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놔주는 방법을 배우고.

아직도 라온이 없다는 게 현실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역시 라온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

솔직히 아직 라온이 돌아올거라 믿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알고 있는 걸..'

라온은 죽었다는 걸-

처음엔 많이 충격먹었다. 슬펐고 상처받았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슬프다. 하지만..

"이제 그만 놔주려고 해.."

['클로드 나는 너가 그리워는 하되 후회하는 삶은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기억 속에 강렬히 자리잡은 그가 해준 말.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이나 다름 없던 그 말 하나하나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영원히 기억할 말들이 되었다.

"라온 말.. 명심할게. 그리고. 복수는 하지 않을꺼야. 왜냐면 라온이 그러지 말아달랬으니까. 그러니까 라온도 꼭 날 지켜봐줘. 그거면.. 난 충분하니까."

솔직히 소장 새끼는 죽여버리고 싶었다.

라온을 어째서 왜..

나에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었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를 죽이는 짓을

해서는 안 됬었다.

하지만..

라온은 복수로 내 손에 피를 묻히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어.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용서해줄게."

그녀는 창문을 올려다보며 힘없이 이야기하였다.

계속 질척질척 내리던 비가 어두웠던 하늘이 조금은 맑아진 듯했다.

새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에 차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라온의 품에게 안겨있는 듯한

포근한 느낌이었다.

"안녕, 라온."

그렇게 구름과 함께 나는 그를 놔주는 방법을 배워갔다.

어느 순간 모두 놓아버릴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조금씩.

'행복하고 소중했던 추억은 간직하고, 아픈 추억은 조금씩 놔주는 거야.'

그래. 그거면 됐어.

"그렇지.. 라온?"

그녀의 볼을 따라 투명한 눈물이 다시금 떨어졌다.

* * *

그렇게 버린다 말은 했지만 아직까지 내가 더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의미는 생기지

않았다. 백모래도 가끔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내가 먼저 웃으며 말 걸지

않으니 그도 우물쭈물 대며 말걸기를 시도하다가 내가 대답도 시원찮고 어두우니 포기한 듯 했다.

마음에 고통에 비하면 주사 따위가 주는 고통따위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아예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견딜 만 했다.

아픈 상처를 티 내지 않는 방법을 그렇게 터득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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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15 23:40 | 조회 : 1,628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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