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06화

용사의 마왕님 06화

부제 : 한걸음



서커스 일 이후 마왕의 머리카락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다. 에리샤 말로는 작은 일 때문에 바쁘다고 했지만, 서커스에서 봤던 오크 같은 피해가 더욱 안 나오게 하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거 같다.

"태일님! 오늘 날씨가 좋은데 산책하시겠어요?"
"아뇨. 그냥 방에 있을래요."
"그럼 제가 차라도 가져올게요."

마왕을 못 본 지 일주일. 마지막으로 본게 그가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간 이후로 그 누구도 마왕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이 말은 그날 이후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말과 같았다. 문득 그날 밤, 괴로운 표정을 지었던 마왕이 생각났다.

"에리샤, 혹시 마수도 무리하면 쓰러지나요?"

에리샤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자수를 놓으며 말한다.

"그런 점은 인간들과 같답니다. 참, 오늘 저녁 시간은 조금 일찍 하니까 평소보다 일찍 식당으로 오세요. 둘이면 더 좋고요."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저번에 에리샤에게 안내받았던 길을 따라 마왕의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집무실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는 시종, 시녀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마왕을 집무실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구원자'' 로 보고 있었다.

"마왕님을 살려주세요!
"태일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아하하하.."

어색한 미소를 띠며 문을 열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툭 치면 바로 쓰러질듯한 마왕이 겨우 정신을 잡고 서류를 보고 있었다.

"마왕."
"들어오지 말.. 태일?"
"몸을 생각하며 일하지? 밖에서 걱정하는 사람은 생각 안해?"
"걱정했어?"
"...하, 그래. 그렇다고 해둘게."

망설임 없이 마왕이 보고 있던 서류를 빼앗아 마왕의 손목을 붙잡고 억지로 소파에 눕혔다. 아니 정확히는 내 무릎에 마왕의 머리를 올렸다.

"뭐하는.."
"오늘 한 번만 무릎 빌려줄 테니까 잠 좀 자."
"...필요 없다. 어차피 일도 거의 끝.."
"다음은 없는데. 정말 일어나려고?"

마왕은 잠시 고민하더니 얌전히 눈을 감는다. 곧이어 참아왔던 졸음이 찾아왔는지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무릎에 자고 있던 마왕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창을 통해 들어오는 노을빛에 빛이 나는 은발에 손을 올렸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머릿결 때문인지 쉽게 머리에 손을 떼기 힘들었다.

"진짜 부드럽네.."

계속되는 나의 움직임에 깬 것인지 자고 있던 마왕의 시선이 나와 마주친다. 황급히 마왕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마왕은 내 손을 다시 자신의 머리에 갖다 댔다.

"윽.. 일어났으면 밥이나 먹으러 가죠?!"
"태일, 방금 존댓말 썼다. 아, 혹시 만진건 들키니까 부끄.."
"아닌데? 그럴리가? 잘못 들었나보네~"

부드러웠던 마왕의 머리를 치우고 재빨리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마왕은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머리를 털며 일어난다.

"마왕님... 다행히 안 쓰러지셨군요..!"
"하? 내가 왜 쓰러져. 아니 왜 내가 쓰러졌다고 생각한거야?"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시죠?! 아무리 불러도 대꾸 안 하시지.. 밥은 필요 없다고 하시지.."

일주일내내 그토록 걱정했던 마왕이 나오자 시종, 시녀들이 마왕에게 딱 붙어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내뱉는다. 그런 그들이 귀찮은지 마왕은 그들을 밀치며 나와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태일님! 마왕님을 데리고 나오셨네요. 역시 태일님이세요."
"네? 아,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다음에도 무릎베개 부탁하지."
"어머.. 벌써 그런.."
"아냐!! 아니에요! 오해하지마요! 오해 일으키는 말 하지마..!"
"음?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뿐이다."

마왕은 아무렇지 않게 오해 일으키는 말을 한 뒤, 자기 자리에 앉는다. 마지막 마왕의 말에 제대로 오해한 에리샤는 우릴 흐뭇하게 쳐다보기 바쁘다.

"에리샤, 우리 그런 사이가 아니.."
"무릎베개까지 했으면 그런 사이죠~ 다음 단계는 언제 가실려나? 어우.. 난 몰라..!"
"으아.. 왜 얼글이 빨개지는데..! 지금 뭘 상상하고 있어요..!
"오늘부터 욕조에 장미를 넣을까~ 아니야. 장미보단.."

...에리샤의 오해는 나중에 천천히 풀기로 하고 우선 마왕 배부터 채우자. 일주일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테니까.

마왕의 맞은편에 앉자 시종들은 하나 둘씩 들어와 음식을 놓기 시작했다. 어느새 식기구만 있던 식탁에는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하다.

마왕은 다 먹었는지 수저를 놓고 날 쳐다본다. 아직 한참 남은 마왕의 그릇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많이 좀 먹지? 일주일내내 아무것도 안 먹었을거 아니야."
"나보다 그대가 더 많이 먹어야해. 하, 말라도 그렇지.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그 정도까진 아니거든? 이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무슨 짓까지 하면서.."

내 말에 마왕은 내 앞접시에 고기를 올리려던 행동이 멈춘다.

"무슨 짓까지 했는데."
"그게 왜 궁금.."
"말해. 궁금하니까."
"..먹은 거 토하는 것밖에 더 있나.."

마왕이 들고 있던 포크가 휘어져 반으로 접혔다. 뭐때문에 화가 났는지 마왕의 눈썹이 찌푸려지더니 에리샤를 부른다. 내 뒤에서 서있던 에리샤는 앞으로 다가와 내 옆에 선다.

"태일을 지금보다 더 찌워라. 지금의 몸무게에서 벗어나도록 찌워. 알겠나? 에리샤."
"마왕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좋아. 주방장은 들어라. 내일부터 식탁에 고기 메뉴를 항상 올리도록."
"마왕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에리샤와 주방장에게 명을 내리고서야 화가 풀렸는지 그제야 나를 향해 눈웃음을 보낸다. 마왕이 내 앞접시에 올려준 고기를 포크로 찍으며 말했다.

"웃지마. 정 드니까."
"그럼 항상 웃어야겠군."
"짜증나는 마왕."

분명 자기를 욕했는데도 웃는다. 그 모습에 헛웃음을 짓고 포크에 꽂힌 고기를 입안에 넣어 삼켰다. 마왕은 시종을 시켜 디저트를 가져오라 명을 내린다

"오늘은 블루베리 파이입니다."

식탁 위이 가득했던 접시들을 치우고 내 앞에 디저트 접시가 놓인다. 오늘의 디저트는 보라색을 띄우고 있어 맛있어 보이는 블루베리 사이였다.

주방장은 조심히 한조각을 덜어 마왕부터 주고 그 다음에 내 디저트 접시에 내 것도 올려둔다. 새 포크로 크게 퍼 한입에 쏘옥 넣었다. 새콤한 블루베리와 달달하고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가 잘 어울렸다.

입안에 퍼지는 달달함에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포크는 커녕 디저트를 먹고 있는 날 구경하는 마왕에 먹는 걸 멈추고 마왕을 쳐다봤다. 마왕은 내가 디저트를 더 원한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말한다.

"더 있으니 많이 먹어."
"나보다 그쪽이 더 먹어야.."
"말 하지 않았나. 그대는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랐다고."

전보다는 자연스러운 우리.

아마 우리는 한발짝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딱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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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4 22:11 | 조회 : 2,721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이건 진짜 비밀이었는데요.. 제가 지각했으니까 독자님들께 알려드리는거예요! 7화부터 약 한편 반? 두편? 정도의 약수위~ 중수위? 정도의 약간의 편이 나옵니다. ((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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