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12화

확실히 하룻동안 제대로 쉬고나니, 어느정도 몸이 회복 되었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으나, 나름 살만해졌기에 오늘만큼은 학교를 나오리라 마음먹은 태형이었다. 게다가 윤기에게 중요하게 전할 말도 있었으니,

그날의 흔적으로 더럽혀졌던 교복은 어느새 깨끗하게 세탁되어, 옷걸이에 정갈하게 걸려있었다. 고작 하루 쉬었을 뿐인데, 왠지 자신의 교복이 낯설게 느껴지는 태형이었다. 몸을 씻은 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매는 둥 학교 갈 준비를 마친 태형이, 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

-

항상 옷차림과 겉모습이 단정했던 태형은 이리저리 치장을 한 몇몇 아이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선도부에게 걸리지 않고 바로 교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자신의 반, 문 앞에서 몇 번을 망설이던 끝에,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쟤 전정국이랑 잤다더라"

"그럼 쟤 게이인 거야? "

"쟤가 전정국 꼬셨다던데? "

"헐 뭐야- 남자애가 되게 징그럽다"

분명, 똑똑히 들었다.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삼삼오오 모여 수근거리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경멸의 눈빛으로 혐오스럽다는 듯, 태형을 노려보는 남자아이들. 태형은 왕따였으나,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정국과 그 주변 벌레들 뿐이었다. 나머지 반 아이들은 항상 방관만 해왔었지, 함께 건드는 일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어, 이제 왔네"

" ...? "

"내 깔"

드르륵- 하고 뒷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뒷문으로 집중되었다. 태형도 그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보며 그 주인공의 얼굴을 확인했다. 정국이었다. 교실에 들어온 정국은 태형과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를 올려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정국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반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이번에도 네 짓이구나, 정국아

.

" ... 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 왜? 뭐 말하는 건데? 아- 네가 나랑 잔 거? "

"내가 원했어? 아니잖아...!! "

태형은 주먹을 쥔 채, 차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쥔 손이 절로 부들부들 떨렸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정국에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정국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히는가, 태형은 억울했다. 이때까지 쌓아왔던 감정들이 하나 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칠 정국에게 오늘만큼은 목소리를 높여, 따질 수 있었다. 분하고 수치스러운 마음에 참았던 눈물이 태형의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숨고 싶다 생각하던 그때였다. 벌레들 중 하나가 태형을 향해 소리쳤다.

"야! 네가 전정국 꼬셔서 잔 거잖아~ "

"그래, 나도 봤어~! "

"너 왜 전정국 몰아가냐? "

정국의 무리들 중 하나가 소리치자, 다른 녀석들도 중간에 껴 함께 태형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반 아이들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 이 광경은 마치, 하이에나들이 사자가 먹다 남긴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과도 같았다. 정국은 그 상황을 지켜보며, 사물함 위에 앉은 채로 미소짓고 있었다. 정국은 그 녀석들의 왕이었다.

이 지저분한 교실 안에서 태형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곧이어 오늘의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모두가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 제자리에 앉았다. 홀로 교실 중간에 서서 분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태형에게, 정국이 자리에 앉으라며 턱짓했다. 태형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 반 아이들 모두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아, 태형은 결국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새어나오는 눈물을 마저 흘렸다.

태형은 정국을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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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07 04:11 | 조회 : 4,913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지인의 추천을 받고 오신 여러분들 모두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기존에 계시던 독자분들도 모두 사랑하며, 이번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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