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6화

둘 다 선택해 6화


부제 : 러트(상)




평범한 주말 오전, 나는 홀로 아침을 먹었다..아침부터 어딜 갔는지 박씨 형제는 볼 수 없었다. 박도빈은 그렇다 치고 박이도, 얜 어딜 간 거야.

아침부터 연락도 없이 사라진 쌍둥이가 다시 나타난 건 그다음 날, 이른 아침이었다. 도둑고양이처럼 조심히 들어오던 둘과 물 마시러 잠시 거실로 나온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혀, 형... 좋은 아침이에요."
"..뭐야,.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있고."

지금 몇 시지. 거실에 걸린 벽시계를 확인하며 차가운 냉수를 들이켰다. 오전 6시도 안 된 시간. 대체 어딜 다녀왔길래, 연락도 없었고 왜 지금 들어온 거야.

"....빨리 들어가서 씻고 자라. 피곤해 보여."
"아, 네."
"아침인데 뭘 자긴 자. 조금만 기다려, 아침 해줄게."
"됐어, 아침 안 먹어."

묻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자격이 없던 나는 반도 안 마신 냉수 컵을 싱크대에 넣고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방에 들어가려면 박씨 형제를 지나쳐 가야만 했다.

그들을 지나친 순간 달달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났다. 많이 맡아본 향, 아니 페로몬. 누가 맡아도 히트가 왔던 오메가 페로몬이었다.

"....야, 너희 어디 다녀온 거야."
"그냥, 어디 좀 다녀왔어. 왜? 보고 싶었냐?"
"아니? 내가 왜 널 보고 싶어해. 내 묻는 말에 답이나 해."
"우리가 무슨 애도 아니고 일일이 보고 해야 하나.. 응?"

앞치마를 내며 내 말에 대답하는 박도빈은 싱크대에 기대며 내 마지막 질문에 답했다, 아니 답을 피하며 말했다.

"박이도, 네가 말해."
"강수한, 너는 나랑 말이 안 통하면 박이도 찾더라?"
"말이 안 통하니까 찾지. 박이도."
"형, 죄송해요. 하지만 위험한 곳에 다녀왔던 건 아니에요."
"박도빈도 그렇고 박이도 너까지."

쟤들에게 오메가 페로몬이 나든 말든 상관없어. 나는 애인도 아닌데 왜, 쟤들이 오메가 만라거 간 게 화가 나는 거지?

"오메가 만나러 갔어? 왜?"
"그걸 어떻게 알았, 아니 형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나도 오해하기 싫다. 그러니까 말해."

여전히 말하길 망설이는 박이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나와 쩔쩔매는 박이도를 말없이 쳐다보던 박도빈이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러트 때문에."
"야, 박도빈. 말하지 말자고.."
"왜, 뭐가. 알고 싶어하잖아. 알려줘야지. 더 궁금한건."

알파가 러트 때문에 오메가를 만나러 갔다. 그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런데 왜 숨겨? 아니, 애초에 왜 만나러 간 거야?

"나도 있잖아. 옆에 오메가가 있는데, 왜 힘들게 다른 오메가를 찾으러 나가? 나, 오메가로서 별로였어? 그래서.."

속으로 말하다는 걸 그만 밖으로 내뱉었다. 그런 말을 한 내 자신도 당혹스러운데 이 말을 들은 쟤들은 오죽할까.

"형, 왜 그런 말을 해요."
"근데 왜, 다른 오메가를..!"
"우리 러트는 다른 알파보다 심해. 너 분명 죽어날 걸? 쟤나 나나 너 고생시키기 싫어서 밖에 다녀온 거야."
"..다음부터 나 찾아. 알았어?"
"그래, 너한테 갈게. 그러니까 화내지마."

어느새 박도빈은 내 곁에 다가와 나의 눈가에 짭게 입맞춤을 하곤 떨어졌다. 박도빈의 입맞춤으로 뜨거워진 눈가를 문지르다가 묘하게 불만인 표정을 하고 있는 박이도를 바라봤다.

"너도야. 너도 나 찾아와."
"네. 그보다 형 그렇게 문지르면 더러운게 제대로 닦이지 않아요. 티슈로 닦아야 깨끗히.."
"마치 내가 더럽다고 들린다?"

티슈는 언제 생겼는지 눈가를 아프지 않고 닦아준다.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충분, 아니 오랫동안 닦은 후에야 나에게서 떨어졌다. 박이도는 더러워진 티슈 몇 장을 휴지통에 버리며 말했다.

"형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어요."
"난 괜찮아. 너희들이 다른 오메가한테 찾아가는 걸 보는 것보다 날 함부로 대하는게 나아. 내가 아픈게 낫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희들이 내가 어닌 다른 오메가한테 가는 것보단 내가 아픈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
.
.

학교가 끝난 시간, 꺼둔 핸드폰의 전원이 들어오자마자 알림이 계속 울렸다. 박이도와 박도빈, 이 둘에게 온 연락으로 2분째 계속 알람을 꺼뒀다.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조퇴했던데, 많이 아픈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잠시 죽집에 들려 죽 3개를 구입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허윽, 무슨.. 페로몬이 현관부터.."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알파 페로몬이 집 안 가득했다. 설마 조퇴한 이유가 러트가 와서? 그제야 나는 황급히 연락을 확인했다.

< 박이도 >
- 형 러트 와서 먼저 조퇴할게요. 조심히 와요.
- 집에 오시면 형 방에 들어가요. 곧장.
- 페로몬 때문에 집 오시면 형 힘들거 같아요.
- 집에 안 오는게 더 좋을 거 같아요.

< 박도빈 >
- 저번 달에 러트 오면 너 찾으라고 했지? 내 방으로 와
- 나 죽을 거 같아
- 언제 와 빨리 와
- 학교 끝나지 않았냐?

쌍둥인데 이리도 다를까싶다. 한명은 내 걱정에 집에 오지마라 하지 않나, 다른 한명은.. 됐다, 말을 말자.

"박이도. 나야, 문 좀 열어봐."

현관에서 제일 가까운 박이도부터 찾으러 갔다. 별 뜻은 없었다. 그저 가까워서 상태를 먼저 확인하려고 했다.

"내 문자 못 봤냐."
"아, 박도빈."

내가 집에 온 걸 들었나? 귀가 엄청 밝다고 생각하던 중, 박도빈은 성큼성큼 다가와 날 가두곤 갑작스럽게 입맞춤한다. 갑작스러운 키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순순히 입을 벌렸다.

"흣, 으읍.."

내가 입을 벌리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깊게 들어온다. 점점 숨이 막혀올 때쯤 기대고 있던 방문이 열리고 딱딱한 가슴팍에 부딪혔다.

"제가 보낸 문자 못 봤어요? 집에 오지마라 그랬잖아요."

문을 열고 나온 박이도는 식은 땀을 흐르면서 말한다. 말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흐르고 있는 식은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내가 저번에 날 찾으라 그랬으니까, 온건 흐읏...!"
"나한테 집중해."
"잠, 깐만. 읏, 얘기중, 하으.."

뭐가 또 불만인지 옷도 벗기지 않은 채 유두를 누르며 쇄골에 키스 마크를 남긴다. 온 신경이 박도빈에게 향했다.

"박, 도빈..흐..읏.."
"제기랄.."
"...박이도..?"

작은 욕설이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평소 듣지 못한 박이도의 욕설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여기서 그러지말고 형부터 침대에 눕혀."
"침대 빌려줄려고? 웬일이래?"
"닥쳐, 너랑 같이 형을 안는 것도 마음에 안 드니까."

박도빈은 쇄골에 키스 마크를 남기더니 침대에 가자는 박이도의 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런 박도빈과는 달리 박이도는 미안한 표정으로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아프면 바로 말해줘요, 형."
"...응."
"말하면 뭐하냐, 멈출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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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8 16:35 | 조회 : 2,976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다음편이 수위편인데 많이 부족할겁니다..그러니까 기대 너무 하지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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