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2화

차가운 바닥으로 내팽겨진 태형에게 돌아온 것은 반 아이들의 동정 섞인 눈빛과 외면, 그 뿐이었다.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다시 한 번 느끼며, 태형은 시린 가슴을 붙잡고 말없이 교실 바닥에 주저앉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 선홍빛의 입술을 입에 문 채 울음을 참았다. 가을이 추운 겨울로 변해가는 시기에 힘없이 나뭇가지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색이 다 가버린 단풍잎처럼 자신도 정국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져만 갔다.



1교시, 2교시, 3교시, 4교시 1분 1초가 정말 느리게 흘렀다. 왜일까, 왜긴 태형에겐 현재 1분 1초도 정말 괴롭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대로 멈춰버릴 것만 시간도 점점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이 신나게 급식실과 매점을 향해 뛰어갔지만 태형은 그러지 않았다. 태형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상관이 없는 얘기였으니, 어차피 가봤자 정국과 정국의 질낮은 친구들이 자신을 괴롭힐 게 뻔했다. 이젠 당하지 않고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텅 빈 교실 안에 혼자 남겨져 책상에 가만히 엎드려선 창문으로부터 커튼을 날리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을 홀로 달래던 때였다.

"김태형? "

누군가 자신을 불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정국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친구는 태형에게 존재하지 않았는데,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자신의 이름을 부른 아이를 확인했다. 민윤기? 윤기는 학교 선생님들의 골칫거리인 아이였다. 남을 괴롭히진 않으나, 학교 규정 따위 무시해버리는 녀석. 오늘도 지각을 하고 점심시간을 노려 그에 맞게 학교를 왔나 보다. 너도 꽤 대단하구나

"너 김태형 맞지? 지금 점심인데 거기 엎드려서 뭐 하냐"

"..."

언제부터 자신과 친했다고 계속 말을 걸어오는 윤기가 태형은 부담스러웠다. 친구를 제대로 사귀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윤기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오랜만인 태형은 절로 긴장해버렸다. 말이 입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우물쭈물거리는 태형을 말없이 내려다보는 윤기에 태형은 괜히 움추러들었다. 분명 나를 이상한 애로 봤겠지, 앞으로 이 아이도 나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거야. 여러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나랑 같이 뭐 먹으러 나가자"

"어? "

태형의 생각과는 다르게 윤기는 자신을 내치지 않았다. 그렇게 대답을 하기도 전, 윤기가 태형의 가녀린 손목을 잡아 끌었다. 어디로 향하는 건지 이래도 되는 것인지, 그저 당황스러웠지만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며 다가온 윤기를 차마 내칠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고민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태형은 그대로 윤기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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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6 16:16 | 조회 : 6,919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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