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고.

지금 내가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 이유는...

어젯밤.

라온이 아까 했던 말 때문에 쉽게 잠에 들지는 못하고 뒤척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까무룩 잠이 들었는 데.. 밤 늦게 들려온 굉음.

'마치 총소리 같았단 말이지...'

내가 잘못 들은 것일수도 있지만, 왠지 기분이 더러웠다.

'라온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불안해. 불안해. 제발 라온 늘 그랬듯 웃으면서 나타나줘.

좀 늦었지. 하면서 나타나 줘.

그리고 내 손을 잡아줘.

나 지금 너무.. 불안해.

-...

하지만 그 날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라온은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은 긴장과 불안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젠장젠장젠장.. 왜 안오는거야..'

잘근잘근 엄지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런 내게 누군가 찾아왔다.

...익숙한 얼굴.

이쁜 눈동자. 하얀 머리카락.

'...백모래가 먼저 날 찾아온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백모래 씨. 라온이 어떻게 된 거지?"

움찔.

떨리는 어깨를 잠시였지만 난 분명히 보았다.

"아, 아니. 그..그런 거 아니야."

백모래 씨.. 거짓말 되게 못하는 구나.

"백모래 씨."

"어..어?"

"...나한테 거짓말 하지 말아줘. 사실을 얘기해 줘. 충격받지 않을게."

"... ..."

[백모래 시점]

라온은 약간 어둡고 냉철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만나고 참 많이 달라졌다.

그의 머리색처럼 따뜻한 태양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뀌게 한 중심에는... 그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한 쪽 눈은 붉은 루비를, 한 쪽 눈은 파란 사파이어를 녹여 만든 것처럼 서로 다른 색이 조화를 이루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아이였다.

많이 어려보였음에도 우리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 듯 했다.

귀엽고 재롱도 많은 아이였다.

그 아이와 만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참 신경이 많이 쓰이고 같이 있으면 나까지

밝아지는 기분이 드는 그런 아이였다.

'특히 라온이 그 아이를 참 많이 아꼈고.'

요즘따라 라온이 조금 이상했다. 무언가에게 쫓기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가 하는 게 있는 듯 한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었다.

나에게도, 그리고 클로드에게도 숨기는 듯 했다.

'이상 행동을 보인 건.. 저번에 클로드가 쓰러지고 난 이후 부터였나.'

이상하다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계속 불길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좀 지난 후 들려오는 이야기.

'-라온이 국가 기밀을 밖으로 유출하려 했다.'

"라온은.. 그럴 리가 없어."

참 욕심이 없는 남자였다. 돈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국가 기밀을 유출하려 했다고? 말도 안 되었다.

"하지만.. 증거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는 걸."

그가 기밀을 유출하려 할 때 소장이 잡았고 그가 반항하자 총살했다고...

"어짜자고 그런 거야, 라온.."

클로드는 아직 어린데. 너가 필요한데.

너를 기다리고 있을 그 아이가 걱정이 되어 처음으로 내가 먼저 그 아일 찾아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아이는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한 말은 좀 의외였다. 라온에게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을 줄이야.

확실히 또래답지 않은 통찰력과 상황 판단력이었다.

나의 눈을 마주 쳐다보며 진실만을 말해달라는 그 말을 무시할 수 없어서 내가 들은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서 우는 줄로만 알고 당황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군요. 사실대로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요."

"아.. 아니야.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다행이다. 많이 상처받은 거 같진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자신의 일을 하러가는 백모래였다.

[다시 클로드 시점]

뒤돌아서 돌아가는 백모래의 등을 쳐다보며 애써 웃던 입꼬리에 힘을 뺐다.

주저 앉으며 흐느꼈다.

"왜 매일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라온, 라온. 너가 유출하려던 국가 기밀은 아마 나이지 않았을 까.

나는 너와 함께 있는 걸로도 만족할 수 있는 데.

"나들이 나가기로... 약속했으면서...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

그 날 밤새도록 비가 땅을 적셨다. 쉴새없이 흐르는 비 때문에 홍수 피해를 입은 곳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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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14 03:56 | 조회 : 1,612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저번 화와 이번 화를 보면 약간 이상한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어느 부분일까요? 그리고.. 라온은 저도 굉장히 아끼던 캐였습니다...(시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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