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화이트 크리스마스_1 (마지막 에피소드)

‘한계야...’

몸도 마음도 이젠 다 지쳤다.

더이상 견디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는 모습이었다.

난방은 아예 되지도 않아 얇은 담요 한장으로 지냈다.

손발은 얼어붙고 벌써부터 동상이 찾아왔다.

“아, 안 움직여져…흑”

발가락을 움직이려 이리저리 꼬물거려봤지만 감각조차 없었다.

이제는 시리다못해 화끈거리기까지 하였다.

알고보니 여긴 현수가 쓰던 창고같은 곳.

‘이새끼는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다니길레 불법무기들이 이렇게나 쌓여있는거야...;;’

칼과 마약류들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총까지 있다.

철컥, 끼이익-

“준일아, 나 왔어~”

오늘은 준일인가보네.

“왔어? 왜이렇게 늦었어…그것보다 나 묻고싶은거 있는데.”

현수가 내 팔목에 차여있는 수갑을 풀며 말했다.

“뭔데?”

“여기 나 오기전에는 뭐하던 곳이였어? 아, 좀 살것같다. 차가워서 죽는줄 알았네.”

“흐응…궁금해?”

“어.”

현수가 준호의 뺨을 어루어만지며 대답했다.

“음…용도가 다양했긴 했는데 주로 무기보관용 창고였지. 카자흐스탄같은 국가에서 돈없는 날벌레들이 지 한번 살아보겠다고 아버지한테 갔다팔곤했거든. 한마디로 여긴 아버지의 창고 같은 곳 이지.”

현수가 아닌 어버지 창고였구나…

‘부자가 아주 쌍으로…말세네..’

그냥 확 다 죽어버렸으면…

그때 그의 핸드폰에서 경고음 같은 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얼굴이 무서욱정도로 어두워져 험악해진 현수가 급하게 화면을 확인했다.

“씨X!!!”

욕을 지껄인 그가 준호의 목에 걸린 쇠사슬을 붙잡고는 컨테이너 밖으로 나왔다.

“케흑!! 컥...! 자, 잠시만-우엑”

발이 얼어 걷지 못하는데 과격하게 움직인 탓에 휘청거리다 그대로 넘어졌다.

그 순간 당겨져있던 목줄이 그의 기도를 짖누르며 숨을 가로막았다.

“좀 똑바로 움직여!!! 죽고싶어??”

싫다.

누가 이딴 삶을 살고싶다 이야기했던가.

“신준일!!!”

현수가 준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아악! 미안, 내가 잘못했어!!”

“쳇! 따라오기나 해!!”

밖은 컨테이너 안보다 훨씬 추웠다.
얇른 오버와이셔츠 한장만 걸친체 맨발로 눈 위를 달리려니 여간 힘든것이 아니었다.

결국 얼마 못가 다시 눈 밭에 주져앉고 말았다.

“이 불구 새끼가!!! 좀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야!!!”

또다시 구타가 시작되었다.

언피부가 차가운 공기와 매질에 맞부딫쳐 터져서 피가 흘러내렸다.

가슴까지 시릴정도로 새하얀 눈밭에 대조될 정도로 새빨간 액체가 투둑투둑 떨어졌다.

그때.

“이 씨X새끼가 어디서 감히!!!”

익숙한 목소리가 등장하였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확인해보니 성현이 서 있었다.

“서, 선배...! 흐윽-! 흑...”

참아왔던 눈물이 한번에 왈칵 터져버렸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자신도 모르게 솟구쳐올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리와.”

성현이 손짓으로 자신에게 오라고 하였다.

버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겨울 일으켜 걸음을 옮기던 그때.

차륵!!!

“케흑!! 컥-! 혀, 현수야, 그만…윽”

목줄을 세게 잡아당기며 자신의 쪽으로 끌은 뒤 무릎을 걷어 차 다시 풀썩 주져앉게 만들었다.

“준호야!!!”

‘젠장...!’

나무 뒤에서 지켜보다가 엉망이 된 그를 보고 참던 화가 준호를 학대하는 현수를 보고 폭발하여 자신도 모르게 뛰쳐나와버렸다.

귀에서는 찬호형의 목소리가 고막이 나갈 정도로 울리고 있었다.

-야! 이 미친새끼야!! 참으라니까 왜 뛰어나가!!!

그 말에 작게 소근거리며 대답했다.

“아 그럼 저걸 그냥 보고만있으라고? 난 죽어도못해!!!”

-후우…그럼 일단 너무 몰아붙이지는 말고 대화로 풀어. 대화로. 그래야 방심한 틈을 타서 붙잡지.

“알았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성현이 말을 꺼냈다.

“신준일. 보고싶지않아?”

“!!!”

생각지못한 말에 준호도 현수도 눈이 커졌다.

당황하며 흔들리는 현수를 향해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들었다.

“이거. 준일이가 떠나기전에 너한테 남겨놓은 편지인데.”

“….”

“…수필로.”

수필이라는 말에 현수가 잡고있던 목줄을 놓으며 물었다.

“주, 준일이가 나한테 수필로??”

“그래.”

목이 풀린 준호가 이때다 싶어 몸을 움직이려했다.

‘아직 움직이지 마!!’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선배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 성현이 이어서 말했다.

“준일이가 그렇게 세상을 뜨기 5일 전 쯤에 나한테 말하더라. 이럴줄 알았다면 애인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번이라도 해줄 껄 그랬다고.”

“거, 거짓말 하지 마..”

“마지막으로 만난 날. 싸우지 말고 이야기에 귀담아들어줄껄 그랬다고.”

“아냐! 너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현수가 고래고래 외쳐댔다.

“그녀석은 끝까지 너만 그리워하다 가버렸거든. 물론 너가 더이상 자신을 보러 오지 않을꺼라고 말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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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13 04:20 | 조회 : 5,031 목록
작가의 말
솔레다

생각보다 완결이 일찍 날 것 가타요오....외전 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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