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4화

둘 다 선택해 4화


부제 : 다른 우성 오메가의 페로몬




박이도와 박도빈의 집에서 지낸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체육복 두고 왔어."
"잘한다, 잘해."
"미안한데, 선생님한테는 보건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해줘. 그 사이에 빌려올게."
"너무 늦지마라."

모두가 교실을 나가고 나서야 나는 가방 속에 있던 체육복을 꺼내 1학년층으로 내려왔다. 갑자기 나타난 선배의 등장으로 몇 명의 1학년들은 화들짝 놀라며 길을 비켜준다.

화들짝 놀래는 후배들을 보며 괜히 미안해진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2반에 섰다. 2반 복도 창문으로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박도빈와 그 앞자리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박이도가 보였다.

박도빈 체육복이랑 바꼈지만 자고 있어서 깨우기 미안한데. 곤란해질 때쯤 반에서 나오는 1학년을 붙잡아 자고 있는 박도빈를 대신해서 박이도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공부하던 박이도는 손을 흔드는 날 발견하곤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와도 괜찮은데.

"이제 종 치는데, 여기서 뭐해요?"
"체육복 바꼈어."
"체육복이요?"
"응, 박도빈이랑. 근데 박도빈 자길래. 쟤 가방에서 꺼내서 바꿔줘."

박이도는 여전히 엎드려 자고 있는 박도빈을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웃으며 기다려달라 말하곤 자신의 사물함으로 가 체육복을 꺼내온다.

"박도빈은 자고 있으니까 우선 제거 입으세요."
"....너껀 큰데."
"소매 접으면 안 커요. 박도빈거는 저 주세요."

박이도 체육복을 입을거면 차라리 박도빈 체육복을 입었지, 그럼 귀찮게 내려올 필요도 없었는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긁적이며 박이도에게 박도빈 체육복을 건네려고 했다.

"자, 체육복."

그 순간 언제 깨어났는지 박도빈이 자신의 체육복을 가져가곤 나의 체육복을 내 손에 올려뒀다.

"나 깨우면 되잖아."
"곤히 자고 있길래."
"앞으로 내가 자고 있던 안 자던, 날 찾으러 왔으면 깨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졸린지 눈이 반쯤 감겼다. 그런 박도빈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눈이나 뜨고 말해."
"눈 뜬거야, 그리고 잠 다 날아갔어."
"뭐래, 거짓말."
"형, 진짜 종 치겠어요. 빨리 갈아입고 가봐야죠."
"아, 그럼 이따 보자."

수한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체육복을 들고 2학년층으로 올라가자 이도는 도빈을 지나쳐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풀기 시작한다. 도빈은 공부하는 이도를 아리꼽게 쳐다보며 이도의 책상 위에 앉는다.

"비켜."
"그렇게 질투가 심해서 어떡하냐?"
"개소리할거면 그냥 자리로 돌아가서 자라."
"어쩌냐, 네가 그럴수록 난 강수한이 탐나는데."

이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아 있는 도빈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목이 졸려 숨 쉬기 어려운 도빈은 이마를 좁힌 채 화가 나 보이는 이도의 눈동자를 바라보기만 한다.

"이도랑 도빈이, 지금 싸우는니?"
".. 아뇨. 그냥 형제간의 작은 다툼이었습니다, 선생님. 소란 일으켜 죄송합니다."
"그래, 이도야. 소란 일으키면 너희 아버지가 속상하겠지."

어느새 종이 쳐서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이도와 도빈을 걱정한다는 듯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 놈의 아버지 이야기 언제 나오나 했는데, 이제야 나왔네."

당장이라도 선생님과 싸울 기세인 도빈의 팔을 붙잡은 이도는 고개를 저었다. 조용히 있으라는 묵언의 말이었다. 도빈은 세게 혀를 차며 이도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엎드렸다.

.
.
.

내 체육복을 들고 올라간 나는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누구의 책상인지도 모르는 자리에 엎드렸다.

"...우성 오메가, 페로몬이었어..."

박이도랑 박도빈한테서 나는 페로몬, 우성이었다. 자신의 것에 손대지마라는 오메가의 표식이었다.

분명 박도빈 짝꿍이었지, 박이도랑 얘길 나눌 때부터 갈때까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토 나와.."

차가운 책상에 볼을 갖다대 아래부터 올라오는 토사물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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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고요함을 깨트린 건 노크소리였다. 노크소리가 들리고 몇 초가 지나 한명이 아닌 두명이 들어오는 기척이 들려와 살며시 눈을 떴다.

"형, 조퇴했다면서요. 괜찮아요?"

약한 유리마냥 나의 머리를 조심스레 만지며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그런 박이도 옆에 서성이며 나를 살피는 박도빈과 눈이 마주쳤다.

"괜찮...지 않아, 둘 다 나가."

한숨 자고 나서 괜찮아졌던 속이 다시 안 좋아졌다. 박이도와 박도빈이 묻혀온 페로몬의 형이 맡아졌기 때문에. 다 지우고 들어오지, 여전히 묻히고 들어오네.

당장이라도 토사물이 올라오는 속을 진정하고 싶은 나와는 달리 여전히 내 방에 있는 박이도와 박도빈때문에 방안엔 우성 오메가의 페로몬이 가득 찼다.

"내가, 걱정되면 그 페로몬 좀 어떻게 해봐."
"페로몬? 무슨 페로몬."
"너희들한테 나는 거."
"말은 제대로 하자, 강수한. 지금 우린 페로몬 안 흘리고 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건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삐딱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박도빈을 바라봤다. 그런 우리를 말 없이 보고 있던 박이도는 박도빈을 향해 그만하라고 말한다.

"내가 뭘 했다고. 묻는 것도 죄냐?"
"그만하라고."
"...너희들한테서 우성 오메가, 페로몬 나."

울렁거리는 속을 꾹 참아내며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내 말을 듣고는 박이도와 박도빈은 내 방을 동시에 나가더니 잠시 후 각자 처음 보는 약과 물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형, 속 아직도 안 좋아요?"
"...아니, 오히려 좋아졌어. 너네 페로몬 때문에."

다시 방에 들어왔을 땐 내 속을 괴롭히던 우성 오메가의 페로몬을 맡을 수 없었다. 오히려 기분 좋아지는 그들의 페로몬과 함께 방에 들어왔다.

"강수한, 물 마셔."
"아, 고마워. 근데 페로몬은.."
"체취 없애는 향수 뿌리고 왔어."

양 옆에 박이도와 박도빈이 자리를 잡곤 나의 상태를 살핀다. 어느정도 상태가 멀쩡해지자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

"진짜 괜찮아졌으니까, 그만 나가봐."
"또 안 좋아지면 어떡하냐."
"박도빈 말대로, 안 좋아지면 어쩔려고요?"
"아니, 진짜 괜찮은데."

오른쪽에 있는 박이도는 오른쪽 손을 쉽게 깨지는 유리처럼 소중히 잡고 있고 박도빈은 삐딱하게 고개를 들고 있지만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생각보다 싫지 않네."
"뭐가요?"
"또 이상한 말 한다, 뭐가 싫지 않은데."
"있어, 그런게."

두명의 알파의 걱정을 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싫지 않았다.

.
.
.

일주일 후, 1학년 우성 오메가가 갑작스럽게 전학 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우성 오메가가 왜 갑작스럽게 전학을 갔는지 모두가 궁금하였지만 그 누구도 전학 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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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5 17:12 | 조회 : 3,497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2,3화에 많은 댓글이.. 하나하나 답변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해여ㅠㅠ 아쉬운대로 한분한분 하트 꾹 눌렀습니다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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