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13화

둘 다 선택해 13화


부제 : 임신 대소동




"형, 수한이형! 일어나봐요."
"....아.."

학교 끝나자마자 뛰어 왔는지 쌍둥이 얼굴에 땀을 흐르고 있었다.

"왜 핸드폰 꺼뒀어요, 얼마나 걱정했는데."
"...아, 미안. 배터리 다 됐나봐. 많이 걱정 했어? 무슨 땀이.."
"강수한,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답장은 안 해도 적어도 전원은 켜뒀어야지. 연락은 받아야 될거 아니냐고."

많이 화났는지 할 말을 다 한 박도빈은 문을 세게 닫으며 방을 나가 버렸다. 큰 소리에 놀라 몸을 움출렸다. 그 모습에 박이도는 내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한마디 내뱉었다.

"이번 일은 형이 잘못했어요.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미안, 다음부턴 조심할게."
"몸은, 괜찮아요? 병원 갈까요?"
"..어?"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본 문자에 병원 가자는 내용이 있었지. 저렇게 낳 걱정하는데 병원 같이 가줄, 아니야. 병원에 가서 검사했다가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그래서 내가 버려진다면?

"형? 안색이 안 좋아졌.."
"괜찮아. 자고 일어나니까 괜찮아졌어."
"안색이 안 좋은데, 뭐가 괜찮다고."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씻으러 가봐. 땀 많이 흘렀다."

걱정하는 박이도를 방으로 돌려보낸 후, 임신 테스트기를 버린 쓰레기통을 비웠다. 들키면 안돼, 절대. 그 마음을 먹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봤다.

많은 생각과 고심 끝에 뱃속에서 숨 쉬고 있는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지울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아이를 낳는다면 쌍둥이뿐만이 아니라 나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지울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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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주말 오후, 수행평가 자료조사 때문에 박도빈 방에 있다. 바로 옆방인 박이도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박이도도 자료 조사하고 있었기에 박도빈 컴퓨터를 빌리기로 했다.

"와, 무슨 바탕화면에 게임만 이렇게 많냐..? 다 총게임 아냐?"
"아니, 조금씩 다 다른 총 게임."
"...흠, 나도 해볼까. 게임."
"해봐, 거기 게임들 중에 모바일용 게임도 있으니까. 깔아줘?"

항상 게임하는 박도빈를 보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만, 이참에 한번 해볼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박도빈에게 건네주곤 하다만 자료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잠깐, 박도빈! 핸드폰 잠깐 다시 줘봐."
"뭐냐, 이 검색들은."
"...너랑 상관 없는 것들."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야. 이게 뭐야. 두 번 물었어."

점점 커지는 박도빈 목소리가 1층까지 들렸는지 박이도가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내 박이도가 방에 도착하고 화를 내는 박도빈을 진정시켜줬다.

"강수한한테 화내지말라고? 너도 이거 보면 화낼걸?"
"이게 뭔데, 형한테 소리를 질.."

박도빈이 박이도에게 보여준 핸드폰 화면. 초록창에서 검색했던 검색어들이 남아있었다.

( 오메가 임신 낙태 병원 )
( 남자 오메가 낙태 부작용 )
( 낙태 비용 )
( 학생 낙태 전문 병원 )

"이게 다 무슨 말이에요?"

차분하게 말하는 것 같이 보였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이렇게 떨린 목소리로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형, 대답 좀 해봐요. 임신? 낙태?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알려 달라고요. 수한이형."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해달라는 박이도의 어깨를 밀쳤다. 박이도는 미는 내 힘을 이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서 한발짝 물러갔다.

"..임신 했어."
"허, 임신?"

가만히 듣고 있던 박이도가 입을 열었다.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한게 나에겐 상처가 됐다. 봐, 역시 숨기는 게 더 나았어.

"그럼 내 애네."
"...뭐?"
"박도빈, 착각하지마라. 내 아이야."
"호오? 어떻게 너 아이라고 확신하냐? 항상 콘돔 끼던 네가."
"내 아이니까 확신하지. 내가 아빠야."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서로 아빠라고 주장하며 다투던 박이도가 갑자기 일어났다.

"형,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만들어줄게요."
"어, 김치볶음밥?"
"금방 가져올게요."

박이도는 김치볶음밥을 만드러 갔고 가만히 핸드폰을 보고 있던 박도빈은 나를 안아들고 자기 침대에 눕혔다.

"뭐하는 거야."
"임산부는 딱딱한 곳보단 부드러운데에 앉는 게 더 좋대."
"설마 임산부에게 좋은 것들 찾아 보고 있는 거야?"
"어, 생각보다 조심해야할게 많네."

침대 턱에 앉아 여전히 핸드폰으로 임산부에게 좋은 것들을 보던 박도빈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만약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가 박도빈이 아니라 박이도라면?

그렇다면 박도빈은 여전히 내 곁에 있을까? 박이도라면 자기가 아빠가 아니더라도 내 곁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도빈은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 있음 해."
"만약에 아이 아빠가 박이도이라면, 그럼 넌 어쩔거야?"
"...어쩌긴, 삼촌 역활해야겠지."
"그 말은 즉 계속 내 옆에 있겠다는 뜻이지?"

마지막 내 물음에 박도빈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지금까지 계속 보던 핸드폰이 아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있을 거야."
"약속해. 계속 있을 거라고, 나랑 약속해."
"그래."
"버리지도 않겠다고, 약속해."
"그래. 그리고 난, 아니 우린 절대 너 안 버려. 네가 놔달라고 할때까지 계속 너 옆에 있을 거야."

그 말이 얼마나 안심됐는지 지금까지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힘들었던 것들이 사라졌다. 불안했던 내 마음을 안정시켜준 박도빈은 계속해서 자료를 찾고 있었다.

.
.
.

"수한이형, 늦아서 죄송.. 자네."
"강수한 잠든지 별로 안됐어."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김치볶음밥을 가져온 이도는 침대에서 편한 표정으로 잠든 수한을 보곤 컴퓨터 책상에 접시를 올려둔다.

"박이도."
"왜."

수한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 걸쳐 앉은 이도의 시선은 오로지 수한에게 향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냐. 마지막 섹스는 강수한 히트날인데, 그날 콘돔 했잖아. 심지어 내가 콘돔 했는지 안 했는지 네가 확인까지 했고."

가만히 도빈의 말을 듣던 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수한이 그러진 않겠지만, 다른 오메가처럼 뭐라도 떼먹으.."
"형은 그딴 오메가랑 달라. 주말에 병원 데려가자."
"임신였으면 좋겠다. 평생 도망치지 못하게."
"간만에 맞는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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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8 20:41 | 조회 : 3,56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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