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리 너머로 보이는 하늘에 있는 구름을 가지고 놀고 있다.
만질 수는 없지만 이렇게 내가 하는 손모양에 따라 구름들이 모양을 맞춘다.
하트 모양, 별모.. 아 하트 모양 부서졌다.
손을 대지 않고 모양을 유지시키는 건 좀 많이 힘들었다.
구름들이 파사사 흩어져버렸다.
그냥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 심심해서 환상이라도 보이는 건가.
'...졸려'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을 하고 나오는 눈물을 슥슥 닦은 후 그냥 졸리는 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 * *
...깜빡
.......
깜빡 깜빡
'... 여긴 또 어디여'
눈을 뜬 내게 보이는 건 온통 검은빛 세상. 아니 드물게 회색빛도 섞여있긴 한데 어쨋든 처음보는 공간이었다.
'잘 땐 제발 안 건드리면 안 되나. 매너없는 새끼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였다.
철컹!
...?
철컹철컹 철크덕
그제서야 뭔가 몸에 이상한 게 칭칭 감겨있다는 걸 느꼈다. 더불어서 그건 눈을 뺀 내 모든 얼굴에도 감겨있다는 걸.
팔을 움직이려하자 쇠사슬이 뒤쪽에 묶여있어 조금밖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군데 군데 내 몸과 이어진 호스는..
'주사 대신에 이렇게 주입하겠단 건가.'
얼굴을 찌푸렸다. 몸이 떠 있는 걸 보니 물 속인건가.
어쩐지 입에 뭔가 연결 되 있더라.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시야에 한 줄기 빛이 생겼다.
그리고 그 빛은 곧 시야를 완전히 점령하였다.
눈을 찌푸리며 (손으로 눈을 비빌수가 없어서)
깜빡이길 반복하며 빛에 익숙해지려 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건
'시발.'
소장 새끼였다.
'무슨 배짱으로, 왜, 왜, 왜.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났니?'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라온.. 때매 그러니?"
'개새끼. 그 이름을 감히 니 입에 올리지 마..'
바들바들
"맞아. 라온은 내가 죽였어."
철컹철컹철컹!!
"와아 살벌해라. 근데 그건 절대 못 부셔뜨릴거야."
쩔그럭 쩔그럭
"넌 이제 죽은 걸로 서류 판명이 될 거야. 이 곳은 나만 아는 비밀 아지트나 마찬가지. 앞으로 너는 계속 잠들어있겠지. 가끔 깨어나긴 하겠지만. 너의 시간은 이제 여기서 멈추는 거나 다름없지. 성장하지 않지만 시간은 계속 흐를거야. 만약에,
만약에 여기서 니가 나가게 된다고 해도 그 때는 이미 너가 기억하는 세상과는 많이 달라져있을꺼야."
'.... 와 미친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겠네. 자기만의 세계에 취한 새낀가..'
"지금은 내 말을 이해할 수 없겠지. 하지만 언젠가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꺼야. 그럼."
그와 동시에 밝아졌던 시야가 다시 서서히 어둠으로 삼켜졌다.
쩔그럭 쩔그럭
철크럭 철컥철컥
답답해.
어두워, 무서워, 괴로워, 두려워..
외로워.
살려줘. 누구라도 좋으니 날 살려줘. 도와줘. 나만 왜 고통받아야 하지.
누구라도 좋으니 날 발견해줘. 나를 혼자두지마. 나 너무 외로워. 외로운 건 싫어....
"ㄹ..ㅏ.."
입을 벌려봤자 호흡기에 막혔고 목소리를 내봤자 공기방울로 올라가 위에서 터져사라질 뿐이었다.
이상하게 계속 졸려왔다.
그 이후로는 깼다가 잤다가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자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난 것을 느꼈지만 내 몸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의 말이 어떤 말인지도 대충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백모래 시점]
...클로드는 죽었다. 계속해서 어둡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갈 아이는 아니었는데.
라온에 이어 클로드도 죽었다니...
클로드는 실험 도중에 약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나는.. 나는..
"둘의 마지막 모두 난 함께 하지 못했구나.."
하아-
한숨을 내 쉬며 클로드와 라온과 셋이서 늘 다니던 휴게실로 갔다.
나무 앞에 설 때마다 지나간 기억들이 생각났다.
[클로드 : 라온- 꽃팔찌! 꽃팔찌 만들어줘!
라온 : 저번에 가르쳐줬는데 못 하겠어?
클로드 : 아니~ 하지만 라온이 해주는게 조아! 그리고 모래도 이 꽃 더 찾아줘!
백모래 : 뭐지 자연스럽게 명령하고 있엌ㅋㅋ
클로드 : 에헤이 기분탓이야 기분탓!]
... 피식.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며 하얀 꽃을 꺾었다.
클로드가 유난히도 좋아했던 꽃이었다.
"...미안해."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그리고 너희를 따라갈 용기가 없어서.
우리가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 이후로 백모래가 불로불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그 이후의 소식은 알 수 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