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윤 철....소설에서는 거의 언급도 없는 수준이다. 그냥 윤 설에게는 윤 철이라는 형제가 있었고, 윤 설과는 달리 매우 똑똑하고, 장래가 기대되는 아이라고 했다. 윤 철의 나이는 22살로 명문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다.

"....쯧..."

윤 철이 나를 보더니 혀를 차며 고개를 휙 돌렸다.
뭐야... 저 시발새끼... 사람을 보면서 혀를 차고 지랄이냐고...

" 큰 도련님!! 언제 오셨어요. 혹시 드시고 싶은거 있으신가요?"
" 됐어요. 전 오늘 모임있어서 나가봐야되거든요. 그냥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아주머니"
" 넵 도련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가정부의 태도가 나를 대할 때와는 정말 달랐다.
이게 뭐야.... 윤 설의 집안을 처음 겪는 나도 느낄 정도로 윤 설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더러웠다. 사람을 사람취급도 안하는게 말이냐고....
아까 윤설이 말한 모두가 자길 무시한다는게 이런 뜻인거야??...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도련님, 도련님께서는 몸이 약하니까 이 비타민제를 매일 챙겨드시라고 사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네... 저 그리고 혹시 편두통 약이 있을까요?"
"네. 저기 선반 서랍에 있으니까 찾아서 드시고, 이 비타민도 가져가세요."

나는 비타민제와 편두통약을 챙겨서 방으로 가지고 갔다. 내가 몸이 약한가....?
하긴 다른 사람들보다는 체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했다. 그래서 그런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편두통도 심해지고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몸이 막 병에 걸리고 그런게 아닌 다른 사람들보다는 약하다는 것 같았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나는 비타민제를 챙겨다니면서 먹기위해서는 큰 통이 아닌 작은 통에 넣어다니는게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비타민제를 집에 돌아다니는 작은 흰 통에 넣은 후에 가방에 챙겼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그렇고 너무 힘을 뺀 듯한 느낌이어서, 피로가 쏟아졌다.
나는 대충 샤워를 끝내고 방에 들어가서 침대 위에 누웠다.

"얼른 자야겠다."

이 말을 끝낸 후에 난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깊은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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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설아! 왜 가만히를 못있니? 너희 형 좀 봐.. 철이는 너 나이때 안그랬는데..하.."
"...죄송해요..."

(8살)
"엄마!! 저 수학 수행평가 A받았어요!!"
"그래. 수학 중간은 어땠니?
"...92점이요."
"설아... 제발.. 그 점수를 받고 뭐가 그리 좋다고 싱글벙글이니? 철이는 100점을 놓친적
이 없단다. 제발 형 좀 본받거라."
"네.. 노력할게요. 죄송합니다."

(13살)
"엄마!! 저 전교 2등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설아..전교 2등은 다 하는거고.. 대체 왜 1등을 못하니...? 너희 형은 이번에도 1등에다
가 올백이란다. 엄마가 설이 때문에 창피해서 학교에 못가겠어."
"...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철아. 오늘은 올백기념으로 외식하자. 설이는 어차피 학원가서 보충해야되지? 오늘은 철
이랑 아빠랑만 갔다 올테니까 갔다와서 아줌마한테 밥 해달라고 하렴."
".....네..."

(14살)
"화장실 가야겠다... 집이 이렇게 넓은데 대체 왜 화장실은 1층에만 있는거야....."

"여보. 이제 철이 슬슬 후계자 일 가르쳐야 되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설이녀석은 믿을게 안되니까."
"설이는 누굴닮았는지 원....솔직히 감당이 안돼요."
"대충 우리 기업에 누만 안 끼치면 되니까, 너무 뭐라고 해서 엇나가게만 하지말어."
"네에. 알았어요. 여보."

"화장실 안가고 싶어졌네....올라가서 다시 자야지.."

(15살)
"내가 잘하면, 열심히 하면, 노력하면 나를 사랑해주겠죠? 그쵸? 달님..."

(16살)
"설이 너 조용히 있으렴.. 파티라고 너무 들뜨지말고!"
"네.. 엄마."

"이 아이가 이번에 @@대학교에 붙은 저희 첫째 아들 윤 철입니다."
"안녕하세요! 윤 철입니다."
"어머...너무 똑부러지네.. 둘째랑은 조금 비교가 많이 되네요 사모님."
"그렇죠....우리 다른 얘기해요. 이제"

집에 가고 싶다.... 주스나 마셔야지....

"어....어!!!... 아야.."

너무 쪽팔리다... 가족조차 날 무시하는데... 누가 날 도와주겠어.. 정말 울고 싶어...

"저기...괜찮아요?"
".....!"

왕자님이었다. 정말 나의 두 눈에 담긴 건, 화사하고 태양같은 왕자님이었다.
그러한 사소한 걱정도, 도움도 처음이었다. 너무 고맙고 설렜다.
그가 나에게 손수건을 주고 사라질 때까지 왕자님의 뒷 모습만 봤다.

"아버지. 아까 형님 옆에 계셨던 분은 누구세요?"
"....굳이 니가 알건 없지만... 밉게만 보이지 말거라... BS기업의 차남 백승호다. 아마 너랑 같은 나이라고 하던데.."
"백...승...호..."

백승호...나는 나의 왕자님을 만났다. 다음에 또 보고싶어...

(17살 초)
"나 아니에요...아빠... 나 진짜 아니라고요...엄마..."
"넌 진짜 집안의 수치구나... 어떻게 그런 일까지...."
"그만하거라 설아... 아비도 많이 참고 있으니까. 전학가거라. 이제 너가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지원해줄테니.. 대학교가서는 집을 나가거라."
"아버지... 왜 날 안 믿어줘요....?"

모두가 내게서 등을 돌렸다. 정말 난 아닌데.. 내가 한게 아닌데....
이제 그만 참을래.. 난 노력했어.......이제 그만 아프고 싶어.
그냥 막살래.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나 보자고요. 아버지 어머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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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회상을 끝으로 잠에서 깼다. 시계를 확인해보니까 5시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는 했지만.. 꿈 때문에 몸이 땀에 젖어서 다시 한 번 샤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샤워실로 갔다. 아까 꾼 꿈은 무엇일까.... 윤 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잠깐 이 몸에 빙의가 되서 그런지.. 이아이가 매우 안타까웠다.
기댈 곳도 없는 이 아이가 나에게 의지한 것 같아서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채 샤워실을 나왔다.


"알았어. 윤 설. 일단 하여운부터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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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5-20 21:46 | 조회 : 2,444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맞춤법 지적은 늘 환영입니다. 대신 둥근말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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