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13화

지옥 같은 시간이 흘러, 어느새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태형은 역시나 밥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 반 아이들이 하나 둘 급식실과 매점을 향해 뛰어가자, 이번에도 빈 교실엔 태형 혼자 남게 되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아까 자신을 경멸의 눈빛으로 노려보던 반 아이들, 정국의 괴롭힘은 점점 나아지긴 커녕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었다. 신체적 폭력, 강간, 명예훼손 등 견디기 힘든 괴롭힘에 태형은 점점 지쳐만 갔다. 윤기가 지금까지 학교를 오지 않은 것을 봤을 때, 윤기는 아마 오늘 학교를 나오지 않는 듯 하다.

그렇게 아이들이 점심을 즐길 때, 또다시 반에 혼자 남아 이젠 습관적으로 밥을 거르게 된 태형은, 안 그래도 말랐던 몸이 점점 더 말라갔다. 태형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윤기인가?

태형은 본능적으로 문을 여는 소리에 뒤를 돌아, 교실에 들어온 녀석을 확인했다. 그리고 녀석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까처럼 교실 안은 싸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정국이었다.

-

"왜 혼자 엎드려있어? 밥 먹으러 안 가? "

정국이 태형을 향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절대 걱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분명 태형을 비꼬고 있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데, 태형은 정국의 말을 듣고는 울컥- 화가 치밀어올랐다.

" ... 여긴 왜 온 거야"

"왜 온 거냐니? 여긴 내 반이잖아- "

제 물음의 뜻이 단순히 온 이유를 물은 것이 아닌,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찾아온 것이냐는 말임을 알면서도, 정국은 교실에 온 진짜 용건을 숨긴 채, 태형의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했다.

.

정국은 어제 윤기와 마찰이 있고 나서,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용케도 소주를 여러 병 사와 자신의 속에 퍼부었다. 윤기의 얄미운 표정과 행동, 그리고 자신에게 한 말들이 자꾸만 떠올라 정국을 화나게 만들었다. 쓰디 쓴 소주를 망설임 하나없이, 잘도 속에 퍼부어댔다. 코 끝으로는 독한 알코올 향이 맴돌았으며, 식도는 타들어갈 듯 뜨거웠다. 몸에 알코올이 들어오니, 정신이 오락가락해지고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그렇다. 정국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술은 정국을 평소보다 솔직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판단력도 흐려지게 만들었다. 아-

태형을 가지고 싶었다. 정국은 어렸을 때 부유한 집안 덕분에 물질적인 것은 모두 가져봤으나, 제대로 된 사랑 따윈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표현 방식도 서툴었고 원하는 건 무조건 손에 들어와야만 했던 정국은 소유욕도 강했다. 이번만큼은 사랑이라는 것을 가져보고 싶었다. 아무도 태형에게 손을 댈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태형이 설령,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나락으로 내몰리는 일이 있다고 해도 어리고 이기적인 정국은 태형을 가지고 싶었다.

민윤기조차 접근하지 못하게

그래서 그들의 왕인 정국은 자신의 벌레들에게 명령했다. 태형이 자신을 유혹해, 자신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소문을 학교에 퍼뜨리라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사단이 난 것이다.

.

정국은 순간의 행동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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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07 15:29 | 조회 : 5,164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오늘은 연재가 빨랐죠~ 즐감하셨다면, 이번에도 많은 하트와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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