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오늘따라 시간이 되게 빨리 흐른 것 같다. 벌써 점심시간이네..


"설아! 같이 밥 먹자!"

윤지가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아까부터 계속 조르는 중이다.

"저.. 나 따로 먹을게 있어서, 그냥 신경쓰지말고 다른친구들이랑 먹고 와."
"오늘 수제버거랑 떡볶이 나온다던데....나랑 같이 먹으러 가자."

.......떡볶이... 윤 설이 좋아하는 음식인가보다. 내가 이수한일 때에는 그닥 좋아한다고 하지 못했던 음식이었는데.. 내 본능이 떡볶이를 먹고싶다고 난리다. 이걸로 식성도 윤 설의 식성을 따른다는 것도 다시 확실화가 된 것 같다.

"설아...어쩔래????먹자먹자먹자!!"
"....그래.."

졌다...내 다짐과 결심이 떡볶이의 본능에 무너졌다...
괜찮아.. 떡볶이니까..라고 윤 설이 말해주는 느낌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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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갑자기 날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설아!!! 밥 먹으러 온거야?"

...하여운이다...

"설아...왜 그때 우리가 먹자고 할 땐 안먹은거야??... 내가 그렇게 미워?"

.......연기건 뭐건 쟤 그냥 한대만 딱 때리면 안되는거야???...하 진짜 인내심이 절로 는다..진짜....

"야! 윤 설! 여운이가 말하는거 안들리냐? 니 새끼 한 짓이 있는데도 여운이는 니가 걱정되서 죽으려고 하는데, 니는 왜그렇게 애를 못잡아서 난리냐?!"

저 김태겸 주둥아리 먼저 꼬맬까?....진짜..열받네
.....아! 나한텐 이도하가 있지?...

".....가볼게. 가자 윤지야."

나는 아까 교실에서 이도하에게 지었던 미소를 다시 한번 머금은채로 이도하를 바라봤다.
움찔하는 이도하를 확인한 후, 몸을 떨며 윤지를 잡아 끌었다.
새끼 쫄기는..

일부러 줄을 뒤에서고, 하여운과 쫄따구들이 앉은 좌석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이도하와 마주보는 방향이다.
.....
배부르게 먹고나서, 음식을 가득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누가 달려오는 소리에 나는 변기통 속에 입 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뱉었다. 그리고는 헛구역질도 여러번 정도 해줬다.

"우웨에에엑"

이 쯤 하면 되겠지?
나는 화장실 칸을 열고 나옴과 동시에 얼어버렸다. 분명히 이도하가 따라올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백승호도 옆에 있는거지?

"........"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다. 내가 계획한 상황과는 조금 많이 다른 것 같다...
여기서 백승호가 끼어드는 경우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 명씩 꼬시려고 했더니..아 머리터지겠네...

일단 여길 벗어나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둘을 지나치려 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손이 내 손목을 잡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
나는 그냥 나를 잡은 손의 주인을 바라봤다.

"왜? 할말있어? 백승호?"
"....너 뭐하는데..."
"뭔 소리야?"
"..지금 뭐한거냐고!"

....새끼 왜 짜증이야...
.......음... 생각해보면 지금 타이밍 꽤 괜찮을지도?
윤 설입장에서는 백승호도 진짜 나쁜놈이긴 하지.. 건드려봐?

"윤 설!!"

내가 대답이 없자 백승호가 소리쳤다. 옆에서 이도하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상관인데?"
"...뭐?"
"이제와서 내가 뭐하던지, 아프던지 너가 무슨 상관이냐고?"

설이가 진짜 힘들었을 때는 관심도 없었으면서.. 왜 진짜 안 힘들때는 그렇게 걱정하는건데.. 너네가 그러면 진짜 설이는 너무 마음 아프잖아.. 너무 안됬잖아..
니가 자신의 행복이라고 말했는데 설이는... 너무 슬프잖아..

갑자기 계획에는 없던 눈물방울이 맺혔다. 설이가 너무 불쌍헤서 자연스럽게 나온건가...뭐 어찌됐든, 속이기엔 안성맞춤이네 뭐.

예상이 확실한 듯, 이도하와 백승호가 얼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참나.. 어이없네 저것들.. 있을때나 잘하지. 말이나 들어주지.
열받네..

나는 얼이 빠진 둘을 내버려두고 화장실을 나와서 급식실로 돌아갔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윤지가 나를 보면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조금 강아지 같아서 웃음이 다 나왔다.
윤지는 설이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걱정해준 것 같아서..

윤지에게 괜찮다는 대답을 4번 정도하자, 윤지는 자신의 밥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나는 배가 불러서 윤지를 기다리면서 급식실을 둘러보던 도중에, 하여운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을 저렇게도 째려볼 수 있구나.. 진짜 여우같은 새끼.. 이름도 딱 지같은걸 지어가지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두 명이 들어왔다. 이도하와 백승호는 자리에 앉은채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래가지고 뚫리겠냐.."
"응? 설아? 뭐라고?
"아냐. 밥 다먹었으면 일어나서 올라가자."
"그러자."

나는 그 따가운 시선을 무시한 채로 잔반을 버리고 윤지와 반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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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5-20 21:48 | 조회 : 2,857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즐거운 착각의 늪에 빠지거라!!!!!! 맞춤법 지적 감사히 받아요! 하지만 둥근 말투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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