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11화

정국에게서 채간 담배를 입에 문 채, 대놓고 보란듯이 불을 붙이는 윤기의 모습은 아주 얄미웠다. 정국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에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하필 민윤기라니, 정국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실실대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윤기를 당장이라도 발로 까버리고 싶었다. 오늘따라 정말 되는 일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야 인상 좀 펴- 네가 힘들 게 뭐가 있다고, "

정국은 자신을 비웃는 듯한 윤기의 말을 듣자마자, 결국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윤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윤기는 담배 연기를 한가득 마시더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정국의 어깨로 담배를 던졌다. 깔끔했던 정국의 교복셔츠가 담뱃재로 인해 보기 좋게 더럽혀졌다. 정국은 자신보다 체구가 조금 작은 윤기의 멱살을 손쉽게 잡아채고, 윤기를 곧 죽일듯한 눈빛을 한 채 살벌하게 노려봤다.

그러자, 윤기는 매우 화가 난 정국과는 달리, 아주 여유롭게 후- 하고 아까 머금었던 회색빛의 뿌연 담배연기를 정국의 얼굴에 내뿜었다. 정국의 그 잘난 얼굴이 뿌연 담배연기 탓에 심기가 매우 불편한 듯 찌푸려지며 그렇게 정국은 결국 제 분에 못 이겨, 윤기의 뺨을 주먹으로 강하게 쳤다. 윤기는 그대로 바닥에 꼬구라졌다. 억센 주먹에 맞자, 입 안에선 여린 살이 터져 비린 피맛이 났다. 윤기는 입가를 한 번 슥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신의 교복바지를 몇 번 털어내더니, 아까 정국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정국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채고 정국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든 말이야"

" 이 씨발 좆만한 새끼ㄱ, "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좋지 않다고, "

애새끼야

.

악몽을 꾸었다. 모두가 자신을 혼자 남겨둔 채, 등을 돌리고 자신과는 반대에 있는 방향으로 하나 둘 떠나갔다. 혼자는 무서웠다. 외롭고 슬펐으며, 시린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태형은 외쳤다. 자신을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 말라고,

그렇게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이 괴로웠던 악몽이 끝이 나고 태형은 눈을 떴다. 되게 이상한 꿈이었다며 이 찜찜한 기분을 애써 외면했다.

태형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을 더는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꾸만 어젯밤 정국이 자신에게 윤기의 이름을 들먹이며 협박을 하던 것이 떠올랐기에, 태형은 겁이 났다. 때마침, 방문이 열리며 태형의 어머니가 죽이 올려져있는 쟁반을 든 채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쟁반을 잠시, 책상 위로 올려두고는 태형의 옆에 앉아 질문했다.

"태형아, 몸은 좀 어떠니? "

"으응... 이제 괜찮아요"

"아까 친구가 죽 사들고 왔었는데~ "

"네? 친구요...? "

친구라, 윤기인 건가? 제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에게도 듬직한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꽤나 기뻐하시는 것 같았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한 채, 태형과 대화 몇 마디를 나누고는 푹 쉬라며 방을 다시 나갔다. 어머니가 두고 가신 죽이 어머니의 고운 손처럼 따뜻했다. 제 어머니의 정성에 가슴이 먹먹해지던 것도 잠시, 태형은 또다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과연 내가 곁에 친구를 둬도 괜찮은 걸까,

-

빈 그릇을 쟁반과 함께 담아 침대 밑 바닥으로 잠시 내려두었다. 역시나 어머니가 저를 생각해서 사오신 죽은 맛있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난 뒤에도 자꾸만 정국이 떠올랐다. 여러모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태형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정말 잘생겼고 멋있는 사람, 적어도 태형의 눈에는 정국이 그렇게 보였다. 그런 잘난 아이가 왜 이리 사람을 못살게 굴까- 첫사랑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태형에게도 정국은 나름 첫사랑이었기에,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그런 정국을 싫어할 수가 없었다.

"도통 방법이 없네"

태형은 긴 고민 끝에 결국 좋지 않은 선택을 하였다. 애꿎은 윤기가 나약한 자신 하나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은 싫었다. 그랬기에 태형은 결심했다. 내일 윤기를 보면 자신과 떨어져달라 말하기로, 마음에도 없는 나쁜 소리를 내뱉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팠지만, 꽉 막혀있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상냥한 윤기에게 보답이 하고 싶었다. 이게 만약 잘못된 선택이라 할지라도,

아픈 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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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05 16:19 | 조회 : 4,788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하트 10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도 많은 하트와 댓글 부탁드리며 부디 즐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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