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10화

태형은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어떤 부모가 아프다고 우는 자신의 자식을 보며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기분에 태형의 어머니는 태형의 담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태형이 아파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하였고, 태형은 그렇게 쉬게 되었다.

태형은 먼저 자신의 방이 아닌, 화장실로 향하였다. 구깃한 교복을 벗어던지고 마지막으로 속옷을 벗어내자, 태형의 속옷에는 어제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태형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급하게 샤워기를 틀어, 다짜고짜 자신의 몸을 씻어냈다. 아직 온수로 바뀌지 않아, 차가울 법도 한 물을 계속해서 뒤집어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에 남겨진 붉은 자국들과, 상처를 보고는 결국 차가운 화장실 타일 위로 주저앉아 오열했다. 태형의 뒤에선 어젯밤 정국이 뿌린 씨앗들이 기분 나쁘게 흘러나와, 태형의 허벅지를 더럽혔다. 원치 않았던 관계로 인해 타락해진 몸이 싫었기에 태형은 피부가 붉게 올라올 정도로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거칠게 씻어내고, 또 거품칠을 하고, 다시 씻어내기를 여럿 반복했다.

어느새 의미없는 짓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마저 거품을 씻어냈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는 옷을 입은 뒤, 화장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침대 위에는 포근한 솜이불이 깔려있었다. 어머니는 아픈 태형을 위해 죽을 사러 나가셨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몸에 차가운 물을 받아내서인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어지럽고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으며, 온몸이 아파왔다. 분하고 서러웠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에 태형은 순간적인 감정으로 이성을 잃고 방 안, 필통꽂이에 꽂혀있던 커터칼을 꺼내들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은빛의 날카로운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형은 그대로 자신의 손목에 칼날을 가져다댔다. 그렇게 자신의 손목을 베어내려는 순간,

" ... 엄마"

갑작스레 정신이 확 들며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결국 태형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칼을 놓쳐버렸다. 바쁜 아버지를 대신하여, 항상 곁에서 태형을 지켜주었던 제 소중한 어머니의 가슴을, 태형은 더는 아프게 할 수가 없었다. 태형은 바닥에 떨어뜨린 커터칼을 주워, 쓰레기통으로 커터칼을 던져넣었다.

아직 잃을 게 많은 겁쟁이 태형은, 모든 것에게서 등을 돌리고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을 용기 따윈 없었다.

그렇게 체념하며 침대 위로 올라가 어머니가 깔아주신 따뜻한 솜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잠이 들었다.

-

"씨발"

힘겹게 잠이 든 태형과는 달리, 정국은 아주 화가 나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심술, 정국은 생각보다 훨씬 어린아이에 머물러있다. 아까 정국은 자신의 반 담임에게서 태형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정국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자신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져 학교에 나오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정국은 심술이 났다. 아마 태형의 소식을 남한테서 전해들었다는 부분이 화가 난 것 같다. 정국은 자신을 걱정하게 만든 태형이 꽤나 미웠나 보다. 유치하긴-

.

정국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서 나름 중요한 수업시간을 쉽게 빼먹고 학교 뒤뜰로 가, 자신 때문에 앓아 누운 태형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씩씩댔다. 정국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당당하게 제 교복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려 가져다대는 순간 정국의 손에 있던 담배가 사라졌다.

" 흐음- 네가 전정국이구나? "

어떤 겁도 없는 녀석인가, 이 학교에서 정국은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기에 웬만해선 아무도 정국을 건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꼴통을 건드려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국은 오늘 자신이 정말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고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봤다. 그러자, 녀석은 겁을 먹기는 커녕, 오히려 느긋하게 정국에게서 뺏은 담배를 자신의 입에 문 채, 정국을 향해 씩 웃어보였다.

민윤기였다.

-

오늘도 학교를 지각한 윤기는 태형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듣고, 태형의 집을 아는 아이를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하지만 태형은 항상 혼자였기에 태형에 대해 묻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참 골치아픈 상황이었다. 그러던 도중, 유일하게 태형의 집을 알고 있는 아이를 찾았고 힘겹게 정보를 얻어냈다. 그 아이는 태형과 집 가는 길이 비슷해, 가끔 홀로 집으로 향하는 태형을 본 것이었다.

매일 그래왔듯, 이번에도 윤기는 담을 넘어 그 아이가 가르쳐준대로 태형의 집을 찾아갔다. 그렇게 편의점에서 야채죽을 사, 태형의 집 앞으로 찾아가선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태형이 아닌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이 나왔다. 윤기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여성이 태형의 어머니라는 것을, 정말 닮았구나- 하고 감탄하던 윤기는 태형의 친구냐는 여성의 물음에 어버버거리며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자신은 태형의 친구라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태형의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

태형의 어머니를 통해, 지금은 태형이 자고있다는 얘기를 들은 윤기는 과일이라도 깎아줄 테니 기다리라는 태형의 어머니의 말에 정중히 사양하며 급하게 죽을 건내드린 뒤, 태형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렇게 학교로 돌아가 담을 넘던 도중, 화가 난 듯 씩씩대며 담배를 꺼내드는 정국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윤기는 꽤나 촉이 좋았다. 어제까진 좋아보였는데 갑작스레 학교를 나오지 않는 태형, 화가 나 있는 정국. 이 둘의 모습과 함께 태형이 어제 편의점에서 자신에게 알려준 둘의 상황으로, 윤기는 대충 눈치를 채고 정국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윤기와 정국 사이에선 묘하게 살벌한 공기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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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04 03:40 | 조회 : 5,421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흑 흡 여러분... ㅜㅜ 제가 드디어 BL 소설 기타 탑 5위 안에 들었습니다 ㅠㅠㅠㅜㅜ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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