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선택해 14화

둘 다 선택해 14화


부제 : 폭포와 두 아이가 나온 꿈




주말 아침부터 불안한 상태로 병원,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현재 내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쌍둥이는 양쪽에서 잡아서 차가워진 내 손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눠줬다.

"긴장하지마요. 옆에 있어줄테니까."
"무서우면 내 손 잡아."
"아, 형 제 손 잡으세요."
"내가 먼저 말했으니까 내 손.."
"강수한님."

내 이름이 불린 순간 황급히 일어나 내가 강수한이라는 걸 간호사분께 알렸다. 간호사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날 진찰실로 안내해준다.

"음, 약 3주 전에 히트가 왔었고 관계를 맺었다. 이건가요?"
"네, 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 토가 나오고 졸리고 아랫배가 아프기도 하고?"
"강수한 임신이죠?"
"형, 임신인가요?"

인지한 얼굴을 가진 의사 선생님은 한참동안 고민하시더니 웃으며 검사 하나만 해보자고 권하셨다. 그 말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분이 다가와 네 곁을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내 옆에 붙어있던 쌍둥이를 뜯어내곤 날 어딘가로 데려갔다.

"...이게 뭔가요?"
"간이 임신 테스트긴데, 사용방법은 일반 테스트기와 동일해요. 그럼 저는 잠시 밖에 있겠습니다."
"네, 네."

내가 사용했던 테스트기와 사뭇 다르게 생긴 임신 테스트기. 병원에서 준 테스트기이기 때문이라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간호사분이 주고 간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했다.

"임신 아니네요."
"네?"
"임신 아닙니다. 아마 강수한님이 사용했던 건 오메가용이 아닌 베타용 임신 테스트기라 다르게 나왔을 겁니다."

오메가용이 따로 있었나? 애초에 임신이 아니면 왜 그런 증상들이..

"스트레스 장염인거 같더군요. 자세한건 저희 병원이 아니라.."

.
.
.

아침과는 눈에 띄게 넓은 어깨가 축 쳐져있는 쌍둥이에게 미안했다.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뻤지만, 임신에 기뻐하던 쌍둥이가 떠올라 한편으로는 우울했다.

"결국엔 임신이 아니라는 거네."
"미안, 나 혼자 난리를.."
"좀 아쉽긴한데, 난 아직 너랑 있고 싶어. 아이가 태어나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거 아니야."
"저도 아직은 형과 지내고 싶어요."

그리고 그날 평소와 사뭇 다른 꿈을 꿨다. 너무 높아서 끝이 보이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 나는 두 명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아, --아 어딨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세찬 바람이 불러와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는 바람에 따라 저 멀리 날아가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참을 불러도 내가 애타게 부르는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불러도 나타나지 않자 내 의지와는 다르게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오랜 시간동안 걸어갔다. 마침내 똑같은 풍경이 아닌 작은 폭포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랗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폭포수를 흐르는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 앞에 고여있는 작은 물가에서 어린 아이 두명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연스레 아이들 곁에 다가가 젖은 머리를 정리해줬다.

"입술 파란거 봐. 감기 걸린다. 그만 집에 돌아가자."

차가워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물가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아무리 땡겨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은 고개를 저으며 나가길 거부했다.

"수한이형 어딨어요!"
"강수한! 하, 대체 어딜 간거야."
"나 여기 있어! 봐, 우리 찾고 있잖아. 어서 나가자."

한 아이가 잡고 있는 내 손을 빼자 다른 아이도 웃으며 손을 내 손을 놓았다. 갑작스런 아이들의 행동에 나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아이들의 눈을 마주쳤다.

"왜 그래? 더 놀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럼 조금만 놀고 갈까."
"그런거 아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누군가와 닮아 있어서 날 찾고 있는 쌍둥이에게 갈 수 없었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린 조금만 더 놀다가 갈게."

두 아이 중 장난끼가 많이 보이는 아이가 말했다. 그 동시에 작은 물가가 갑자기 깊은 계곡으로 보였다. 내가 이 아이들을 두고 가면 아이들이 다칠 것만 같았다.

"안돼, 아이끼리 놀면 위험하니까 다음에 또 오는 걸로.."
"괜찮아. 조심히 놀거야."
"하지만.."
"아주 조금만 놀다가 갈게, 약속."

의젓해 보이는 아이가 새끼손가락을 주며 말했다. 난 깊은 한숨을 쉬며 작은 새끼손가락을 바라보면서도 뒤에서 나를 찾고 있는 쌍둥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약속이야. 금방 오기로."
"알았어, 그리고 하나 더 약속해."
"뭘?"
"기다리겠다고, 다시 만나면 그땐 웃으면서 안아주겠다고."
"안아줄게. 숨 막히다고 말할 정도로 꽉 안아줄게."

얼굴을 보이지 않았지만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새끼손가락을 걸어서야 발걸음이 떨어졌다. 점점 폭포와 멀어질수록 발걸음은 가벼워졌지만 계속 뒤돌게 됐다.

"놀다가 금방 갈거니까! 걱정말고 먼저 가!"

수한이 떠난 폭포에는 묘하게 서로 닮아있는 두 아이가 바위에 앉아 수한이 떠난 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금방 만나겠지?"
"응, 아빠들이 힘내줄 거야. 다시 만나게 해줄려고.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리자."
"빨리 만나고 싶다."

.
.
.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쌍둥이는 더욱 더 피임에 신경썼다.

"흐, 왜.. 왜 안 들어와..?"
"콘돔이 없어서.. 형 잠시만요. 거실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침대에 누워 박이도와 박도빈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나는 일어났다. 일어나는 덩시에 느껴진 아픈 허리가 문제가 아니였다.

"분위기 깨지게 콘돔이 뭐야. 그냥 들어와."
"안돼요, 정말 금방 다녀올테니까."
"박도빈, 너라도 들어와."
"그거 참 듣기 좋은 유혹인데, 나도 콘돔 없이는 안해."

우리들에게 몇 가지 규칙이 생겼다.

첫째, 첫 삽입은 서로 돌아가며 할 것.
둘째, 절대 강수한(형)을 힘들게 하지 말 것.
셋째 반드시 콘돔을 사용 할 것.

이번 차례는 박이도가 먼저 들어올 차례였지만, 콘돔이 없다는 이유로 분위기를 깨면서까지 중간에 멈췄다.

"둘 다 비켜. 하기 싫어졌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결국 끝까지 안 했다. 나 홀로 화장실에 들어가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커진 내 것을 흔들며 잠재웠다.

그 뒤로 쌍둥이는 침실, 거실 거의 모든 사물함에 콘돔을 가득 채우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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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8 20:41 | 조회 : 3,448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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