.

역시 너무... 바보 같았나.

막상 시도할 때는 미친 듯이 뛰며 불안하던 가슴이 빠르게 진정되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

수는 여섯, 아니 일곱인가.

그리고 저 뒤엔. 그래. 너구나.

...소장 새끼.

으득.

"라온 군, 자네가 이럴 줄은 몰랐는 데, 이것 참 유감일세."

싱글 싱글 웃는 얼굴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걸?

"라온, 넌 재능이 있어. 똑똑하고 무엇보다 현실적이지. 하지만 잠시 그 꼬맹일 보며

환상에 빠진 것 뿐이야.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지? 너에게 1번의 기회를 더 주도록 하겠어. 그러니 돌아와. 그리고 그 아이는 실험에 참여하게 될 거야. 우리 국가를 위하여--."

"캬, 확실히 회유는 잘하신다니까."

"그래, 그렇지? 그러니 돌ㅇ.."

"죄송하지만 그렇겐 못하겠습니다."

"... ..뭐?"

"그렇게는 못해요. 더 이상은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며 숨을 한번 고르쉬곤 난 다시 얘기했지.

"매일 비명 소릴 모른 척 해왔어 나만을 위해. 그런 날 과연 혐오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아이는 오로지 나의 편이 되어주었어. 내겐.. 여동생이 죽은 이후로는

아무도 없다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내게 다시 흑백이던 세상에 색깔을 주었어."

"하... 스스로 굴러온 기회마저 다시 차버리다니. 실망이네."

"어쩌나 실망이라서, 근데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잖아."

"너가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아깝지만 죽이는 수밖에-"

"누가 순순히 죽어준대?"

'숫자는 여섯, 불리할 거 같긴 하지만. 시간은 충분히 끌 수 있어. 그리고 어차피..

이젠 다 끝났어. 그러니 소장만 해치우면..!'

날라오는 둔기를 잽싸게 피한 후 날 향해 뛰어오는 연구원 1명의 복부를 발로 가격한

후 정신을 못 차리는 틈에 그를 내 뒤에서 달려오는 연구원에게 던진 후 소장에게 뛰어갔다.

'좋아, 뚫렸어. 이제 넌 끝ㅇ..'

탕-!

그에게 달려가던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그의 품에서 검은 빛을 내는 금속이었다.

복부가 무언가에 의해 꿰뚫리는 기분이었다.

아아. 끝났구나.

붕 떠오르던 몸이 빠른 속도로 땅을 향해 떨어졌다.

쿠당탕 철퍼덕

"커헉..!"

비릿하고도 따뜻한 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손으로 구멍을 막지만 울컥 나오는 피를 다 지혈하진 못했다.

하얀 가운이 핏빛으로 물들고 내 시야도 점점 빨개졌다.

"아, 불쌍한 라온. 결국 넌 이번에도 아무도 지키지 못하였구나,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챙겨줄 존재도 없겠지. 그리고 너는 죽겠지. 아아 불쌍해라."

'총은... 예상치 못했는데..'

내 실수다.

아 어떡하지.

'클로드랑.. 나들이 나가기로 약속했는데.. 날씨도 모처럼 좋은데.'

미안해 클로드. 아무래도.. 약속 못 지킬 것 같다.

"부디...쿨럭..행복해야된다..."

그렇게 감기는 시야로 마지막으로 너의 웃는 얼굴을 생각했다.

미안해. 안녕.

6
이번 화 신고 2018-05-11 02:05 | 조회 : 1,609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