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11화

용사의 마왕님 11화

부제 : 친구



아델이 내 수호 기사가 된 후부터 산책길에는 세 명으로 늘었다. 한사람이 늘어났을 뿐인데 더욱더 즐거워졌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산책을 하던 중,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세이도 산책 중?"

어색하기만 했던 마왕의 이름은 점차 익숙해지고 망설임 없이 마왕을 이름으로 불렀다.

"산책보단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 왜?"

마왕은 내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고 무심하게 말한다.

"그대를 보고 싶은 이유가 있나?"
"그, 그런 말 쉽게 하는 거 아니다..?!"
"보고 싶다고 말한게 뭐가 문제지?"
"윽.."

무심하게 말한 말에 심장이 급격히 뛰기 시작하면서 몸이 달아오른다. 붉어진 얼굴을 감추며 마왕이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아뇨. 주군께선 아무런 잘못을 안 하셨습니다."

에리샤는 눈치 없는 남장네들을 한심하게 쳐다보곤 저 멀리 뛰어간 태일을 뒤따라갔다. 건물 뒤편, 풀밭에 웅크리고 앉아서 얼굴을 식히는 태일 앞에 숙여서 그를 조심스럽게 부른다. 건물 뒤편이라 그런지 해가 들어오지 않아 싸늘했다.

"태일님, 괜찮으세요?"
"..어.. 에리샤.."

숨어서 얼굴을 식히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어느새 에리샤가 내 곁에 있었다. 에리샤는 손을 뻗으며 말한다.

"일어나실까요? 그러다 감기 걸리시면 저 마왕님께 혼나요."

혼난다는 에르샤 말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지만 웃으며 일어나 흙이 묻은 곳을 털어낸다.

자신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은 에리샤가 털어줬지만 약간의 살짝 진흙이 묻은 곳을 보고 에리샤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곧바로 고친다.

"태일님께 잘 어울리는 옷이라 조금 아깝네요. 우선 방으로 돌아가서 갈아입으실까요?"
"그래야겠어요."

싸늘한 길목에서 나오자 날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델이 서 있었다. 함께 있던 마왕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주군이시라면 급하게 찾아오신 손님을 맞이하러 가셨습니다."
".....궁금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방금 주군을 찾으신 거 같아서.."
"딱히 안 찾았어요."

에리샤는 아델은 한심하게 쳐다보곤 진흙이 묻은 곳을 가리기 위해 내 뒤에 선다.

그나저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이라. 대체 누구길래 마왕이 한걸음에 간건가? 궁금해지네.

모든 신경이 손님에게 가 있는 동안 어느새 나는 욕조 속에 있었다. 에리샤가 아닌 나와 같은 성별을 가진 남자가 시중을 들고 있었다.

평소에 목욕 시중을 거절하는 나는 안대를 쓰고 목욕 사중을 하는 남자에 놀라 황급히 일어났다.

"어, 저기 시중 필요 없는데...."
"거절을 안 하셔서 들어왔습니다."

손님한테 신경이 얼마나 가있었는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황급히 일어나는 바람에 남자가 있고 있던 하얀 셔츠가 물에 젖어 비추고 있었다.

"미안해요. 아, 어떡하지.. 다 젖으셨는데."
"괜찮습니다. 그럼 태일님, 지금이라도 나갈까요?"
"...아뇨. 오늘만 부탁드릴게요."

이제와서 그를 쫒아내기 그랬다. 남자에게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히 욕조에 다시 앉아 몸을 그에게 맡겼다.

찰방찰방

고요한 샤워실에서는 물소리만 가득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팔을 닦아주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저는 신태일이라고 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아하하.. 당연히 알고 계시겠구나.. 알고 계실텐데.. 하하.."

민망하다. 민망해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자는 뭐가 재밌는지 살포시 웃는다.

"전 윈더라고 합니다."
"윈더, 앞으로 잘부탁해요."

윈더는 행동이 잠시 멈추더니 나에게 묻는다.

"그럼 앞으로도 목욕 시중을 들어도 된다는 뜻입니까?"
"네?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아 그러니까.."
"농담입니다. 에리샤님께서 왜 태일님께서 사랑스럽다고 얘기 하시는지 알거 같습니다."
"에, 에리샤가 그렇게 말했어요? 그거 말고 또 이상한 얘기는 안 했죠..?"
"네. 사랑스러운 분이시라고만 하셨습니다."
"부끄러우니까 그만 말해줄래요?"
"무얼? 아, 사랑스럽.."
"그만 말해요!!"

조금 소란스러운 샤워를 마치고 윈더가 건네준 가운을 걸치고 나와 방 안에 있는 또 다른 작은 방에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욕실을 치우고 나온건지 아까보다 조금 더 젖은 윈더가 보였다.

"윈더, 오늘 고마웠어요."
"제가 필요하시면 부르시면 오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윈더를 보내려다가 뜬금없이 윈더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방을 나가려는 윈더를 붙잡아 나이를 묻자 나와 동갑인 18이었다. 동갑이라는 이유로 아까보다 윈더의 호감이 올라갔다.

무엇보다 드디어 나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문 쪽에 있던 윈더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윈더는 안대를 쓰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온기에 흠칫 놀란다.

"나랑 동갑이네요! 친구해요! 어때요?!"
"태일님, 그건 안됩니다...! 마왕님이 아시.."
"에리샤가 왜 안된다고 해요? 난 윈더에게 물었는데. 윈더는 어때요? 나랑 친구하는 거."

윈더는 머뭇거리다가 끝내 거절한다. 이유를 묻자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용인과 주인이 친구가 될 수 없다니. 윈더의 대답에 조금 화가 났다.

"누가 그래요. 누가 고용인이랑 친구 될 수 없다고 그랬는데."

마왕이 아닌 자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에 에리샤가 놀랐는지 더듬거린다.

"규, 규칙이니까..! 태일님께서 조금의 이해를 해주시.."
"난 이방인인데 나한테까지 적용되어 있지는 않았잖요? 윈더, 마지막으로 묻을게요. 진정 내가 싫어서 친구 거절한건가요?"

윈더는 안대를 쓰고 있었지만 에리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 에리샤를 막아주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라도 괜찮으시면.."
"오늘부터 친구네. 진짜 앞으로 잘 부탁해."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태일님."
"친구는 반말 써. 님짜도 안 붙여. 안대도 안 쓰고."

윈더가 쓰고 있던 안대를 벗기자 어두운 황금색, 아니 예쁜 호박색 눈동자가 드러냈다.

"와.. 눈동자 예쁘다.."
"감사, 아니 고마워."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다. 물론 반 협박으로 사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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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일의 목욕 남자 )

이름 : 윈더
나이 : (( 인간 나이 )) 18살
키 : 175cm
외모 : 어두운 보라색 머리, 호박색 눈동자
종족 : 다크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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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6 21:59 | 조회 : 2,661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요새 미세먼지가 심해지니까 모두들 조심하시고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세요!!! /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한데 휴교해야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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