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9화

둘 다 선택해 9화


부제 : 체육대회(상)과 반장, 이재민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교는 잠깐의 휴식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반을 포함해서 대부분 반은 체육대회 준비로 한창이다. 칠판에는 '체육대회 1등 가즈아!' 라 적혀 있었다.

"누가 응원 플랜카드 만들래? 손재수 좋은 사람?"
"그런거 폭스툰이 잘해. 작년에 얘 반 응원상도 그걸로 탔음."
"내가 할게. 망쳐도 뭐라 하지마라~"
"당연하지. 어, 반장. 왔냐?"
"응, 잠깐만 자리로 돌아갈래? 자는 애들도 깨워주고."

잠깐 나갔던 반장은 반으로 돌아와 자고 있던 친구들을 깨우며 교탁 앞에 서서 말한다.

"우리 반티 정해야 하는데, 각자 입고 싶은 거 말해봐."
"귀여운 걸로 하자!"
"우엑, 야야 그냥 축구복으로 가. 편하잖아."
"헐.. 언제적 축구복이니? 귀엽게 동물 잠옷 어때?"
"미친, 더위 먹으려고 환장했냐?"
"애들아? 왜 싸워~ 사이좋게 고르자. 애들아."

이틀만 입을 거, 저렇게 싸우면서 골라야 할까. 서로 싸우는 두 친구들을 진정시키는 반장과 그런 셋이 웃겼는지 소리 내어 웃는 반 친구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한심해."

언제까지 싸울려나. 오래 걸릴거 같은데, 이대로 자도 안 걸릴..

"수한아."
"...어? 어, 왜."
"너는 어떤 스타일이 좋아?"

갑자기 눈이 마주친 반장은 웃으며 날 불렀다. 평소에 아침 인사정도만 하던 반장이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나는 덥지만 않으면 되는데."
"그래? 그럼 간단하게 과일로 가자. 옷도 시원한 제질이고"
"...뭐, 과일도 귀여우니까."
"동물만 아님 됐어."

반장의 태도에 의문을 가지면서 체육대회 관련 학급회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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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던 길에 쌍둥이를 만나 그들과 집에 가고 있다. 박도빈은 등교할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끌고 박이도는 양손 가득 무언가 들고 있다.

"박이도, 반장은 할 일 많지? 많이 힘들어?"

박이도는 최근 반장이 되었다. 기존에 있던 반장이 전학을 가는 바람에 다시 투표한 결과 저신이 되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그냥 곁딜만하다, 정도?"
"필요하면 말해, 도와줄게. 그거 응원 플랜카드 같은데."
"밤 샐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응. 까짓거 밤새는 건데, 뭐."
"같은 청팀도 아니면서. 지금 라이벌 도와주겠다는 뜻?"
"아, 그렇게 되나? 그럼 안 도와줄래."

내 말을 끝으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뭐가 불만인지 입이 나온 박이도와 뭐가 좋은지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간 박도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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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가 체육대회라는 이유로 대부분 선생님께서 자율시간을 주셨다. 모두가 약속한 듯, 체육관과 운동장에 모여 자기가 맡은 종목을 연습하고 있다.

"하, 강수한 되게 못하네."
"아씨 몇번째야."

물론 나도 연습중이었다. 비록 중간에 멈췄지만. 단체줄넘기. 모두의 호흡이 중요한 종목이기에 점수도 계주 다음으로 높다.

"강수한 누가 넣었냐? 존.."
"그래서 처음부터 내가 줄넘기 못한다고 그랬는데."
"뭐? 야, 네가 언제 못한다고.."
"내 말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날 넣은게 너잖아. 그리고 나만 걸렸어? 너도 걸렸잖아."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체육관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우리들에게 향했다. 많은 시선에는 자기 반을 응원하던 박이도와 농구 연습하던 박도빈도 있었다.

"하아? 강수한, 지금 나랑 싸우자는.."
"자자, 그만."
".......반장."
"이재민, 잠깐 빠져봐. 강수한이.."
"그만하라고 했잖아."

반장 이름이 이재민이었던가. 이재민은 웃으며 말했지만 표정은 싸늘했다. 싸늘한 이재민의 표정에 나와 다투던 남자애는 꼬리를 내리며 줄넘기를 하던 자리로 돌아갔다.

"수한아, 줄넘기 힘들면 다른 걸로 바꿔줄까?"
"어."
"...풉.."

갑자기 웃음이 터진 이재민이 기분 나빴다. 내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황급히 사과를 하며 자신이 웃었던 이유를 말해준다.

"보통은 자기가 열심히 하겠다고 했으면서 투덜거리잖아. 근데 수한이 너는 승낙하길래."
"바꿔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잖아."
"맞아, 그럼 무슨 종목으로 바꿔줄까? 하나씩은 꼭 해야하는데."

종목이 뭐가 있더라. 고민하던 나에게 이재민은 웃으며 그냥 빼줄까?라고 말한다. 그의 유혹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장 일로도 힘들텐데."
"괜찮아, 나도 경기에 참석하고 싶었으니까."
"고맙다. 반장 일도 바쁠텐데."
"고마우면 다음에 밥 사줘."
"...뭐, 그래. 밥 까짓거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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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래서 밥 사준다고요? 그것도 친하지도 않은 친구한테?"
"친하지는 않지만, 우리반 반장이라니깐."
"나 같으면 그냥 줄넘기한다. 안 친한 친구한테 밥 사야할바엔."

집에 오자마자 강당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는 쌍둥이에 전부 다 말해줬더니 입이 나와서 비딱하게 군다. 대체 왜?

"너 대신 나가는.. 뭐냐, 이재현?"
"이재민."
"아, 그래. 그럼 그사람 너 대신 나가니까 열심히 응원해줘."
"어, 너 말대로 열심히 응원 해줄거야."

말해달라고해서 말해줬는데,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당췌 잘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이재민에게 밥을 사주는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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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35분, 한 지하철역 앞에서 나는 아직 약속시간이 15분정도 남아 있어 주변 카페에 들어가려고 했던 나의 계획이 틀어졌다.

"아직 15분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그러는 너는?"
"나는 커피라도 마시려고. 넌?"
"약속 늦는거 보단 일찍 오는 편이라."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있는 이재민과 눈이 마주쳤다. 무엇보다 쌍둥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와 키 때문에 눈에 띄었기에 시선은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커피 마시고 싶다고 했었나? 커피부터 마실래?"
"됐어. 밥 먹는데, 뭘 먹을래."
"음.. 네가 먹고 싶은거 먹자."

이럴 줄 알았어. 미리 찾아두기 잘했지. 전날 밤 찾아둔 돈가스집으로 향했다. 역에서 도보로 5분도 안되는 거리라 땀이 나기 전에 음식점에 도착했다.

"수한아 뭐 먹을래?"
"음.. 조금만 더 고르고."

도착하기 전에는 고구마가 먹고 싶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시킨 카레 돈가스가 눈에 아른거린다. 고구마랑 카레, 둘 중 뭐가 맛있을까.

"뭐랑 뭐가 고민 되는데?"
"고구마랑 카레. 역시 고구마 시킬래. 아, 아니다 카레..."
"알았어. 여기 치즈랑 카레 주세요."

한동안 메뉴판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한순간에 이재민에게 꽂혔다. 이재민은 웃으며 처음부터 카레가 먹고 싶었다며 말했지만 가슴 한쪽에서는 양심이 콕콕 찔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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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재민
나이 : 18세
종 : 열성 알파
키 : 180cm
외형 : 흑갈색머리, 갈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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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07 16:32 | 조회 : 3,469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밤새 수한이랑 있고 싶었던 이도랑 둘이 있는 걸 보기 싫었던 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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