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에게 머리채를 잡혀, 어디론가 계속해서 질질 끌려가다 정국의 발걸음이 멈추고 끼릭- 하는 소리와 함께 오래된 문이 열린 것 같았다. 그리고 정국은 태형을 그 안으로 밀었다.
"아...! "
정국의 힘에 의해 바닥에 넘어지며, 또다시 허리에선 통증이 느껴졌다. 억센 손길에 머리카락이 잡혀있었던 탓에 두피도 아팠다. 바닥에 넘어진 채 끙끙 않던 태형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주변 탐색에 들어갔다. 배구공, 뜀틀, 매트, 밧줄 등과 함께 각종 운동 기구들이 있었다. 배경은 낡은 창고 안, 강당이 생기고부터 잘 쓰지 않던 오래된 체육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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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넘어지며, 어머니가 세탁해주었던 깔끔한 제 교복과 손바닥엔 불쾌할 정도로 새까만 먼지가 묻어났다. 오래된 창고는 역시나 공기도 좋지 않았기에 콜록콜록- 기침이 나오고 멀미를 하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태형이 주위를 둘러볼 때쯤 정국은 창고의 문을 걸어 잠근 뒤, 태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민윤기랑 사이가 참 좋은가 보다 너? "
" ... "
"솔직하게 불어, 대줬냐? "
"... 말 함부로 하지 마"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태형은 정국을 노려보며 말했다. 화가 났다. 왜 넌 내가 항상 몸을 팔고 무언가를 얻었다 생각하는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조그만 벌레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태형은 친구도, 명예도, 행복한 학교생활도 모든 것을 자신에게서 빼앗아가버린 정국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정국을 좋아하는 자신이 이젠 징그러울 정도로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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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자신의 물음에 대답이 아닌, 오히려 자신을 노려보며 반박을 하는 태형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다시 짖어봐"
" ... 만해"
"뭐? "
" 그만하라고...!! "
짝-
태형의 뺨으로 정국의 손이 날아왔다. 정국에게 맞은 뺨이 꽤나 아프다. 얼얼하고 뜨거웠다. 비린 피맛, 입안 살이 터진 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붉게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시선을 깔았다. 대체 왜 맞은 걸까, 너를 노려봐서? 아니면 내가 화를 내서?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친구가 생겨서? 항상 잘못을 하는 건 너였잖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얼한 뺨과 함께 순간적인 충격으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정신이 멍해졌으나, 곧이어 제 머릿속엔 생각이 많아졌다. 아픔 따윈 이미 느껴지지 않았다. 쌓아두었던 감정들이 자꾸만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