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05화

용사의 마왕님 05화

부제 : 서커스



마왕에게 안긴 채 방으로 돌아온 뒤로 에리샤는 날 꾸미는데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에리샤에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마왕님께선 쇄골을 좋아하시니까 드러나는 옷으로.."
"하하 어디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네..?"
"앗, 태일님!"

흡사 드레스와 비슷한 노란 옷을 가져온 에리샤를 피해 도망쳤다. 도망치는 길에 마왕을 만나 실패했지만.

"마왕님! 마침 잘 오셨어요. 태일님을 잡아 주시겠어요?"

마왕은 에리샤가 들고 있는 옷을 보더니 나에게 묻는다.

"흐음.. 입기 싫어서 도망친 건가?"
"당연하지. 그러니 길 좀 비켜주겠어?"

마왕은 잠시 고민하더니 날 안고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그림자 안은 한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추웠다. 마왕은 추위에 떨고 있는 내 어깨를 감싸며 온기를 나눠준다.

"조금만 참아. 거의 도착하니까."

마왕의 말대로 조금만 참자 골목길 사이에 생긴 그림자를 통해 땅 위로 다시 올라왔다. 골목길 끝에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마왕은 손가락을 튕기자 내 주변으로 검은 먼지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저들 눈에는 우리가 평범한 인간으로 보일 거야. 이렇게 보니까 금발도 잘 어울리군."

마왕은 짙푸른 머리에 적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왕의 말을 들어보니 변한 내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금발에 녹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소년이었다.

"금발? 아니 그보다 여기 어디야."

어디냐고 묻는 내 말에 마왕은 마계에서 제일 가까운 인간 마을이라 답한다.

"인간 마을엔 왜 온 거야?"
"고향이 그리울까 봐. 인간들은 고향을 자주 그리워한다더군."

어차피 여기가 고향도 아닌데. 그나저나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었다니, 조금 의외다. 마왕은 기다리는 말을 남기고 그늘진 골목길을 빠져나와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잠시 뒤, 노란 솜사탕을 들고 나타난다.

"솜사탕이라고 하더군. 입에 넣자마자 사라진다던데."

마왕은 조금 뜯어내 입에 넣자 솜사탕은 입안에서 사르륵 녹아 사라진다. 익숙한 음식에 기분이 좋아졌다. 마왕은 아까 자신이 나간 곳을 가리키며 말한다.

"가볼까. 먹을 것도 볼거리도 많던데."
"응. 근데 돈은 어디서 난 거야? 인간이 쓰는 화폐랑 똑같나?"
"그럴 리가. 만들어서 쓰는 거지."

마왕은 손쉽게 '마법' 으로 돈을 만든다. 꼭 진짜 같은 돈 모양에 '마법' 이라는 존재를 모른다면 속게 뻔했다.

"그거 사기야."
"어차피 저들은 몰라."
"그래도 찜찜하잖아."
"그럼 그냥 돌아갈까? 그대가 원한다면 돌아가지."

돌아간다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맛있는 음식들이 팔고 있을텐데. 맛있는 음삭들을 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들이 가득했다.

"이번에만 눈 감을게. 얼마나 만들 수 있어?"
"그대가 배불리 먹을때까지."
"그럼 눈치 안 보고 먹어도 되는 거네."
"뭐 먹고 싶은데?"
"글쎄? 돌아다니면서 봐야지."

결국 모르는 척하기로 결정하고 마왕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축제라도 하는 듯 곳곳에 구경하는 사람,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로 가득하다. 제일 먼저 보였던 음식은 호떡처럼 생긴 둥근 빵.

"여기서도 호떡이.. 아저씨 이거 하나만 주세요."
"네~ 알았습니다~ 여기."
"이상한 빵같은데."
"하나 먹고 말해. 자, 먹어봐."

호떡을 먹은 마왕의 하얀 얼굴색이 조금 붉어진다.

"왜, 맛 없어..?"
"아니.. 뜨, 겁다.."
"아.. 괜찮아? 맛은 어때?"
"생각보다 괜찮군."

자신의 입맛에 맞았는지 나보다 더 많이 먹어 치운다. 마왕은 자기 입술에 묻은 꿀을 핥으며 말한다.

"너무 달아."
"자기가 더 많이 먹은건 기억 안 나시나보네."
"아, 저기에도 뭐 판다."

황급히 말을 돌리는 마왕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아마 흥겨운 노래소리, 즐거워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들려오는 웃음 소리 때문에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취해 웃어버렸다.

"태일, 저쪽에 무슨 공연한다던데. 가지 않겠나?"

마왕이 가르킨 곳은 서커스 공연을 하는 곳이었다. 이 세계에도 서커스라는 개념이 있다니. 원래 세계에서도 서커스를 본 적이 없기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잘 안 보이네."
"그럼 앞으로 갈까."
"무슨 수로?"
"죽이거나 뺏으면 그만 아닌가?"

가볍게 마왕의 말을 무시하자 공연은 시작했다. 서커스는 상상했던 그대로 사자가 링을 통과한다거나 삐에로가 저글링을 하며 돌아다녔다. 너무 상상했던 그대로였는지 조금 시시해지고 있을때 쯤 붉은 옷을 입은 단장이 큰 소리로 관객을 향해 말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리신! 마수인 오크입니다!!"
"오크?"

목에는 쇠목걸이와 손목엔 수갑이이 차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크의 발까지 구속하고 있었다. 괴롭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오크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하고 있다.

단장은 그 호응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오크를 채찍을 한다. 사람들은 채찍질에 우는 오크의 울음소리가 즐거운 더욱 신나게 호응을 한다. 어느새 녹색이었던 오크는 녹색 피를 흐르거나 살이 벗겨져 붉은 피부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하잖아. 저런걸 즐겁다고 보는 사람이나 때리는 사람이나..."
"......."
"마왕?"

오크가 나오는 순간부터 말이 없어진 마왕이 걱정돼 옆을 돌아보자 마왕은 애써 화를 참고 있는게 보였다. 아무리 불러도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맞고 있는 오크를 보고 있다.

"마왕."
"..태일?"
"가자. 재미 없어."
"....그대가 원한다면."

주먹을 쥐고 있는 마왕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빠져나와 한적한 곳을 찾아 다녔다. 사람이 한명도 없는 작은 공원의 벤치에 마왕을 앉혔다.

"잘 참았어."
"무엇을?"
"그곳에서 난리를 피웠다면 큰 소란이 났을거야. 잘 참았어."

달빛을 받아 반짝인이는 마왕의 은발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왕은 쓰다듬고 있는 내 손을 잡는다. 마왕의 얼굴은 무척 괴로워 보였다.

"그 녀석.. 내가 마왕인거 알고 있었어. 구해달라..말했는데."
"그래."
"옆에 그대가 없었다면 구해줬을지도 몰라.. 근데 그대가 있으니까. 내가 구해준다면 그대에게 피해가 갈까, 그게 더 두려워서 같은 마수를 외면했다.."
"........"

어떤 말을 해도 지금 마왕에겐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걸 알고 있기에 그저 앉아 있는 마왕을 안아줬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16
이번 화 신고 2019-02-24 22:10 | 조회 : 3,141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늦어서 저ㅣ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3일에 한번씩 연재한적이 처음이라 날짜를 헷갈려서.. 그만..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