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10화

둘 다 선택해 10화


부제 : 체육대회(중)




시켰던 돈가스를 자르자 김이 올라오며 맛있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자 날 쳐다보고 있던 건지 웃음 참는 소리가 들렸다.

"...웃지마라."
"미안, 카레 먹을래?"
"사양하지 않을게."

서로 시켰던 돈가스를 나눠먹고 놀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까 점심 사줬으니까 저녁은 내가.."
"아니, 괜찮아."
"내가 괜찮지 않아."
"나는 저녁은 꼭 집에서 먹어야 하거든. 그리고 정 그러면 학교 매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줘. 오늘 즐거웠다."
"데려다줄게."
"아냐, 여기서 가까워. 내일 보자."

신나게 놀면서도 아침부터 입이 삐죽 나와 투덜거리던 쌍둥이가 계속 생각났다. 먼저 이재민을 보낸 후에 아까 그와 함께 맛있게 먹었던 돈가스를 포장했다.

"나 왔어."
"왜 이렇게 늦게 와? 밤새 걔랑 놀고 오지 그랬냐?"
"그럴려고 했는데. 저녁은 너희랑 먹고 싶어서 먼저 왔다."
"형 왔어요, 조금 늦었네요?"
"다녀왔어."

거실에는 TV로 게임을 하고 있던 박도빈과 저녁을 준비하려고 주방에 들어가려던 박이도가 있었다. 박이도는 무언가 들고 있는 내 손을 보고 다가와 봉지를 들어준다.

"뭐예요? 웬 돈가스?"
"아까 먹었는데 맛있었어. 너희랑 먹으려고 사왔어."
"그렇게 먹으면 점심, 저녁 돈가스데 괜찮아요?"
"응, 낮에 안 먹은 갈로 사왔거든."
"기다려, 된장국이라도 해줄게."

어느새 내 옆에 있는 박도빈을 쳐다보고 TV를 봤다. TV는 GAME OVER 라는 빨간 글씨가 적혀있다. 박도빈은 박이도가 들고 있던 봉지를 뺏어가 식탁에 올려두고 냄비를 꺼낸다.

"왜 가만히 서있어? 밥 먹게 씻고 나와."
"형 거실 욕실에 비누 떨어졌던데, 제 방 욕실 쓰세요."
"고마워."

쌍둥이 기분은 아침보다 괜찮아진거 같은데. 오전엔 입이 왜 나왔냐고 딱히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쌍둥이가 다시 웃었으니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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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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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체육대회가 열렸다. 평소와 달리 등굣길은 교복이 아닌 각자 반티를 입고 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반티는 다양했다.

"너네 반티 죄수복이냐? 미친, 진짜 잘 어울려."
"너네반은 잠옷 패션 무엇?"

반티를 정하던 시간에 나왔던 축구복, 동물잠옷은 물론 죄수복, 환자복, 한복, 미니언즈까지 특이하고 귀여운 반티를 입는 학생들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등교하고 있다.

"수한아, 좋은 아침."
"아, 안녕."
"반티 안 입고 왔네?"
"어, 학교에서 입으려고. 그러는 넌 입고 왔네."

우리 반의 반티는 과일 축제다. 3개의 조로 나눠 각각 사과, 복숭아, 수박의 작은 모양 박혀있는 반티다.

사과는 사과머리를, 복숭아는 붉은 뺨을, 수박은 볼에 씨를 그리기로 했다.

"어때? 어울려?"
"아니. 네가 그린 수박씨 주금깨 같아."

그리고 지금 나에게 인사한 이재민은 수박이라 두 뺨에 검은 씨를 그렸다. 나의 의견이 너무 솔직했는지 어깨가 눈에 띄게 축 쳐졌다.

"...그, 그래도 나름 어울려. 멋있어."
"진짜?"
"그래, 진짜."
"궁금하다, 수한이 사과 머리."
"그게 뭐가 궁금하냐? 아, 나 머리끈 안 가져왔는데."
"여자애들 있을 걸? 하나 달라고하면 줄거야, 아마?"

자연스레 교실까지 이재민과 함께 들어왔다. 먼저 도착했던 친구들은 접점이 전혀 없던 두명이 나란히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뭐야, 반장. 왜 쟤랑 같이 오냐?"
"오다가 만났으니깐. 왜? 수한이랑 오면 안돼?"
"어? 아니, 그런건 아닌데."

저번 줄넘기 사건으로 날 탐탁치 않게 보는 남학생이 다가와 말했다. 그 날 이후 종종 나에게 시비를 거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이재민이랑 같이 들어온게 마음에 안 들었나.

"둘 친해?"
"친해. 그렇지, 수한아?"
"아니, 안 친해."

이재민에겐 미안하지만 쟤랑 더이상 엮기기 싫었다. 부정적인 내 말에 이재민은 내 자리로 가려는 날 붙잡는다.

"그동안, 함께 나온 날들은 대체 무슨 의미야..?"
"....뭐?"

녀석의 말로 인해 반 전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친, 너!! 반장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재민이랑 수한이,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뭐? 아니야! 그런 사이 아니니까, 오해하지마라."

나의 외침은 무용지물이었다. 이재민에게 이 일을 해결하라는 뜻으로 팔을 툭 쳤지만 이재민은 내 시그널을 받지 못한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재민아, 왜 말 안 했어. 대체 언제부터 둘 그렇게 된거야..?"
"강수한, 이 자식 언제 반장이랑 그런 사이였냐?"

오해를 제대로 풀지도 못한채 체육대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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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교장, 귀빈들의 훈화말씀이 끝나고 준비 체조까지 끝나면 본격적으로 체육대회가 시작됐다. 각 학년과 반별로 썬세이드(그날막)로 향했다.

"어, 박이도랑 박도빈이다."

쌍둥이들 역시 반으로 이동하던 중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준 뒤, 우리반 썬세이드로 돌아갔다.

"방금, 봤냐? 강수한 미친거 아니야?"
".....어, 봤어."
"사과 머리 뭐냐고. 다른 알파 꼬시려고 환장했나."

벌써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 돗자리에 앉은 수한을 보던 쌍둥이 시선에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뭐야, 저새킨."
"수한이형네 반장."

재민응 익숙하게 수한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는 옆자리에 앉는다. 박이도는 그 광경을 보고 이성을 잃고 수한에게 달려가려는 박도빈을 진정시킨다.

"형에게 귀찮은 벌레가 꼬였네."
"강수한, 경계 좀 하고 다니라니까. 저렇게 경계 안 하고 다니니까 이상한 벌레가 꼬였지."

재민이는 수한의 사과머리를 툭치며 수한에게 말을 거는 동시에 시선은 쌍둥이에게 향했다. 쌍둥이는 그런 재민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는지 여전히 수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뚫기 힘들겠는데."
"뭐가."
"응? 아아, 축구 경기. 뚫고 골 넣기 힘들거 같아서."
"야, 그것보다 머리 그만 만져."
"계속 만지고 싶은데... 안될까?"
"하, 그래. 계속 만져라.."

허락을 받고 자신의 사과 머리를 만지는 재민을 흘겨보더니 한숨을 쉬곤 턱을 괴고 바로 앞에서 축구를 하는 학생들을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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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0 17:26 | 조회 : 3,095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딱히 노린건 아니였지만, 다들 9화의 폭스툰에서 웃으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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