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13화

용사의 마왕님 13화

부제 : 무제



언제나 마왕의 머리는 부드러워 손을 떼기 싫다. 마왕의 내 손길이 딱히 싫지 않은지 내 허벅지에 머리를 두고 내 손길을 느낀다. 마왕이 숨을 쉴 때마다 허벅지가 간지러웠다.

"태일, 윈더라는 자는 누구지?"
"윈더? 말했잖아. 친구."
"친구? 그럴 리가. 분명 흑심이 있어서 그대에게 다가간 거야."
"흑심은 무슨. 흑심은 그쪽이나 있으면서."

내 손길을 받고 있다가 고개 들어 윈더를 묻는 마왕이 웃겼다. 그러다가도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 있는 마왕이 마음에 걸렸다.

"다리 안 아파? 편하게 앉.."
"그대를 다치게 했으니 스스로 벌을 받는 중이다."
"스스로 벌을 주면 어떡해? 벌은 내가 내려야지."
"모든 말해라. 벌이라면 역시 손을 자를까?"

마왕은 진심으로 말한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꺼낸다.

"미친.. 손을 왜 잘라! 다신 그런 이야기 꺼내지마. 알았어?!"
"...알았다. 그럼 어떤 벌을 줄 건가?"
"됐어. 근데 아까 그 남자랑 여자 누구야?"
"내 약혼녀 후보와 그녀의 오빠다."

약혼녀? 그래서 에리샤랑 다른 이들이 귀한 손님이라고 그랬던 거야? 아니지, 약혼녀가 있으면서 나한테 지금..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 나한테 키스를..! 아니, 빨리 비켜."
"내 말을 제대로 안 들었나 보군. 후보다. 아직 나에겐 약혼녀 없어. 그보다도 난 약혼 따위 할 생각이 없다."
"세이는 마계 왕 아니야? 그래서 마왕이라 불리고. 그럼 약.."
"그대가 있는데 왜 약혼녀가 필요하지? 이해가 안 되는데."

지금 이 남자가 뭐라는 거야. 내가 있는 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나는 마왕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자 마왕은 깊은 한숨을 쉬고 이마를 짚는다.

"태일, 그대는 눈치가 없나? 나름 표현을 했는데 말이야."
"눈치 있어. 내가 눈치 보며 산지가 몇 년짼데."
"그래? 그렇다면 왜 내가 그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눈치 못 챈 거지?"

어라, 방금.. 날 좋아한다고 말한 거 같은데..

"좋아..좋아한다고? 진짜? 어.. 근데 왜 나를? 어째서?"
"그게 이유가 필요한가? ....그대의 대답은?"

받아줘야 하나? 아니 좋아하지도 않는데 받아주면 마왕한테 상처주는 거 같은데. 역시 거절하자.

마왕은 내가 거절한다는 걸 눈치 챘는지 조금 전까지 대답을 느긋하게 기다리던 상황과 다르게 황급히 입을 연다.

"아니, 천천히 듣도록 하지. 급한건 아니니."
"아냐. 바로 말할 수 있어."
"나중에 천천히 듣겠다."

지금이나 나중에나 대답은 똑같았다. 괜히 미안함에 웃으며 마왕에게 산책을 권유했으나 거절한다. 마왕은 날 방까지 데려다주고 그대는 아프니 쉬어야 된다며 억지로 눕힌다.

"...안 아픈데.."
"아니, 그대는 아파. 그러니 지금은 자도록해."
"하아.."

빨리 자라고 재촉하는 듯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마왕의 손길에 안 오던 잠이 찾아왔다. 내가 눈을 뜬건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일어났다.

"...에리샤?"
"벌써 일어나셨어요?"
"어제 없었는데.. 어디 갔어요..?"
"일손이 한참 부족하다해서 별관에 다녀왔어요."

하루동안 못 본건데 반가웠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기 전, 실내용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아델은 마치 어제 있던 사람처럼 방 문 앞에 서서 지키고 있었다.

"아델..! 어제 어디 갔었어요?"
"전 마왕님께서 주신 임무 때문에 자리를 비웠습니다. 헌데 자리를 비운 사이에 쓰러셨다고.. 괜찮으십니까?"
"아하하, 네. 괜찮아요."

하루만이었지만 되게 오랜만에 셋이서 다니는 것만 같아 들떠 있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

"노골적으로 마음에 안든다고 쳐다보시는거 불쾌합니다?"
"제가 언제 그쪽을 쳐다봤다고? 그리고 불쾌한건 저거든요?"

오늘 아침 식사는 마왕의 앞자리엔 내가 아닌 손님으로 온 여자가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불쾌한 손님은 나와 마주치는 자리였기에 서로의 눈을 보며 으르렁 거리며 밥을 대충 먹고 있었다.

"그만해라. 태일, 그대도 그만해."
"저 남자가 먼저.."
"그래. 밥부터 먹고 나중에 마무리 지어. 자, 아."
"...스스로 먹을 수 있어."

마왕은 자기 스테이크를 한입크기로 잘라 나에게 건네줬지만 민망해 마왕의 손을 살짝 밀치고 스테이크를 잘라 먹기 시작했다.

"태일, 아침 먹고 산책하러 가겠나?"
"어? 나중에. 아침 먹고 할 일 있어서."
"그럼 저랑 산책 하시겠어요?"

그녀의 산책 권유를 거절할거 같았던 마왕은 의외로 받아들였다. 마왕의 긍정적 대답을 듣고 여자는 기대되는 눈빛으로 밥을 먹고 있는 마왕을 쳐다봤고 옆에 있던 남자는 그 둘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잘 먹었습니다."
"벌써 다 먹었나? 아직 한참 남았는데."
"별로 입맛이 없어서. 먼저 일어날게."

뭐지. 지금 되게 가슴이 답답해. 무엇보다도 갑자기 마왕을 보기 싫어졌어. 왜지? 방금전까진 괜찮아졌는데.

가슴이 답답한 이유를 찾으려보니 도리어 머리가 아파왔다. 창가 커튼을 만지고 있는 에리샤에게 산책을 하러 가자고 말을 걸었다.

"죄송해서 어떡하죠? 저는 커튼 바꿔야 하는데. 그래. 아델 경이랑 둘이 다녀오세요. 아델 경도 지루해 보였거든요."

소파에 맡기고 있던 몸을 이르켜 내 방을 지키고 있는 아델을 불러 코스모스가 가득한 정원을 찾아갔다. 그곳엔 이미 손님들이 산책중이었다.

마왕은 손님으로 온 그녀를 향해 한번도 보지 못한 미소를 지었다. 가끔 나에게 보여준 미소 또한 저런 미소가 아니였다.

한번 더 마왕이 그녀를 향해 웃어주자 가슴이 답답하고 지끈거린다. 지금 당장 저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떼어주고 싶다.

왜? 내가 더 둘 사이를? 어째서..? 그럴 자격이 없는데.

".....아.."
"네?"
"아델,먼저 올라가 있으세요. 전 볼일이 생겨서."
"어딜 가실.. 태일님?"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가 마왕과 그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둘 다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두 걸음 뒤로 움직였다.

뒷걸음질치는 마왕의 팔을 황급히 잡았다. 그가 더이상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가지마."
"..태일, 무슨 일이라도.."

아까보단 가까워진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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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20 23:13 | 조회 : 2,201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고3이라 당분간 연재주기가 불규칙할 듯합니다ㅠㅠ 흐어융 전국에 계신 고3여러분, 모두들 홧팅하세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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