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공 X 복수수 16화

정국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로 뺨을 부여잡고 말없이 바들바들 떨고있는 태형의 마른 어깨로 자신의 발을 올렸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여운 태형을 보며, 정국은 또다시 자신의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이유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좆같네

마음과 생각은 그저 심술쟁이 어린아이였으나, 겉모습은 다 자란 성인과도 같았다. 태형에게는 너무나도 큰 정국이었다. 자신의 다 자란 몸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거웠다. 정국은 모든 것이 태형의 탓이라며,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다며 머릿속으로 자기합리화를 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미운 태형의 어깨를 꾸욱 짓밟아주니, 태형의 얼굴이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졌다.

역시나 분풀이를 한다고 해서 마음은 편해지진 않았다.

-

태형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넌 날 왜 이리 싫어해? 의문이 들었다. 항상 궁금했으나, 무서운 정국의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시선부터 깔게 되었다. 태형은 평소에 눈도 잘 못 마주치던 정국을 향해, 당장이라도 눈물이 주륵 쏟아질 것만 같은 눈으로 정국을 노려봤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 하난 확실했다.

원망

" ...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뭐? "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

태형이 소리침과 동시에 정국의 멱살을 잡았다. 눈은 정국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아주 슬프게 울고 있었다.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때까지 쌓아왔던 감정대로 행동하게 되었다.

오늘은 말할 수 있다

"놔"

정국은 태형을 무섭게 노려보며, 평소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로 명령하듯 말했다. 아마 정국은 화가 잔뜩 난 듯 보였지만 태형은 정국의 말 따위, 이미 들리지 않았다. 정국의 말을 무시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 ... 괴롭힘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어? "

" ... "

"내가...,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

"김태형"

"... 매일매일이 괴로운 거 알아?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내가...!! "

"놔"

"내가 그렇게 싫으면 그냥 건들지 말란 말이야!!! "

"아, 걸레새끼가 진짜- "

정국의 주먹이 태형의 얼굴로 꽂혔다. 태형은 마치 가벼운 종잇장처럼 뒤로 넘어져버렸다. 정국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태형의 복부를 짓밟았다.

태형은 오열했다.

.

밟고 걷어차고 주먹을 꽂고, 한참을 반복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정국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제서야 태형에게서 떨어졌다.

정국은 피투성이가 된 채, 지저분한 창고 바닥에 드러누워있는 태형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까진 손바닥과 무릎, 교복에 묻어난 핏자국, 그리고 여린 피부 위로 비치는 수많은 멍과 상처들이 그닥 보기 좋진 않았다.

태형은 미동조차 없었다. 시체처럼 가만히 드러누워, 숨만 색색 내쉴 뿐이었다. 그런 둘 사이에선 정적이 흘렀다.

"하아, 씨발... "

" ... "

정국은 태형의 모습을 더이상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뒤늦게 이성을 되찾고 본 태형의 모습은 너무나도 비참했기에, 정국은 체육창고를 벗어나려 문고리를 손에 잡은 순간이었다.

" ... 내가"

"... 널 좋아하는 게 그렇게도 싫었어? "

정국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뒤를 돌아 태형을 봤다.

태형은 텅 빈 눈동자로 힘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국은 마치 죄인처럼 쓰러져있는 태형을 두고 창고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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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10 23:45 | 조회 : 5,869 목록
작가의 말
Gelatin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즐겁게 보셨다면 댓글과 하트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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