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필요하다.
내 사람이 필요하다.
캐서린에겐 히스클리프가 있었고 쥘리앵에겐 드 레날 부인이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도 소냐가 곁에 있었고 말이다.
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이 서로 끝까지 곁에 남아줄 사람들이 존재한다.
고여 있기만 한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끝까지 내 곁에 남아줄 사람은 너무 과분하다, 어렵다.
그래도 내 사정 다 털어놓고 짐을 좀 덜 수 있는, 내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무한히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누군가를 원한다는 게 사실 어불성설이긴 하다.
난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으며 내 평판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그러니 내가 사람들에게, 특히나 날 알고 있어서 내 감정이 언제든 약점이 되어 내 발목을 붙잡게 될지도 모른단 불안을 주는 친구들에겐 절대 솔직해질 수 없다. 내가 우울하단 걸 알면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다 예상이 가는 부모님껜, 그 상상이 상상이기만을 바라는 마음에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진창의 그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사람이 너무도 부러워서, 나도 갖고 싶었을 뿐이다.
늘 벽을 치는 건 나임에도 언제 버림받을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자연히 벽을 치게 된다.
난, 누군가 내게 다가와 다 알아주고 곁에 있어주면 한다.
끝까지 수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