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11화

둘 다 선택해 11화


부제 : 체욱대회(하)




두 경기를 마치고나니 시간은 점심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1시 50분.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고 동시에 한 경기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엔 점심시간을 훌쩍 넘길 거 같았다.

"선생님들과 회의한 결과, 12시 10분에 점심을 먹기로 정해졌다. 반장은 애들 잘 통솔해서 10분에 급식실로 데려가."
"네, 선생님."

몇 명은 점심시간까지 자려고 누웠고 다른 몇 명은 매점에서 먹으려고 했는지 지갑을 꺼내 운동장을 벗어났다. 점심시간까지 20분정도 남았는데, 그동안 뭐하지. 목 마른데 잠시 매점 다녀올까.

"수한아, 저번에 내가 매점에서 뭐 사주기로 했잖아."
"아, 어. 그랬지."
"지금 사줄까?"
"마침 목 말랐는데."

먼저 일어난 이재민은 나를 일으켜주기 위해 내 손을 잡았다.

"그 손 놨으면 좋겠는데."
"박도빈?"
"강수한, 내 손 잡고 일어나."

나도 모르게 이재민의 손을 놓고 이재민 손보다 조금 더 큰 박도빈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박도빈은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주곤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 가는데."
"....."
"목적지만 말해주지?"
"하, 너는 왜 경계심이 없는 건데?"
"무슨 경계심?"
"방금도! 하, 됐다. 나랑 박이도가 조금 더 살피면 되니까."
"뭐야, 무슨 말이야."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대는 박도빈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매점이었다. 매점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붐벼 도저히 뚫을 용기가 나지 않는 그때, 저 앞에서 박이도가 나를 불렀다.

"수한이형."

박이도의 부름에 모세의 기적마냥 중앙이 뚫린 덕분에 편하게 박이도에게 갈 수 있었다.

"놀랐어요?"
"갑자기 박도빈이 데려와서 놀랐어. 근데, 무슨 일이야."34ㄷ
"지금쯤 형 목 마를 거 같아서요. 뭐 마실래요?"
"아, 그럼 난 포카리."
"포카리 하나 주세요."

박이도가 사준 포카리를 마시며 은동장으로 돌아가던 길에 반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평소 나와 말을 나누던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던 길을 멈추곤 말을 걸었다.

"강수한~ 1학년들이랑 바람 피는 거냐? 재민이 혼자 있잖아."

잠깐, 방금 위험한 발언을 한거 같은데. 황급히 위험한 발언을 한 남학생의 입을 막고 쌍둥이를 바라봤다. 너무 늦었을까, 표정이 살벌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저희랑 바람?"
"뭐가? 아니야? 수한이 지금 재민이랑 사귀는 거 아니였어..?"
"허, 누가 누구랑 사겨. 강수한은 우리건데. 안 그러냐?"
"어. 선배님 왜 사귄다고 생각한건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에, 그럼 왜 둘이 같이 등교한.."
"친구사이에 함께 등교할 수 있죠, 안그런가요? 선배님."

나와 이재민의 사이를 오해했던 반 친구들은 쌍둥이의 말에 이제서야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들은 나를 물론이고 쌍둥이에게도 사과하며 돌아갔다.

"당분간 반장이라는 놈이랑 같이 다니지마."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표정 좀 어떻게 해봐. 살벌하네."
"후우, 짜증나. 강수한은 내건데."
"형이 왜 너거야. 내거야."
"하? 누가 준대? 난 내거야."

당황해하는 쌍둥이를 향해 상큼하게 웃어준 뒤, 썬세이드로 돌아갔다. 이재민은 날 기다리고 있었는 지 걸어오는 날 보곤 단숨에 다가왔다.

"아까 1학년들이랑 매점 다녀왔나보네. 친해?"
"응, 친하다기보단.."
"...보단?"
"많이 친하지. 서로 아낄만큼."

.
.
.

체육대회의 우승은 청팀으로 돌아갔다. 청팀이었던 박이도와 박도빈의 목에는 우승의 트로피가 걸려졌다.

"우승 상품이 사탕 목걸이가 많이 되냐?! 열심히 뛴 보람이 없어, 없다고!"
"풉, 크흑.. 왜, 크흡.. 잘 어울려.."
"하아.. 웃지말고 말하지?"

박도빈이랑 사탕 목걸이라니, 안 어울린다. 길 기던 어린 아이걸 뺏어 자기 목에 건 모습과 흡사했다.

"형, 사탕 드실래요?"

박도빈과 실랑이를 부리는 모습을 보던 박이도는 목에 걸려진 딸기 사탕 포장지를 뜯어 사탕 알맹이만 내 입에 쏙 넣어준다. 인위적인 사탕향이 났지만 입에서는 달달함이 퍼졌다.

"맛있어요?"
"응, 괜찮아."

박이도는 딸기 사탕을 잘 먹는 나를 말 없이 바라보더니 목에 걸려진 사탕 목걸이를 벗어 내 목에 걸어준다.

"형 드세요."
"우승 상품인데 나 줘도 괜찮겠어?"
"네, 달달한건 좋아하는데 사탕을 별로라."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 웃으며 집에 먼저 들어갔다. 박도빈은 박이도를 따라 집에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강수한."
"왜?"
"그.. 내, 내것도 줄까?"
"왜?"
"아, 아니! 나는 사탕 싫어하고..! 또, 넌 좋아하니깐..!"
"깜작아..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되는데 왜 소리를 질러?"

그날 체육대회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우승 상품은 내 목에 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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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0 17:26 | 조회 : 3,068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두 편 투척하고 갑니다. ㅎㅎ 절대 11화 내용이 적어서 두편 투척한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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