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스푼(spoon)을 만나다 (2)

... 귀엽다..

그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다크써클같이 눈 주위는 누구에게 맞은 듯 검은색이었지만

그는 일단 귀여웠다.

응. 누가 뭐래도 귀여웠다.

그의 외모에 정신팔려서 그가 한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귀능 : 저기.. 괜찮으신가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클로드 : 아... 네. 그런데.. 여긴?

귀능 : 아! 소개가 늦었네요. 여기는 히어로 기관 스푼입니다!

...? 숟가락?

클로드 : 히어로라면.. 경찰이랑 비슷한 건가요..?

귀능 : 음.. 네! 뭐 그렇죠! 근데 저희는 똘마니에 더 가까워요!

클로드 : ...하하.. 네.. 근데 제가 왜 여기에..?

귀능 : 아 그게 구출 도중에 실신하셔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클로드 : 클로드. 클로드입니다만..

귀능 : 클로드 양.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아는 걸 좀 다 말씀해주시겠어요?

[귀능 시점]

그 때 구출한 실험체로 사용되었던 혼혈들에게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물어보았지만

제대로 아는 혼혈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자신들한테 약물을 투여했고 고통스러웠다는 거 말곤 정확한 게 없었다.

솔직히 이 아이한테 물을 때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란 희망은 없었다.

그런데 이 아이의 대답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클로드 : 음.. 말하자면 되게 긴데. 제가 있던 연구소의 목표는.. 불로불사.

귀능 : 예?

클로드 : 말도 안 되죠?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어요.

귀능 : 그..그럼 클로드 양은 그걸 어떻게..?

그 말을 하고 후회했다. 클로드의 얼굴이 잠시 굳어져있더니 슬픈 기색이 지나갔다.

클로드 : ...저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일때 이 연구소에 왔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

제일 처음으론 만난 사람이 있어요... 내게 처음으로 생긴 소중한 사람.

그가 알려주었어요. 그는 연구원이었거든요.

그걸 말하는 클로드의 얼굴은 외로운 표정이었다.

클로드 : 그리고.. 어떠한 일로 그가 죽은 후에 나는 이상한 검은 유리관 안에 갇혀있었어요. 글쎄, 시간은 얼마나 지났는 지 가늠할 수 없어요. 하지만 되게 많이 지난 거 같아요. 그런데 약물이 성장억제제였는 지 전혀 자라지도 달라지는 게 없었어요.

매일 눈을 뜨면 똑같이 어두컴컴한 세상 뿐이었어요. 그 이후엔 계속 잠들어있었고요. 그래서 전 제 나이를 정확하게 몰라요.

귀능 : ... 많이 힘들었겠네요..

클로드 : ... ...

그녀가 희미하게 미소 짓더니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했다.

클로드 : 글쎄요..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 슬픔과 고통이 더 괴로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녀는 매우 외로워 보였다.

[클로드 시점]

음 일단 주요 사건만 잘 간추려서 얘기한 거 같은데.

클로드 : 이게 대충 정리한 거고요. 자세한 건 부분적으로 물어보셔야 제가 답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언제든지 물어봐주세요. 아는대로 대답해드릴게요.

귀능 : 아 그렇다면.. 그.. 클로드 양이 언급하신 그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겠어요?

아. 하필.. 또 생각나버렸어. 그리워지게.

클로드 : ... 그의 이름은 라온. 태양같은 머리카락과 눈을 가졌어요. 눈물이 참 많은 남자였어요.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 내가 연구소에 도착한 후 처음 만난 사람이에요.

내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내 인생의 버팀돌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사람.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아직도 눈 앞에 그의 웃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아, 보고 싶다.

클로드 : ... 라온이 죽은 이유는 국가 기밀을 유출하려고 해서였대요. 하지만 전 아니라고 봐요. 아니 아예 틀린 건 아니죠. 아마 그 국가 기밀은.. 저였을테니까요.

귀능 : 네?!

많이 놀란 표정이다. 사진기가 있다면 찍어서 평생 소장할텐데

클로드 : 그래서 전 총소리가 싫어요.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 그 날 밤에도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거든요. 라온은 아마 이 연구소에서 날 꺼내려다가 들켜서 죽었겠죠. 그 새끼한테..

으득!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깨물자 내 앞의 귀여운 남자가 놀랐다.

아, 욕 써버렸다.

귀능 : 그 새끼가..? 누군데요?

클로드 : ... 망할 연구소의 소장. 라온을 죽인 개새끼. 나를 가둔 장본인. 검은 머리에 빨간 눈동자를 가진 악마.. 잔인하고 잔인한 악마같은 사람.

후-하-후-하 심호흡 화내지 말자. 진정하자. 클로드. 진정해.

클로드 : 그런데.. 그 많이 늦은 거 같지만 그 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귀능 : 어이쿠!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스푼의 비서이자 판다혼혈, 귀능이라고 합니다.

클로드 : 그렇구나.. 귀능 씨,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귀능 : ? 무슨 부탁인데요?

클로드 : 라온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리고 소장은 어떻게 된 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모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마지막에 백모래라고 말하는 순간 귀능씨의 어깨가 심하게 움찔거린 거 같았는 데.

기분 탓인가.

클로드 : 무슨 문제라도..?

귀능 : 백모래와는 무슨 사이인건가요?

클로드 : 아, 백모래는 라온의 동료에요. 뭐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갇히는 바람에 추억은 별로 없지만 참 좋은 사람이에요. 거짓말도 잘 못하고. 라온에 대한 소식을 저에게 알려준 사람이죠. 그도 연구원이에요.

귀능 : ... 그의 이목구비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뭐지? 백모래를 아는 사람인가?

클로드 :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에 황금을 녹여만든 듯한 반짝이는 예쁜 노란 눈동자를 가졌어요. 눈의 요정이 존재한다면 그렇게 생긴 것 같아요. 잘생겼다긴 보단 예쁘다에 가까운 외모죠.

그런데 한마디, 한마디 말할 때 마다 귀능씨의 얼굴이 굳어가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귀능 :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실래요?

클로드 : 네.

그러곤 그는 들고 있던 서류를 접더니 급한 일이 있는 듯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뭐지, 갑자기 왜 저러지.

'나 뭐 말실수라도 한 건가.'

...

조용히 자신이 한 말을 생각하며 걱정하는 클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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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21 00:43 | 조회 : 1,674 목록
작가의 말
유실리아

아하하핫. 개연성따윈 팔아서 달고나 사먹었는데요. 작가가 엄크 떠서 몰래 몰래 쓴다고 내용이 이상할수도있어요.. 오타 지적 환영! 휴 전개 펼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QnA 는 계속 진행 중이에요! 제발 많이 질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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