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의문의 소녀 (3)

연하를 학교에 보낸 후, 나는 급하게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밝은 빛과 함께 페리안의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이 나는 가장 가까운곳에 있던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아직 주변이 조용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코트에 달린 후드를 눌러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자지만 현상금 사냥꾼들은 아주 많았다. 서둘러 페리안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발각되는건 시간 문제였다.

"이제 어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진을치고있는 사냥꾼들에게 들킬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귀찮아질 것이 뻔했기에 좀처럼 어떻게 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어두컴컴한 골목 안으로 부터 발소리가 들려왔다. 10미터... 5미터... 조금씩 다가오던 발소리가 멈춘 그 순간. 등 뒤로 뻗어오는 손을 낚아채 관절을 꺾음과 동시에 허리춤에 차고있던 홀스터에서 권총의 꺼내 그 누군가의 턱에 가져다 대었다.

"아아!! 야! 아프다고!?"
"그 목소리는..."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한숨을 내쉬며 팔을 꺾은 손을 풀고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쳇, 장난좀 치려고 했더니..."

그러자 쿠르트는 머리에 쓰고있던 후드를 벗으며 재미없다는듯 혀를 차며 말했다.

"장난 칠 분위기 아닌거 알잖아."
"하여튼 재미없는 녀석이란 말이지."

내 말에 쿠르트는 불만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리고...

"오, 오빠...!! 괜찮아?!"

그런 쿠르트의 뒤쪽으로부터 당황한 듯한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한 소녀가 곤란한 듯한 얼굴로 나와 쿠르트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쿠르트와는 달리 긴 장발에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 외에는 쿠르트와 마찬가지로 하늘색의 머리색과 눈동자, 그리고 쿠르트와 같은 개의 귀와 꼬리를 가진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소녀의 이름은 아오. 현실에서의 이름은 박혜진, 페리안 중앙 광장에 꽤 큰 연금술 상점을 운영중인 쿠르트의 친동생이었다.

"아오구나, 오랜만이야."
"아, 네...! 오랜만이에요 벨레드 오빠...!"

그렇게 말하며 아오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현상금 1위가 된거야? 내가 모르는 사이 황족 저격이라도 한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을 할 리도 없고 페리안 황궁이라면 나도 장담 못한다고! 물론 짐작 가는 일이 아예 없는건 아닌데..."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걸치는 쿠르트를 향해 나는 한숨을 내쉰 후 얼굴을 가린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 썼다.

"짐작 가는 일?"

내 말에 쿠르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쿠르트의 물음에 난 조금전, 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대폭발, 정체불명의 소녀, 뭔지모를 이상한 존재들...

스스로도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모를 이야기였지만 지금 짐작 되는 이유라고는 그것 뿐이었다.

"흐흠...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리고 상황설명이 끝나자 내 말에 쿠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믿어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말야."

그런 쿠르트의 말에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푸념하듯 말했다.

"당연하지, 그런 실없는 이야기를 누가 믿어주겠어... 라고 하고 싶지만 말야, 이쪽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뒤라서 말이지. 흥미가 좀 생기는데?"
"비슷한 이야기?"
"아오."

쿠르트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쿠르트는 대답 대신 아오를 불렀다.

"아, 저... 그, 그게 그러니까..."

쿠르트의 말에 아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다시 접속했을때 먼저 접속해계시던 손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로그아웃 되기 직전에 뭔가 이상한걸 봤다고 하셨었어요."
"이상한것?"

그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아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 그 그게...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갑옷 입은 기사들? 혹시 그 중에 한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분도 상당히 먼 거리에서 봤다고 해서..."

그런 내 물음에 아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뭐, 그 건에 대해선 한번 알아볼께."
"고마워."
"고맙긴 뭘. 그나저나 지금 페리안 밖으로 벗어나는건 쉽지 않을꺼야, 이미 현상금 사냥꾼들이 쫙 깔려있어. 그나마 다행인건 3천만 골드라는게 너무 현실성이 없는 금액이라 S급
사냥꾼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는것 같다는것 정도?"

그렇게 말하며 쿠르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진 조용했지만 언제까지 갈 지는 장담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 확신이 선다면 수많은 네임드 유저들까지 나를 노리고 달려들 것이 뻔했다.

"하아..."
"괜찮다면 여기로 가봐."
"응?"

그러던 그때. 한숨을 쉬던 나를 향해 쿠르트가 주머니에서 작은 지도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내가 예전에 신세진 적이 있는 곳이야. 여기라면 당분간 안전할지도 몰라."
"네가 말하는 곳은 어째 신용이 안간다만."
"으윽..."

피식 웃어보이며 말하자 쿠르트는 표정을 구기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농담이야. 그나저나 여긴... 윽!?"

그런 쿠르트를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지도를 본 나는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는 그런 나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는 쿠르트를 향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더러 여길 가라고?"
"왜? 그런말도 있잖냐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어라... 이게 아닌가? 아무튼 여기라면 현상금 사냥꾼들도 쉽게 오진 못할꺼니까 나쁘진 않잖아?"

전혀 안 맞는 말인데요. 그렇게 생각하며 짧게 한숨을 쉬고는 쿠르트에게 말했다.

"알았어. 한번 가볼께."

사실 쿠르트의 말에 전혀 일리가 없는건 아니었다.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는 오히려 이곳보다는 더 안전할 수도 있는 장소였다.

"자,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너랑 너무 오래 붙어있는것도 별로 좋진 않을테니 말이야."

그런 내 대답에 씨익 하며 웃어보인 쿠르트는 나를 지나쳐 대로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아오."
"아, 응... 그럼 나중에 봐요 벨레드 오빠."
"그래. 너희도 조심하고"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아오와 쿠르트를 향해 그렇게 말한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시 골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정말 여길 가야하나...?"

그렇게 말하며 나는 지도를 보았다.

그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는 다름아닌 페리안 북쪽에 존재하는 제3 거주지구였다.

현실의 조폭이나 마피아같은 뒷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으며 이 세계에서의 살인자들인 레드 플레이어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자 위험한 몬스터마저 출몰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위험한 구역이었다.

쉽게 말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가까이 하지 않을 무법지대였다.

하지만 쿠르트의 말대로 위험하기에 어쩌면 더 안전할 수도 있었다. 무법지대인 이곳에선 난 불청객이었지만 그건 현상금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흐흠..."

한참을 고민했지만 딱히 더 좋은 수가 생각나진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움직이는것 보다는 훨씬 안전할 것이었다.

"별수 없지..."

결론이 선 이상 여유부릴 시간은 없었다. 눈앞의 지도를 닫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중얼거린 후,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잠시 후...

"으윽..."

하수구에서 나는 역한 냄새에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골목은 좁지, 공기는 축축한데다 표현하기 심히 곤란한 색으로 변한 액체들이 흐르는 하수구에서 피어오르는 악취 때문에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곳곳에 노숙자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중 몇몇은 시체처럼 보였지만 딱히 신경쓰고 싶지는 않았다.

좁디 좁은 골목길을 걷는 와중에도 골목 사이사이로 비명소리나 고함소리들도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몇번인가 와본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트러블에 휘말려 고생한 뒤로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좁은 골목을 나아갔다.

"여기인가..."

몇번인가 강도나 하수도의 몬스터들과 마주쳤지만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하고 지도를 따라 복잡한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빠져나온 내 눈앞에 어떤 건물이 나타났다.

굳이 말하자면 말하자면 폐허라고 부르는게 더 어울릴 법한 건물이었다.

외벽은 곳곳이 무너져내렸고, 창문은 다 깨져있는데다, 입구는 다 부서진 문이 녹슨 경첩만을 의지해 바람에 흔들리며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젠 물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하고 건드리면 부서질것만 같은 오래 된 문을 열자 끼기기기긱 하는 공포영화에서나 날 법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윽..."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어두컴컴한 건물 안으로부터 풍기는 뭔지 모를 비릿한 냄새에 나는 표정을 찌푸리며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건물의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이트 비전."

짧게 중얼거리자 시야가 야간 투시경으로 보는것처럼 녹색으로 변했고 그제서야 주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보이는 모습으로 봐선 이 건물은 한때는 신을 섬기는 신전이었던것 같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모양인지 기둥과 외벽은 깨지거나 금이 가있고, 신의 모습을 조각한 조각상들은 심각할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천장에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그 사이로 밤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던 모습과 달리 신전의 규모만 따지면 대륙의 유명한 교단들에 비교해서 크게 작다거나 그런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이정도로 큰 규모를 가진 신의 신전이 어쩌다 이렇게 버려진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어둠속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바닥에 길게 이어진 핏자국을 본 나는 숨을 삼켰다.

"이건..."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핏자국에 손을 대자 아직 채 말라붙지도 않은 피가 손에 묻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확실한건 무슨일이 있었건 얼마 지나지 않은것이 분명했다.

허리춤에 찬 홀스터에 손을 올린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핏자국을 따라 신전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걸음을 옮겨 신전 한가운데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하자 그곳엔 어떤 신을 묘사한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조각상이 있었고, 그 아래엔 누군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낸 후,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간 내 눈에 보인것은 다름아닌 한 소녀였다.

긴 검은 머리칼에, 희미하게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

페리안의 광장에서 보았던, 그 소녀였다.

"이봐!? 괜찮은거야?!"

그렇게 소리치며 다가간 나는 숨을 삼켰다.

가까이에서 본 소녀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이 온 몸에 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것은 바로 소녀의 복부에 있던 관통상이었다. 마치 포탄이 뚫고 지나가기라도 한 듯한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하아... 하아..."

얼굴에 귀를 가까히 가져가자 가늘긴 하지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나는 가방에서 회복포션을 꺼내어 소녀의 입에 대고 입속에 표선을 흘려 넣었다.

붉은색 액체가 소녀의 입으로 흘러들어갔고 소녀는 비록 느리긴 했지만 신음소리를 내며 물약을 삼켰다.

"상처가 너무 커..."

물약은 소진된 생명력을 회복하는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이런 상처를 회복하는데에는 사제들의 치료마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신전은 이미 버려진지 오래인듯 해 보였고 빈민가인 이곳에 병원같은 시설을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함부로 움직였다간 소녀의 상태가 더 악화될수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워 하던 그때였다.

[바스락.]

"...!!"

뒤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왼손에 든 총을 소리가 난 방향으로 겨누었다.

"흠...? 이런 야밤에 손님이라니 별일이구만."

그렇게 말하며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사제복을 입은 한 늙은 노인이었다.

"당신은...?"
"나 말인가? 난 그냥 사제라고 부르면 된다네, 이 신전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보시다시피 이 늙은 사제 혼자선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딱히 관리가 되진 않지만 말일세."

그렇게 말하며 사제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제? 당신 사제인가?"
"그렇다만?"

내 물음에 늙은 사제는 의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 도움이 필요해! 여기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다친 사람? 어디한번 보세나. 이런이런, 상태가 심각하구만. 어디 비켜보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는 내 말에 사제가 쓰러져있는 소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소녀의 상태를 살폈다.

"끔찍하구만... 이 상태로도 살아있다니.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군."

그렇게 말하며 사제는 소녀의 상처 위에 손을 얹으며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환한 빛이 사제의 손에서 새어나오고 빛이 소녀의 상처를 휘감자 빠른 속도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사제들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였다.

"아, 아흑...!! 크윽...!!"

사제의 치료가 고통스러웠던 모양인지 정신을 잃은 상태임에도 소녀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참으시게, 상처가 나으려면 어쩔 수 없다네."

그런 소녀를 향해 사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게 잠시 후, 몇시간처럼 느껴지던 몇분이 지나고, 소녀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자 사제는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 됐네. 이제 잠깐 쉬면 눈을 뜰 껄세."
"고마워, 여기 사례야."

품속에서 금화가 든 주머니를 꺼내 건네자 사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사례는 무슨.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준것 뿐인데 어찌 사례를 받겠나."

그렇게 말하며 사제가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누일곳이 필요하다면 저쪽에 보이는 내 방을 쓰게, 땅바닥보다는 편할꺼야."
"고마워."

사제의 말에 나는 소녀를 안아올려 사제가 말해준 방으로 가 작은 침대에 소녀를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청소하려면 한세월이겠구만 이거..."

의자에 앉아 피범벅이 된 주변을 둘러보던 사제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여긴 뭐지? 버려진 신전인가?"
"여긴 [잊혀진 신.]을 섬기는 신전 이라네"
"잊혀진 신...?"

내 물음에 사제가 대답했고 그런 사제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본적으로 판타지 세계이니만큼 사제들도 있었고 사제들이 섬기는 신도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신 중에서 잊혀진 신이라는 신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주 옛날, 언젠지도 모를 정도로 까마득한 먼 옛날에 큰 죄를 짓고 신의 자격을 잃고서 추방당한 신이라네."
"들어본적이 없는데..."

사제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만도 하지, 추방당한 신은 철저하게 잊혀졌으니 말일세."
"그렇다면 왜 그런 신을 믿는거지? 자신이 누굴 섬기는지도 모르는게 아닌가?"
"명색이 신인데 아무도 안섬겨주면 불쌍하잖나."
"...."

그 말에 나는 황당한 얼굴로 사제를 바라보았다. 불쌍해서 신을 믿는다? 아마 다른 대형 교단에서 듣는다면 당장 이단이라고 소리칠 발언이었다.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사람에겐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니까 말일세, 그건 이 신도 마찬가지고 자네도 마찬가지고 그 소녀또한 또한 마찬가지니까 말일세."
"사연인가..."

그런 사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그때였다.

"으아아아아악-!?"

방 안에서 소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오? 깨어난 모양이구만, 정말이지 경이로운 회복력이군."

난데없는 비명소리에 놀란 내가 소리치자 사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그런 사제를 뒤로하고 나는 방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아...?"
"어...."

방안으로 들어간 순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
"어... 그,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하지?

할 말을 찾지못한 나는 그저 멍 하니 소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고, 소녀 또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모양인지 반짝이는 황금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어색한 침묵이 감돌고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않고 나를 바라보는 소녀를 향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 안녕?"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내 뒤에 있던 벽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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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16 01:38 | 조회 : 1,610 목록
작가의 말
Cellistia

야이 족팡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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