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12화

둘 다 선택해 12화


부제 : 숨겨야하는 이유




때는 체육대회가 끝나고 나에게 히트가 찾아온 날이었다. 억제제를 복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히트가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내 생각에는 강한 두명의 알파 페로몬 때문에 억제제가 소용이 없던 거 같았다. 다행히도 옆에 쌍둥이가 있었기에 히트가 무사히 끝났다.

히트'만' 무사히 지나갔을 뿐, 내 허리는 무사하지 못했다. 히트가 온 다음날, 나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학교도 가지 못했다.

그리고 정확히 2주 뒤,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나에게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틈틈이 남은 시간동안 잠을 자도 계속 졸렸고, 아랫배가 아팠다.

증상이 계속 되자 조퇴하는 날도 많아졌다. 오늘도 조퇴를 맡고 홀로 집에 가던 길이었다. 늘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치던 약국 앞에 걸음을 잠시 멈췄다.

히트 왔을때 콘돔을 제대로 했었나? 확실치 않았다. 그날의 기억이 잘 나지도 않은 걸. 오로지 알파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오메가의 본능만이 기억이 남았는데 피임, 그런게 신경 썼을리가.

"...한번 해볼까."

혹시나해서. 확인해보자는 의미로 약국으로 들어갔다. 약국의 특유의 향이 났다. 소독약 냄새와 묘하게 나는 파스향.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
"학생?"

막상 약사 선생님을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약사 선생님 입에서 나온 단어, 학생. 그제야 나는 지금 내가 교복을 입고 임신 테스트기를 사러 들어왔구나,를 인지하였다.

"학생, 괜찮아요? 어디 아픈.."
"아뇨, 잘못 들어왔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학생이 임신 테스트기를 사러 왔다고하면 이상하게 볼거 같아서, 부드럽게 바라보던 시선이 한순간에 날카롭게 변할까 두려워 약국에서 도망쳐 나왔다.

"...하아.."

미치도록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변 편의점에 들어와 물을 구입하려던 그때, 옆에 진열되어 있는 분홍 임신 테스트기가 눈에 들어왔다.

"계산 해주세요."
"아, 네."

눈 딱 감고 당장 필요한 임신 테스트기 두개와 생수 그리고 젤리 몇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편의점 봉투를 침대에 던졌다. 던져서 그런가, 봉지에 있던 내용물 몇개가 밖으로 나와 침대에 나뒹굴고 있다.

"....하아.."

막상 임신 테스트기를 구입하고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겠고.. 모든 게 다 최악이었다.

"확인만, 확인만 해보자. 아닐 수도 있으니까."

봉지에 들어있던 분홍 임신 테스트기 하나를 꺼내 화장실에 들어가 설명서가 말하고 있는 대로 차근차근 해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결과가 나오는 칸에 말도 안되게 붉은 선 두개가 나란히 그어져 있었다.

"...아니야, 그럴리가."

황급히 남은 임신 테스트기를 집어들어 한번 더 시도해 보았지만 아까와 똑같이 붉은 선 두개가 그어져 있었다. 여전히 책상에 올려져 있는 임신 테스트기를 쓰레기통 깊숙한 곳에 집어 넣었다.

"...하하.."

두개 모두가 임신이라는 결과가 나를 절망에 밀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많은 오메가들중에 왜 하필이면 내가,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데.

절망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엔 울고 싶어졌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쌍둥이에게 말할까? 말하면 쌍둥이는 웃으며 좋아해줄까? 아님 그 아이처럼 버려지는 게 아닐까.

당연한 결과지만 후자였다. 베타가 모르는 알파와 오메가 세계에는 임신한 오메가가 버려지는 게 흔한 일이었다. 적어도 내가 만나고 본 오메가들이 모두 버려졌으니까.

- 우웅

<박이도>
- 형 많이 아파요?
- 오늘 저랑 병원 가봐요.
- 학교 끝나자마자 병원 갈 준비하고 있어요. 알았죠?

<박도빈>
- 오늘도 조퇴했다며? 괜찮냐?
- 박이도말고 나랑 가
- 병원

답장 해줘야 하는데 모든 게 짜증나고 귀찮아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침대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
.
.

다시 눈을 뜨자 딱딱한 책상 위에서 일어났다. 분명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한순간에 방이 아닌 어느 한 교실로 바뀌었다. 익숙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교실.

중학교 2학년, 교실이었다. 이곳이 어떤 교실인지 알아차리고 나는 그제야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 꾸는 꿈.

시계 바늘이 6시 45분으로 가르키면 항상 앞문에서 그 아이가 눈이 부실 정도로 웃으며 들어와 내 앞자리 책상에 올라가 앉는다.

"강수! 오래 기다렸어?"
"...아니, 딱히."

아이는 자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준다. 이제는 그 아이의 손길이 부드러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내 머리를 정리해주는 그 아이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까지 기분 좋은 표정, 나도 함께 웃었다. 그 순간 교실이 학교 옥상으로 바뀌었다. 배경이 옥상으로 바뀌자 나는 황급히 난간으로 달려가 그 아이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송재현!"
"안녕, 강수."
"거기 위험해. 이리와. 응? 재현아."
"있지, 나는 왜 오메가일까? 뭐, 신이 그렇게 태어나게 만들었는데 내가 별 수 있겠어?"
"위험하니까 거기서 당장 내려오라고!'
"강수. 너는 절대 오메가라는 걸 들켜선 안돼."

재현이 마지막 말을 남기곤 그대로 추락했다. 재현이는 떨어지는 내내 눈에선 눈물이 났지만 웃고 있었다. 시간이 엄청 느리게 흘러갔다. 마침내 재현이가 땅과 부딪히며 큰 소리가 나며 누군가 옥상 문을 거칠게 열며 들어왔다.

"...네가 이런거야. 네가 쟬 저렇게 만든거라고."

누가 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 아이를 절벽 끝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 알파라며 잘난 척하고 다니면서 여럿 오메가를 만나고 다니는 이강민.

"너, 재현이한테 뭐라고 그랬길래! 얘가 떨어질!"
"지우라 그랬어. 우린 어리니까 딱히 부작용도 없을 거고. 근데 지우기 싫다길래 헤어지자고 그랬어. 그랬는데.."
"네가 뿌린 그 정액 때문에 임신한건데, 뭐?"
"그건 알파의 본능이잖아. 오메가를 탐하는 건."
"재현이는 얼마나 좋아했는데. 너 앞길 자기가 막으면 어쩌냐고 얼마나 불안하면서도 좋아했는데.."

그 때 우리 집에서 놀던 재현이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웃음과 달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던 장면으로 바뀌었다.

"강민이 아이 가졌다? 아직 어려서 조금 그렇긴한데. 오메가가 16에 아이 갖는 건 흔한 일이래. 그래서 안 지울 거야."
"...송재현."
"강민이도 좋아하겠지? 저번에 나한테 아이 좋아한다고 그랬으니까. 좋아 해줬으면 좋겠다."

함께 사랑하던 사이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알파가 오메가를 탐하는 게 본능이다. 오메가는 본능적으로 알파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한다.

그럼 서로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메가를 임신시켜도 된다는 말인가. 알파가 오메가를 상의 없이 임신시켜도 벌을 받지 않는 세상. 알파만이 우월한 세상, 그게 정말 옳은 일인가.

.
.
.

이름 : 송재현
종 : 열성 오메가

이름 : 이강민
종 : 열성 알파

9
이번 화 신고 2019-08-18 20:40 | 조회 : 3,589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하핫, 너무 늦었죠..? 머리 박겠습니다.. 정말 지각할려고 한건 아닌데 의도치 않게 일주일이 넘어버렸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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