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샤워를 한 후에 교복을 갈아입고, 얼른 준비해서 밖으로 나가니 어제 학교로 데리러 온 기사님이 차 문을 열어주셨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차에 타서 눈을 감았다.
그래..일단 하여운을 잡아야 하는데..

하여운... 여우같은 새끼를 잡으려면 내가 더한 여우가 되는 수 밖에 없겠지..
여운아 한 번 해보자. 내가 살아온 기간만해도 너보다 어마무시하고, 겪어온 일들만해도 엄청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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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일찍 등교했더니 교문에도 그렇고, 교실 안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일찍 등교하느라 비타민 챙겨먹는 것을 까먹었다.
나 진짜 기억력 왜이리 되가는 건지...하 진짜...
흰 약통을 비롯한 여러 영양제와 비타민제 꺼내서 먹었다. 아니 먹으려고 손에 약을 붓는 순간 앞문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놀라서 통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아...시발 아까워.. 떨어진 약들을 보며 아까워하며 약을 쓸어담고 있을 때에, 갑자기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시선을 위로 보니 뭔가 할 말이 많은 듯 보이는 도하가 서있었다.
얜...뭐지? 왜 저리 무섭게 쳐다봐.... 이도하는 설정 상 윤 설을 개싫어했는데..
대체 왜 자꾸 내 앞에 막 나타나냐고...

"야!!"
"아...ㅆ..깜짝아.. 너 왜 자꾸 사람을 놀래켜..."
"놀래킨다고? 지금 그게 문제야? 너 뭐야? 어제부터 왜그래...?
"뭐라는거야?"
"대체 왜그러는데? 왜 자꾸 사람 신경쓰이게 해? 왜 아프면서 아프다고 말 안하는건데? 왜 피를 토해놓고 아무렇지 않게 닦고 가는건데? 도와달라는 말을 왜 안하냐고? 김태겸이 지랄할 때도 너 입에서 피 나왔잖아. 화장실에서도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이 약들은 뭐냐고!"

쟤...진짜 뭐라는거야? 아니 김태겸 지랄할 때 피 흘린거랑, 헛구역질을 토로 오해한 건 알겠는데....피토는 무슨 피토? 사례걸려서 빵이랑 토마토쥬스 뱉은거???? 그게 어떻게 하면 피토가 되냐고....저 새끼 눈이 삐었....음? 쟤 어제는 안경 안 쓰고 있었는데...
설마... 너 눈 엄청 나쁘니? 내가 뱉은 빵은 못보고 빨간색만 본거니?
와 기가차네..

"...."
"야!!! 윤 설!!!"
"아 기다려봐!!"
"...."

나는 소리를 치곤 생각했다. 쟤가 저런식으로 오해해준다면....

생각났다. 하여운 잡을 확실한 방법.

"이도하."
"...왜?"
"비밀로 해줘. 아무한테도 알리고 싶지 않아. 그냥 조용히 있고 싶으니까... 부탁이니까 비밀로 해주라...도하야"

나는 저 말을 하면서 웃었다. 도하가 날 봤을 때에는 내가 얼마나 안쓰러워보일까? 내가 노리는건 동정심에서 연민으로 가는거니까. 그니까 빨리 넘어와라.
너가 내 첫번째 타깃이다. 이도하!

"윤 설... "
"그만하자 이 얘기는.."

나는 약통들을 챙겨서 교실을 빠져나왔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조례시간에 맞춰서
교실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아서 머리에서 계획을 빨리 회전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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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얘들아. 전학생이 왔다. 자 인사해 윤지야."
"안녕? 난 윤지야. 최윤지라고 해. 여자 이름같지만 남자니까 오해말고!"
"어차피 여기는 남고잖니..윤지야."
"이게 요즘식 개그같은 거에요. 선생님. 전 항상 제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덧붙이는 말이에요. 아무튼 다시 한번 잘 부탁해 얘들아!"

되게 시끄러우면서 밝은 아이가 전학을 왔네.. 마치 고아원 동생같았다.
그런 윤지가 조금 귀여워서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러다가 윤지와 눈이 마주쳤다.
윤지는 나를 보면서 눈을 반짝이는 듯 했다.
마침 왜있는지 모르겠는 내 옆자리의 빈자리에 윤지가 앉았다. 윤지는 내 쪽으로 돌아보면서 인사를 했다.

" 안녕? 난 윤지! 너 되게 이쁘게 생겼다. 인기 많겠다."
" 어... 안녕.. 너도 귀여워. 그리고 나 인기 없어."

뭔가 윤지랑은 첫 인사부터 독특했던 것 같다.
쉬는시간이 되자 윤지자리 주변으로 많은 아이들이 와서 윤지에게 말을 걸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이 궁금해하던 질문이 있었는데, 너는 이름이 왜 윤지야?였다.

그럴 때 마다 윤지는

"아 그냥 기계오류로 태아일 때 여자아이인 줄 착각하셨나봐..그래서 그냥 최윤지가 됬지뭐.."
"그게 뭐야...완전 대박이네 너."

아이들은 웃었지만, 뭔가 나는 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해 보였다. 내가 지금 묻는다면 괜한 참견일듯해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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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는 나랑 매우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쉽게 누군가와 진심으로 정을 나눌 수 없었다. 내가 윤 설이 아닌건 둘째치고, 이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정말 좋은사람을 곁에 두고 싶었다. 쉬운 인연이 아닌 깊은 인연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비록 이 아이의 영혼이 이 몸에 안들어 있다고 한다고 해도...

그렇더라도 어디에선가 지켜보면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정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그러니까 이 아이의 몸에서는 이수한의 삶에서보다 더욱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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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5-20 21:46 | 조회 : 2,421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맞춤법 지적 감사합니다! 대신에 둥글한 말투로 지적해주기!!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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