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3화

들 다 선택해 3화


부제 : 박씨 형제네




최악이었던 관계를 마치고 교복을 갈아입고 있던 중, 마의 안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방의 차분한 목소리에 불안감이 커졌다.

( "우리 아들이 알파 발현이 되었는데." )
"아주머니."
(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학생 정말 미안해." )

박이도와 박도빈이 나타나기 전까진 유일하게 내가 오메가라는 걸 알고 잘해주셨던 집주인 아주머니는 오메가라는 이유로 날 쫒아냈다.

쫒겨났으니 화를 내는게 맞았다, 하지만 난 아주머니를 이해하는 마음이 더 컸다. 아주머니 아들이 알파고 나는 오메가니까.

오메가니까, 전부 이해했다.

그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짐이 없다는 것이었다. 캐리어에 모든 짐들이 다 들어갔다. 억제제, 몇 벌밖에 안되는 사복이 들어간 캐리어를 끌고 익숙하게 찜질방으로 향했다.

"수한이형?"
"...박이도?"

길에서 만난 박이도, 학교 밖에서 만날거라 생각치도 못했다. 이런 곳에서 다 만나다니. 적당히 인사만하고 지나치자고 생각했다.

"형이랑 밖에서 만날거라 생각치도 못했는데."
"이쪽도."
"밖에서 만나니까 더 반갑다."

같은 교복을 입고 만나는 학교와는 달리 유명한 브랜드로 치장한 박이도와 그와 달리 옷이 없어 학교 체육복을 입은 내가 비교가 되었다.

"근데 그 캐리어는?"
"너랑은 상관 없는 일."
"...그래요?"
"그럼 나 가본다."

다시 가벼우면 가볍고, 무거우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찜질방으로 향하려는 순간 불현듯 생각났다. 박이도는 부잣집 알파 아들이니까 방이 많지 않을까?

나 하나쯤 며칠 머물 수 있는 방이 있지 않을까. 염치 없지만 한번 물어볼까?

"....잠깐만 박이도."

발걸음을 돌리려는 박이도는 내 부름에 뒤돌아 웃었다. 그 미소에 조금 마음 편히 물어 볼 수 있었다.

"며칠만 재워줄 수 있냐..? 딱 며칠만."
"잠깐 형 집은요?"
"오메가라는 이유로 쫒겨났다랄까..?"
"오메가라는 이유라뇨, 말도 안 되는 이유잖아요."
"뭐야, 당사자인 나도 화 안내는데 네가 왜 화를 내는데?"
"형, 화를 내는 상황이잖아요. 지금 형, 쫒겨난거에요."

웃겼다. 박이도가 웃겼다는 게 아니라 화를 내기는 커녕 이해하는 내 자신이 웃겼다. 박이도 말대로 이해가 아닌 아주머니께 따져야 됐었는데.

화를 냈어야 하는데, 왜 이해했지? 오메가로 태어난게 뭐가 잘못이길래. 나도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저희 집, 방 많아요. 우리 집으로 가요."
"가도 돼? 박도빈한테도 물어봐야.."
"아뇨, 녀석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보다 배고프지 않아요? 저, 요리 되게 잘하는데 저녁 해드릴게요."

박이도는 자연스레 내가 끌고 다녔던 캐리어를 자신이 들고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런 박이도의 행동을 받아드렸다. 학교에서 딱히 멀지 않은 곳에 박이도네가 있었다. 학교 주변에 이렇게 큰 집이 있었다니.

"정말 크네.."

박이도의 뒤를 따라 고급 펜션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넓고 고급 가구들로 꾸며진 거실에 들어섰다. 전에 살던 집보다 큰 거실에 방은 얼마나 클지 생각 하고 있을 때 2층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고개를 들어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 박도빈.

"...강수한? 뭐야, 네가 왜 여기에.."
"너야말로 뭐야, 형을 이름으로 불러. 형, 죄송해요."
"아냐, 딱히 신경 쓰이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않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지 주인 눈치 보는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내 눈치를 보면서도 여전히 내 신경을 조금씩 건드는 박도빈을 싸늘하게 바라봤다.

"앞으로 수한이형, 우리 집에서 지낼거야."
"잠깐, 앞으로라니? 난 며칠만.."
"집 구하기 힘든데, 그냥 편하게 우리 집에서 지내요."
"누구 마음대로! 아니다. 좋네, 그거."

웃으며 말하는 박도빈이 수상하게 느껴졌다. 수상하게 느낀건 나뿐만이 아니였는지 박이도는 날 보호한다시피 내 앞을 잠시 선다.

키 큰 박이도 때문에 상황은 모르지만 한참동안 박이도와 박도빈은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았다. 박도빈이 먼저 시선을 거두고 윗층으로 올라가자 그제야 박이도는 시선을 돌려 날 바라봤다.

"손님방이라 조금 작은데, 사용하긴 괜찮을거에요."
"...이게 작은 거면 너 방은 얼마나 큰거야..."
"구경하실래요? 침대도 3명은 잘 수 있을만큼 큰데."
"딱히 궁금하지 않아서 사양할게."
"나중에라도 궁금하시면 언제든지 와서 구경하셔도 돼요."

예상치 못하게 넓고 깔끔한 방을 받아 버렸다. 박이도는 편히 쉬라는 말을 남기곤 방을 나갔다. 난 닫힌 문을 눈치보며 침대에 처음으로 누워봤다.

푹신한 침대, 딱딱한 바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하늘에 떠있는 것만 같았다. 침대는 푹신보단 폭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침대뿐만이 아니라 이불과 베개 또한 폭신했다.

"와, 진짜 폭신해.."
"그런 표정도 짓을 수 있으면서, 왜 딱딱하게 다니는 거야? 웃으며 다녀, 그럼 인기 많을 텐데."
"너 노크도 몰라?"
"어, 그리고 내 집인데 노크하고 들어가야하나?"
"너 집이 아니라 박씨 형제 집이겠지."
"형제는 무슨, 됐고 이거나 받아."

언제 내려왔는지 어느새 노크도 없이 내 방에 들어온 박도빈은 무언가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잡은 처음 보는 약. 반응 없이 박도빈을 쳐다보자 박도빈은 문에 기대서 약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찢어졌을거 같아서."
"찢어져? 뭐가?"
"진짜 몰라서 묻는거야? 아님 죄책감이라도 가지라고 얘기한거냐."
"모르는데. 이 약이 뭔데."

박도빈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이어 머리를 거칠게 흩뜨리며 약의 사용에 대해 말했다.

"아씨, 그 애널말이야. 애널 찢어질때 사용하는 거라고. 아까 너무 강압적으로 해서..."
"..찢어졌으려나.."
"하? 그것도 몰라?"
"거친 관계를 해봤어야 알지. 박이도는 그렇게 안 했는데."
"기분 더럽게 걔랑 비교하지 말지? 그리고 그 자식보다 내가 더 커서 더 좋지 않았어?"

나는 박이도보다 더 좋지 않았냐는 말을 무시하고 나중에 사용하게 되는 날이 있으면 사용하겠다는 말과 함께 약을 옆에 있던 서랍 첫번째 칸 깊숙히 넣었다.

약을 받으면 갈 줄 알았던 박도빈은 여전히 문에 기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삐딱하게 서있는 박도빈에게 물었다.

"왜 안 가?"
"지금쯤 박이도 밥 다 했을 걸, 가자."
"같이?"
"어, 같이."

침대에 앉아 있는 나의 손목을 잡고 거실로 나왔다. 박도빈 말대로 박이도는 식탁을 차리고 있었다. 박이도는 거실에 나온 날 보고 웃더니 곧이어 내 뒤를 따라온 박도빈을 보고 굳어진다.

"박도빈, 왜 형이랑 같이 와."
"약 좀 주느라."
"약? 형 어디 아파요?"

수저를 놓던 박이도는 약이라는 단어에 수저를 던지다시피 올려두고 황급히 나에게 다가와 내 이마를 짚는다.

"괜찮아요? 아픈데가 어.."
"이마 짚어도 넌 모를 걸?"
"너 말투가 꼭 너는 알고 있다는 말투다?"
"당연하지, 알려줄까? 착한 내가 알려주지. 어디가 아프냐면.."

박도빈은 장난꾸러기 아이마냥 미소를 지으며 말하려고 했지만 내가 입을 막았다. 입이 막힌 당사자인 박도빈도 옆에서 보고 있던 박이도도 나의 행동이 놀란 듯 눈만 깜빡인다.

"신경 안 써도 돼, 안 아파."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형, 박도빈에서 멀어져요."
"궁금하면 언제든지 물어봐~ 알려줄게."

박도빈을 보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댔다. 여전히 장난스럽게 웃는 박도빈과 그런 박도빈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박이도 집에 온 것이 후회됐다. 아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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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3 22:34 | 조회 : 4,00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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