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형태 (4)

부스스한 머리를 털며 아침 해가 밝아오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이 축제날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내게 콜라를 부었던 여자아이들의 예언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만이 어렴풋이 체감되었다. 나는 텅 빈 창문에게 시선을 떼어, 무겁게 스민 거울을 응시했다. 금세 단면이 깨져나가 거울로서의 생명을 다할 것 같은 낡은 거울을 바라보며 나는 미동이 없었다. 교복 한폼이 가볍게 흘러내렸다. 나는 거울에 흐리듯 다가가 머리를 박았다. 차가웠다.

교내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평소 한산했던 우리 교실마저도 꾸미는 것을 도와준다거나 합을 맞추러 다른 학생들을 데려가는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중에 나카츠카와 스미히토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로 성큼 다가갔다. 이것저것 싸고 와 두 사람 다 나를 빈 자리에 앉혔다. 스미히토는 아침부터 기운 넘치는 미소를 띤 채 나를 반겼다.

"진짜냐?"

"뭐가?"

"여장."

"이미 다 싸왔는데 이미 알고 나서 온 거 아냐?"

"그래도 안 믿겨. 왠지 너는 억지로 하게 된 것 같은데. 확실히 그렇지." 어떤 사람이 내가 그걸 하면 웃기겠다는 말을 듣고 하게 된 그런 이유였다.

"넌 네가 뭐하는지는 아냐?"

내가 고개를 저었다.

"상대방도 똑같이 여장할 거야. 그러면서 얘들 사이에서 질문 받아."

"응."

"기운 좀 내라. 의욕이 너무 없어보여."

나카츠카는 쉼없이 우리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보정속옷과 가발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집어던졌다. 스미히토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깜짝이야. 왜 그러냐?"

"나는 제군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편이다. 다들 오해하지 말아."

"제발 그런 말 좀 쓰지 마."

"싸우지 마."

"싸운 적 없다고. 하여간에..." 그들이 동시에 툴툴거렸다.

"이거 그래도 기대되는데." 둘의 표정은 불현듯 피었다. 개화하는 것처럼 변한 셈이었다. "그래. 도와줄 거면 그냥 속옷에 뽕까지 입혀서 확실히 도와준다."

"근데 난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였어. 왜 그렇게 여장용품이 많아?"

"그럼 취향 이상한 미친새끼들도 상대해야 되는데 이런 용품이 없겠냐?"

"그래도 세라복은 좀 싫구만."

"네 마음에 안 들면 나가면 되잖아. 왜 옷을 집어던지고 지랄이야. 하여간 쟤 성격이 진짜 상종 못할 것 같다. 풀도 안 죽고 말도 잘 안들어."

"그만 싸워."

내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곤 그대로 달팽이처럼 한 구석에 들어앉아 그의 손길을 기다렸다. 짐 푸는 손길이 빨랐다. 스미히토는 눈썹을 찌푸리며 무언가 집중하듯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인 것인지 맞는지 어찌됐든 경험이 많고 손에 익은 것은 맞는 것 같았다. 자발적으로 원조하는 얘라니깐 더 그런가 싶었다. 비록 본인은 생색은 낼지라도 자신이 그렇다는 걸 좋아하는 듯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계속 수그리고 있지 마." 문득 손이 멎었다.

"응? 고개 좀 들어봐."

내가 물끄러미 뚫어지게 무언가를 응시하였다. 그게 고개를 들은 것으로 인식된 모양이었나 보다.

"존나 예쁜데."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스미히토가 엄청나게 웃었다. 나는 브러쉬를 그의 얼굴에다 집어던졌다. 나카츠카가 내 얼굴을 보자 곧 스미히토의 반응과 똑같아졌다.

"잠깐! 잠깐, 진짜야. 거짓말은 안 했어. 거울을 좀 보고 그래."

"넌 여장한 상태로 손님들 받으면 안되겠더라." 내가 낮게 말했다.

"우리 다 장난으로 그런 거야. 근데 진지하게 예쁘지 않냐?"

"그쯤 해줘."

"사실인걸 뭐 어쩌냐. 인형 꾸미기가 재밌으려면 먼저 인형이 이뻐야 되잖아. 그건 사실이야."

"스미히토, 페로몬 향기가 아직도 여기서 나는지 봐줄래."

"둘이 분위기가 묘한데? 옷 다 갈아입혔으면 이쯤에서 끝내도록."

나카츠카가 뒷편에서 투덜거렸다.

"그래. 너무 세게 하면 외려 이상해. 나카츠카, 너는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라." 그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나저나 억제제는 먹었나 보네."

"응."

"알바해야 된다면서. 어머니가 사주셨구나."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웃을 기미를 보이며 내게 다가왔다.

"고마운 줄 알아 어머니께..."

그러면서 그가 불현듯 어깨에다 팔을 두르자 나도 웃었다. 나카츠카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피사체를 구경하는 사람처럼 이것저것을 살폈다. 이후 우리는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하며, 화장실에 간 스미히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비좁은 교실 안에 끊임없이 밀고 들어왔다. 눈은 쉼없이 맹렬하게 깜빡거렸고, 글리터 같은 것이 눈에 묻어 따가웠다. 나는 다시 힘을 주어 그들을 노려보았다. 우연인지 그 중에 익숙한 인영이 눈에 띄었다. 큰 키를 빼놓고 있는 요오쇼오키였다. 내가 나카츠카와 사소한 얘기를 할 무렵 그는 느리게 내 주변으로 향해왔다. 눈썰미가 좋은 나카츠카가 눈치를 채지 못할만큼 느릿했다.

"쇼야."

그가 나를 불렀다. 나는 답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하지 않았다.

"얼굴 꼬라지가 이게 뭐야." 손이 먼저 불쾌하게 얼굴 표면에 닿아왔다. 나는 차마 뿌리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입술을 맞대 문질렀다. 상관없다는 의사였다.

"냄새도 안 나고. 누구한테서 억제제를 받아먹었구나."

"어머니께 받았어."

내가 조용히 말했다.

"화장실로 따라와."

내가 요오쇼오키와의 만남을 끝마치고 돌아가면 스미히토가 어깨를 쥐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자 불현듯 풀이 죽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둑어둑한 화장실에 들어서고 요오쇼오키는 나를 맨 끝쪽 칸에 밀어넣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그와 대면하듯 앉았다. 금방 펠라를 해줄 것 같은 자세였다.

"약 줘."

"무슨 약?"

"억제제."

내가 그의 고간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싫어."

요오쇼오키가 내 뺨을 두 차례 내리쳤다. 입술 새 짝을 서로 만질거리며 덧대었다. 그는 변기에 앉아있는 나와 같이 시선을 맞췄다. 동공이 올라가듯 보였다. 요오쇼오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왜 이러는 것 같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앞으로 사람이 물어보면 바로 대답을 해."

"모르겠어. 이해가 안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그는 말없이 손을 내 얼굴에 가져다가 꼬집었다. 그리고 조금씩 쑤셨다.

"왜 이러는 것 같아? 내가? 말 좀 하라고."

그가 물고 있는 그것을 쭉 잡아당겼다. 분이 묻을 것 같았다.

"그만해."

내가 잡아당겨져 잘 발음 되지 않는 이빨로 뱉었다. 그가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열고 말했다.

"그런 거 그만해. 질질 짜거나 부탁하는 그런 사람들 진짜 싫어."

"뭐?"

"귀 먹었냐?"

"질질 짜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잖아."

"넌..."

내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 흐리멍덩한 주위를 휘저었다. 그러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둘 다 일관적으로 별론 거 알아."

나는 가만히 있었다.

"씨발."

그가 손을 자신의 바지에 갖다대었다. 그것으로 지퍼를 내리고 갑작스레 내 머리를 쥐어 고간에 박았다. 나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눈이 따가웠다. 내가 그것을 떼어내려고 몸부림치자 그는 웃으며 날 떼어내었다. 그리곤 말했다.

"오늘 저녁에 너희 집에서 할거야."

요오쇼오키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가 버렸다.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싱겁게만 끝난 것은 아니고 억제제를 뺏겼다. 나는 어둑한 화장실 칸을 빠져나와, 다시 인파가 피어오른 곳으로 몸을 들였다. 이제 사람들도 강당이나 지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스미히토는 나를 줄곧 기다렸던 것 같았다. 눈썹을 찌푸린 그에게서 다가가자 묘한 알파의 페로몬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그는 거울을 한쪽으로 뻥차며 물었다.

"뭔 일이냐?"

"아무것도 아냐."

"억제제는 어디 갔어?"

"잃어버렸어."

"넌 같은 걸 두번이나 잃어버리냐? 그것도 1주에 겹쳤잖아."

"내가 원래 그렇잖아."

"이상한 소리 하지말고 빨리 제대로 말해."

"..."

"이러면 너도 네가 답답할 것 아니냐고?"

그는 내가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잖이 화가 난 것 같았다.

"좋아. 네 맘대로 해라. 씨발, 내려가. 내려가 1층으로.아니면 강당으로 먼저 가던지."

나는 묵묵히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 잠깐 멈춰서 물었다.

"나카츠카는 어딨어?"

"1층."

그대로 가려고 하니 스미히토의 한숨 소리가 뒷편에서 들려왔다.

"그대로 갈거냐?"

"뭐?"

"네 꼬라지 좀 봐."

나는 조금씩 발을 디뎌 그가 차놓은 거울 속은 바라보았다. 내 모습에 세라복만 대충 걸쳐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어차피 무대에 설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가 나를 생각해준 것 같았다.

"이대로 가면 네가 쪽팔려서 못 가잖아."

"응."

"걸칠거라도 갖고 가라."

"고마워."

숄 같은 것을 걸치고 가니 전화기가 울렸다. 어머니가 오늘 마리아랑 영화구경을 하기에 늦게 온다는 메시지였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집어넣고 1층 바깥으로 향했다. 구름같이 몰려든 사람들로 완전히 만원을 이뤘다. 지상에서는 벌써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갑작스레 가위표로 변하는 증상은 이제 좀 가셨지만, 또 속이 울렁거리는 데다 사람도 북새통인 탓에, 금방이라도 저것들이 전부 얇은 가위표로 바뀌어 날 향할 것 같았다. 다가서기가 무섭게 만국기와 문화제라는 커다란 포스터가 관중을 반겼다. 나는 발전기금을 모금하는 학생들과 팜플렛을 나눠주는 학생으로 붐비는 입구 쪽에 다가가 서 색색의 팜플렛을 받는 외부인들을 구경했다. 축제는 보통 이틀에 걸쳐 진행되지만 모종의 이유로 올해에는 하루만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했다. 뭔가 즐길거리가 있을까 찾아봤지만 구경 빼고는 별다를 게 없었다. 그 외에도 나는 그저 찾아볼 생각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귀신의 집은 무서워서 싫었고 불량식품 가게는 그냥 싫었다. 무엇보다 의욕도 없고 기운도 안 났다. 나카츠카만 찾고 가자는 생각으로, 그대로 몸을 꺾어들어가 내가 공연할 곳으로 향했다. 강당 대기실이었다. 대기실은 북을 어깨에 매달거나 댄스, 치어리딩을 연습하는 아이들이나 이상한 옷을 입은 학생들이 즐비했다. 사람들에 숨통 막혀서 바깥을 빼꼼 내다보았다. 역시 나로선 흥미가 없는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할 장기자랑도 정확히 뭔지 모르겠고 아무것도 몰라서 도무지 즐길 기분이 안 났다. 학부모들도 잔뜩 몰두하며 열렬히 감상 중이었다. 줄진 얼굴 속엔 화면이나 동공들이 백개씩 선명했다. 내가 여기서 우스꽝스럽게 여장한 모습으로 뭔가를 보여줘봤자 얼마나 불쾌하기나 하냐는 질문에, 문득 조금씩 의미가 없어졌다. 심장이 쿡쿡 쑤셔져왔다. 나는 유난히도 습하고 울적한 기분을 다스리며 휑한 맨어깨를 만지작거렸다.

"다음은 조소오의 미남자입니다!"

대기실에서 나와 대결할 미남자가 무대로 나섰다. 모르긴 모르지만, 학교 잡지의 어느 코너에서 1위로 당선된 남자애라고도 했다. 나는 무기력하게 걸친 세라복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무대로 올라섰다. 솔직히 나의 긴장감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오, 오, 오, 오.

관중들의 함성과 이상한 괴성, 야유가 들려오자 긴장이 목끝까지 채여 침처럼 괴였다. 그 생각만이 가득 채웠다.

"와 시발 미쳤나봐."

"저거 이시다 쇼야 아니냐?"

"아다 아다."

"세라복은 왜 또 핑크야...저런 건 세라복이 아닌데."

"뭔 아다야. 쟤 후다야."

여러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이 점차 쪼그라들듯이 위축되는 것을 느끼며 내 어깨를 바로 폈다. 발을 비비고,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사메 군과 이시다 군 입니다."

"저 이거 사실 억지로 나간거거든요."

상대방이 자신의 시스루를 꾹 집어보며 말했다. 웃음을 곁들인 채로였다. 무엇이 개그포인트인지 모르지만 사회자와 관중이 물결퍼지듯 웃었다. 나도 억지로 웃으며 호응하려 했지만 아직 입꼬리가 굳어 있어서 몹시도 아팠다. 그러면서 쓸데없는 감정이 엄습해왔다. 이거 좀 이상했다. 사람들은 정말 이런 게 재밌나 따위의 생각들이 여럿 들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팔꿈치가 지끈지끈 쓰리며 두통이 겹쳤다. 상대방이 질문을 받으며 뭐라뭐라 말하는 것이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귀가 먹먹했다.

"근데 이게 무슨 냄새냐."

"오메가."

환청일지 문득 나는 희미하게 정신을 놓았다. 너무 선명히 들리는데 진짜일 리가 없었다. 이 시점에 억제제를 안 먹었단 것이 불현듯 기억 났다. 그리고 무겁게 심장이 짓눌리는 감각이 똑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오메가 냄새 난다."

"드럽다."

코를 벌름거리는 사람들 아래로 별안간 사회자가 내 어깨를 쥐어잡았다.

"쇼군!"

사람들의 얼굴이 갑작스레 널찍한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내 시력은 좋은 편인데, 새삼 그들의 얼굴이 모두 흐리멍덩했닥.

"네?"

"질문을 했잖습니까."

"무...무슨 질문 말하시는 거죠?"

그는 한심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아다입니까?"

"네? 네?"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사회자가 한심한 눈빛과 함께 희미하게 비틀리는 미소를 내비쳤다. 하하하하하, 단 아래의 사람들이 온통 다리 아래서 웃었다. 아다라뇨, 무슨 질문이 그렇냐는 질문은 목구멍 아래로 넘어가 금새 묵살되었다. 나는 머리 위로 피가 쏠리는 것을 체감하며 도리질했다. 사람들은 계속 떠들었는데 뭐라고 말하는지 이제는 오히려 먹먹해져 잘 들리지 않았다. 섹스를 해봤다는 것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건 아무래도 비현실적이었다. 그것도 미성년자들이 집결된 공간인데, 솔직히 아까 전부터 비현실이라는 한증막이 무덥게 나를 찌워낸다는 생각 뿐이었다. 어서 끝나기나 바랐다. 그래서 아다든 처녀든 내가 질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틈 없이 무작정 부정했다.

"아뇨, 아뇨, 아니에요!"

"왜 그렇게 당황하며 부정하세요? 이 냄새는 뭐에요? 설마 억제제도 안 챙겨먹은 건가요?"

그러자 이상하게도 생식기 쪽에 피가 잔뜩 몰렸다. 굳이 피가 아니더라도 무슨 액체 같은 것이 끈덕지게 뭉쳐가는 감각이 들었다. 머릿속에도 억울함이 끈덕지게도 뭉쳐들었다. 사회자는 내 말을 그토록 못 알아먹었다. 내가 다시 부정하며 소리쳤다.

"어쩔 수 없었다고요!"

"하하, 왜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세요...그러니까 더 이상하잖아요!"

아무래도 나는 사회자가 이상하거나 내가 미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머리를 감쌌다.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앞이 새하얘지며 다시 하얗게 점멸했다. 사람들의 얼굴이 또 가위표로 변하자 이제 정말 망한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회자는 번들거리는 얼굴으로 샐긋거리며 날 주시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도 샐긋거리며 나를 주시했고, 관중들도 수많은 인파에 어울리도록 커다란 실소를 자아내며 웃었다. 가위표에 가려져있기야 했지만 그것만은 비현실과 현실의 사이에서 확실했던 것이다.

배가 아팠다. 오늘은 왜 이렇게 아픈 데가 많기도 한지 이상했다. 생식기가 다시 쿡쿡 찔리듯 아렸다. 씨발 존나 꼴리네, 란 소리가 들려오자 내 귀를 의심했다. 화장분이 얼굴 표면에 남아있어 더 괴상하고 현실감각이 없게끔 체감되었다. 어이가 없어 이제는 요오쇼오키의 옅은 알파 페로몬이 몰려옴과 함께 허탈한 미소도 입가에 와락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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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6-06 21:54 | 조회 : 1,223 목록
작가의 말
구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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