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포함) 목소리의 형태 (5)

*이 작품은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괜찮아?"

스미히토의 얼굴이 나를 반겼다. 보건실 천장이었다. 천장이 눈에 띌 만큼 정신이 들자마자 번쩍 몸을 일으켰다.

"어어, 아직 일어서진 마."

그의 저지에 앉기만 하고있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라복이 아직도 교복바지 대신 내 허벅지를 자리하고 있었다. 핑크 세라복 치마였다. 곧아있는 무릎이 그것과 잘 매치되지 않는단 생각이 듦과 동시에 머릿속이 텅 비었다. 멍하기도 했거니와 나는 심란했다. 아무리 봐도 쓰러진 그 후에 뭔가 나는 모를 큰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나는 스미히토를 향해 웃어야할지, 불쌍한 척 해야할지 분간도 하지 못했다. 그는 너무나 알 수 없는 낯을 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대뜸 물어왔다.

"너..."

스미히토가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거의 확신하는 말투로 물었다.

"네 억제제 요오쇼오키가 뺏었지? 요오쇼오키가 지금 교장실에 가 있어."

"..."

"그래서 문화제 끝난 다음에 바로 위원회가 열린단다. 근데 진짜 어이터지는 건 걔네 엄마가 입김이 존나게 세서 지 아들 보호하려고 애를 쓴다는 거지. 그리고 그 입김이 통할 수도 있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데?"

"강당에서?"

"응."

"아 씹...그냥 말할게."

"..."

"약 안먹어서 너 픽 쓰러졌어. 이상한 소리 하면서. 아마 헛것을 본 것 같아. 어떤 미친새끼가 그거 영상 찍어 올렸더라고. 씨발, 내가 지우긴 했는데..."

헛것이라니. 아다라고 묻는 질문만은 확실히 귀에 꽂혔는데 말이었다. 웃음소리도 가위표도 극도의 긴장감이 불러일으킨 헛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하기야 히트사이클까지 겹쳤으니 뭔가 가능성은 더 많아 보였다. 그래도 내겐 헛것이라는 비현실으로 다가왔다. 현실이라기엔 나를 관음하며 자위하는 소설에 나올법한 싸구려 연출처럼 희미한 마술적 사실주의로 가득했던 까닭이었다.

"..."

"몸에 열도 완전 끓고 그래서 감기랑 겹친 거 아닐까 했는데 다행히 감기는 아니란다."

"..."

"잠깐. 너 얼굴에...따귀 맞았어? 뭐야, 누가 이런 거냐?"

스미히토가 별안간 내 얼굴을 잡았다.

"..."

"왜 말을 안해. 요오쇼오키 그 새끼가 때린 거지? 씨발, 내가 진짜 씨발 이 새끼..."

"놔줘 그것 좀."

"어? 어...응."

"..."

머리가 멍했다. 갑자기 아빠가 죽기 전까지도 노상 달고 살았던 담배 맛이 궁금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과자랬다고. 담배가. 아빠가 줄창 피워대고 결국은 두 발을 달아 자발적으로 떠난 담배가 지금 이 시점에 간절했다. 나는 담배를 구할 수 있는 경로를 찾으려 남몰래 머리를 굴렸다. 그러고 보니 야구부 코치님도 담배를 많이 피웠던데. 지금도 있을까. 가서 돈을 지불한 다음 한번만 양해를 구할까. 나는 곧장 주섬주섬 일어나 교내 운동장으로 향했다.

"어디가?"

스미히토가 기겁했다.

"편의점."

"왜?"

"시장해서."

"내가 사줄게."

"됐어. 이동 못할만큼 아픈 것도 아냐."

"그거 입고 가려고?"

치마는 이제 익숙한 감각으로 너풀거렸다.

"응."

"...뭐 그럼 그러든지."

운동장은 축제 탓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그래서 일도 없을 터인 코치님은 높은 의자에 앉아 캡모자를 쓴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남성잡지가 무릎 위에서 훈풍을 맞아 펄럭였다. 나는 차마 다른 부위를 건드릴 수가 없어서 그의 발만 조금 건드렸다.

"코치님."

그러자 허둥지둥하며 코치님이 깼다. 캡모자를 바르게 고쳐쓰면서였다.

"어? 뭔, 무슨 일이냐?"

"..."

"쇼야 너구나. 뭔 일이냐? 아니, 옷은 왜 그래?"

"장기자랑이요."

"딴걸로 좀 갈아입고 오지 보기 망측하게..."

그가 질색하듯 그랬다.

"코치님."

"어."

"담배 사주세요."

당연하게도 내가 태연자약하게 그런 질문을 꺼내자 코치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선 반쯤 반신반의하며 그가 물었다.

"너 무슨 일 있었냐?"

"말보로 레드요."

"공손하던 새끼가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변한 거야?"

"돈을 낼까요."

"왜 묻는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안해. 왜 이러는 거야 오늘따라. 아니, 그리고 나도 나름 학교 코치님이고 존경받는 사람인데. 내가 심부름꾼이냐? 내가 네 셔틀이야?"

"죄송합니다."

코치님은 툴툴거리며 높은 의자에서 착지하듯 내려왔다. 그리고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편의점까지 왕복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더운 땀이 홱 끼쳐왔다. 이렇게 더운데. 새삼 내가 봐도 내가 그렇게 존경받는 사람께 싸가지 없는 행동을 행한 것 같았다. 코치님은 몇 분후 담배 한 갑을 가져오셨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며 최대한 공손해지려 노력했다.

"돈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됐어."

나는 익숙하게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슬슬 다리가 아파 쪼그려 앉아 팔을 쭉 폈다. 자세를 편하게 고쳐보니 마치 코치님 같았다. 코치님은 아무 말 없이 자신도 담배를 피우다가 툭 내뱉었다.

"너가 그러니까 엄청 해괴하다."

"핑크 세라복을 입은 상태로 피우는 거니까요."

"아니, 네 평소 행실하고 맞아떨어지지 않으니까 그러는 거다."

제가 평소 행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을 담은 질문을 삼키고서 운동장을 마주보았다. 담배맛은 이상했다. 한 모금 삼키고서 내뱉는 기류가 숨가쁘도록 아름다웠다. 코치님도 연기를 홱 내뿜었다. 나는 뜻모를 반항심을 느끼며 고개를 수그렸다. 요오쇼오키의 얼굴과 페로몬이 공기 중에 부유했다. 더운 날씨 탓에 땀이 송골송골 솟아났다.

"뭔 일이냐? 정말..."

나는 다시 내가 겪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짚어보려했으나, 필름이 끊겨버린 것처럼 도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관중들의 웃음소리와, 헛길질을 하던 내가 얼마나 멍청해 보였을까 하는 것만은 확실히 뇌리에 박혀 있었다. 오메가 냄새를 풍기며 바보같이 강당에 올랐던 나에게 이후부터 또 얼마나 많은 희롱이 주어질지도 알고 있었다. 웃음, 웃음, 웃음...그 웃음이 일직선으로 다가와 꽂히듯 남았다. 잔향이 은은했다. 요오쇼오키의 페로몬이 남아나 있었다. 정말 안되는데 왜.

"..."

"..."

나는 아무 말도 않다가 코치님을 돌아보고 말했다.

"코치님, 제가.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 바라는 저의 모습이 있는데요. 지금 제가 그 모습과 근접해가고 있어요."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뭔 모습인데?"

"막 대주고 다니는 거."

"응?..."

코치님의 눈썹이 치켜올려졌다.

"너는 원래 그런 말도 안 썼던 걸로 알고 있다."

"다 태웠네요."

내가 돌연 일어섰다. 꽁초를 아무곳이나 놓고 비벼 껐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게나 찼다.

코치님도 훌쩍 일어섰다. 그러고선 무릎을 털며 물었다.

"갈려고?"

"아쉽지만..."

전화기를 보니 벌써 끝난 시간이었다. 보건실에서 어지간히 많이 누워있었나 보았다.

"착했던 놈이 이제는 나를 담배 심부름꾼으로 써먹는군. 시간만 대충 때워주고 담배 뚫어준 거 고마운 줄 알아라. 별말은 안하겠지만 학생이 담배 피우는 거 불법이다. 내가 사줬다고 말하면 어떻게 되는진 알지?"

"잘 처신하고 입 다물겠습니다."

"그래라."

내가 그대로 뒤돌아 걸었다. 전화기를 꺼내 스미히토에게 그대로 간다고 연락한 다음 바로 끊었다. 그리고 짐을 대충 꺼내와 도망이라도 치듯 황급히 학교를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많았다. 아무렴 신경 쓸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쓰러진 후 계속 멍한 정신이 신발장에서 수많은 학부모들의 인파와 따가운 시선을 마주할 때 더욱 멍했다. 세라복 때문도 있지만 강당에서의 사건이 알려졌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벽 한복판에 얼굴을 세게 짓누르고 싶은 것을 막아세웠다. 그리고 길을 나서는 내 뒤로 머지않아 그 자식이 따라붙었다.

요오쇼오키와 그의 무리였다. 왜 나를 괴롭히는 것을 이토록 즐기냐는 의문이 듦과 함께 또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심지어 오늘 요오쇼오키는 무슨 영문인지 다른 남자들도 끌고 온 터라, 하마터면 또 그들 무리에게 린치로 두들겨맞을 염려가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일찍 끝내주신 모양이야."

"..."

"그런 괴상한 차림새로 어딜가?"

"옷은 또 왜 저러냐. 으, 오메가 냄새."

"아다가 왜 저렇게 더러운 짓을 많이 하고 다녀."

"비켜줘."

"얘가 비켜달래."

킬킬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뭔 소리냐...오늘 망신당한 게 기억 안나나?"

"썅년아, 어떻게 배상할 거야. 너 때문에 요오쇼오키 시간도 버리고 애꿎은 위원회까지 열렸잖아."

주변 패거리들이 나를 향해 얼씬거렸다.

"너무 그러지 마라."

요오쇼오키가 뜻밖에도 나를 두둔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두둔하고 나서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정말 이상한 것은 우리가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패거리들은 집에 누가 있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엄마와 동생이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더니 그들은 마침 잘됐다고 웃으며 후에는 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리고 결국은 모욕적인 언사였다. 루틴은 거의가 똑같았다.

"코치 만났던데 그 사람한테도 대준 거 아냐?"

코치님을 만난 것은 또 어떻게 안건지 의문이었다. 하여간 요오쇼오키의 말 하나라면 집요할 정도로 파고드는 정보통들이었다. 나는 당연하게도 침묵했다. 말해봤자 소용이 없는데 내뱉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가상한 노력으로 열렬히 따라붙었다. 그 지경에까지 이르자 슬슬 걱정이 됐다. 거주지에 무단침입한다는 명목 하에 지나가는 길에 경찰서에라도 들를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도 들었고, 그때 요오쇼오키가 내 섹스사진과 동영상을 저장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아차 싶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힘없이 걸어가는 와중에 요오쇼오키가 별안간 내 허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무리 애들은 휘파람을 불며 그 행동을 자랑스럽게라도 여기듯 행동했다.

"내가 많이 화가 났거든."

"..."

그래서라는 말이 튀어나오려 했다. 그 순간 우리집이 보였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 내달려 문을 걸어잠그고 싶었다. 요오쇼오키의 패거리는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게 뛰어가, 이미 아담한 마당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모유 알아? 이번에 모유가 강아지한테 나오게 됐는데...걔도 꼭 너같은 냄새가 나."

"왜 여기까지 온 거야?"

"..."

그가 침묵 후 이어말했다.

"네 몸 좀 쓰자."

"왜, 저번처럼 창녀로 생각하고 쓸 테야?"

"그런거라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상관없어."

"그럼 어서 들어가, 뭐 그렇게 쫑알쫑알 질문이 많아."

나는 목덜미에 뜨겁게 내리쬐는 초저녁 햇빛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육중하고도 무딘 소음과 함께 패거리는 당장에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어머니가 염려하실 일인데도 이상하게 조마조마한다거나 걱정되지 않았다. 이 핑크 세라복을 걸친 뒤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체념하게 되는 저주라도 내려진 것 같았다. 차라리 그러면 믿을 변태같은 시추에이션이었다.

"그건 좀 벗어."

내가 다락방으로 들어가 세라복을 벗으려 했다. 허나 다락방에도 내가 모를 요오쇼오키의 수하 몇명이 자리해 있었다. 그래서 계단에 걸쳐앉아 그것을 벗어놓았더니, 요오쇼오키의 패거리 중 하나이며 커다란 뱀 문신을 등짝에 새긴 문신쟁이가 내 팔을 억지로 끌어당겨 벽장 한켠에 내동댕이쳤다. 당혹스런 심정이 들어찼다. 나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거실 안의 광경을 살폈다. 레게머리 한 명과 별명이 개눈깔인 근육질 남자애, 그리고 주요한 특징이 없는 몇 애들이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거나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먹을 것도 없어 씨발."

"이러니까 맨날 편의점에서 먹고 다녔네."

여기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거실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나는 곧장 일어서 벽장 바깥으로 나섰다. 다들 담배를 피우고 라면을 끓이려 하고 있었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팬티와 런닝밖에 걸치지 않은 채로 내가 말했다.

"냄새 배.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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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성적표현, 성폭력, 자보드립, 실금 포함※

내가 어떤 처지인 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던 이유는 단순히 내가 아무런 자각도 없어서였다. 온몸이 퉁퉁 붓다시피 변하고, 멍이 들어 얼룩덜룩한 팔이 보기에도 흉했다. 나는 피가 맺혀있는 입술을 건조히 짓씹으며 부러 더 핏방울이 맺히도록 했다. 그리고 손을 휘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벽장에 여전히 갖혀 있었다. 어두운 벽장 속 한 줄기로 뻗어있는 흰 틈새를 찾아 그곳을 들여다보았다. 아직까지도 담배를 피워대서 온통 매케한 냄새가 났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웅성거림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누군가 지시를 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잦아들었다. 개눈깔이 갑자기 쇼파에서 일어섰다. 그가 점점 가까이 오더니 이윽고 벽장 문을 열어 내 팔을 억지로 감싸쥐어 질질 거실까지 끌고갔다. 뭐하는 거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담배연기에 숨조차 들이쉬기 힘들었다. 요오쇼오키는 나를 바라보며 이번에는 나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마치 나를 아기 다루듯 했다. 물론 나는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전까지는 개패듯 때렸는데 이제는 이렇게 감싸안는 것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선 요오쇼오키는 곧장 나를 침대로 끌고 들어갔다. 혼란스러웠다. 입이라도 맞출 것 같았다.

"사랑해."

지금 그런 말이 나올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도 그가 그런 말을 했다. 사뭇 장난스러웠다. 나는 불안해 견딜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랬다. 무슨 짓을 할지 빤히 보여서, 이번에는 그 전과 같은 정도가 아닐 것 같아서 더더욱 불안해졌다. 내가 자꾸만 짓눌려오는 가슴을 떼내려고 애썼다. 입속말으로라도 지껄였다.

"사랑하면 그만두는 게 정상적인데."

침대에 몸을 뉘였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친 후, 그곳으로부터 벌떡 일어나 문 주위로 다가가 그것을 조심스레 매만졌다. 단단히 잠겨 있었다. 어느 틈에 잠근 것일까. 나는 문 주위에 붙어 또다시 잘근잘근 입술을 줴뜯었다. 그리고 눈을 잔뜩 치떴다. 지겨웠다.

저번처럼 당할 수는 없었다. 아니다. 그러지 못했다. 이제 내 나름대로 잃을 것도 없었고, 그런 동영상을 유포한다 한들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나조차 완전히 몸파는 사람의 정신으로 바뀌어진 것 같다는 비관적인 마음에 더욱이 안되었다. 요오쇼오키가 내 주변으로 접근해 허리를 감쌌다. 팔이 제압당해 나도 내 나름의 완력으로 반항하려 애썼다. 사실 반항이란 것도 웃겼다. 이러니까 내가 발버둥을 치고 더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었다. 지금 빠져나가지 못하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그러는 것이기도 했다. 허나 힘이 쭉 빠져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좆같이 웃기네."

나도 그것만큼은 동의했다. 고개를 수그렸다. 베갯잇을 쥐어잡으며 허망하게 웃었다. 눈물을 보여 가짜아양을 부리려 해도 차마 나오지 않았다. 그는 내 얼굴을 세 차례 때리고 안아올려 침대에 부드럽게 나를 뉘였다. 그러자 갑자기 목에서 피가 났다. 목아픈 기침을 하며 핏자국이 섞여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다시 일어나 끊임없이 할퀴기라도 시도해보고, 침대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더니 그가 억지로 내 팔을 움켜 잡았다.

"다리 벌려."

"..."

"다시 문쪽으로 가서 따먹을까."

"그러든지."

"병신."

나는 그 말에 발광했다. 폭력으로 힘이 없는 몸을 이끌고 가 나를 제압하는 그를 힘껏 쳐냈다. 그리고 요오쇼오키의 멱살을 잡았다. 미끄러지듯 힘없이 말했다.

"내가 왜...도대체 뭐가..."

멱살을 쥔 손이 스르르 풀렸다. 요오쇼오키가 날 보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웃음지었다. 그는 예상 외의 부드러운 손길로 하의를 벗기고 엷은 런닝 하나밖에 걸치지 않은 내 몸을 소름이 돋도록 노골적으로 매만졌다. 그리고 대충 다리를 벌려놓고 그가 무릎을 잡으려 시도할 때였다. 나는 다시 꾸역꾸역 일어나 왜 그러냐고 물었다.

"발악하는 게 안쓰러워서 그래. 왜? 너야말로 왜 그래? 이시다."

강간이 확실해서 소용에는 없는 말을 뱉었다.

"이렇게 하지 마.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결정해. 이대로 같이 하면 신고할 거야. 이러지 마. 네 인생 망치지 마."

"너 지금 완전 웃기는 거 알아. 왜 저번에는 순순히 따먹혔는데도 왜 오늘은 지랄이야. 뭐 강간의 정의라도 새롭게 깨달으셨어? 너 지랄하지 마. 네 인생 망치고 있는 건 너야."

나는 시선을 피하고 싶지 않아 부득부득 눈을 치떴다.

"..."

"전화기도 주변에 없는데 어떻게 신고하겠다고 그래."

어이가 없어서 외려 내 쪽이 말문이 턱 막혔다. 이러지 말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힘이 쑥 빠진 내 무릎을 억지로 잡아매고 그가 벗은 바지를 내동댕이쳤다. 점점 숨이 가빠져오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인데도 목덜미에는 소름이 돋아 한기가 돌고, 아무거나 쥐고 마구 잡아뜯고 싶어졌다.

"가만히 있어, 씨발련아. 열성 새끼가 박아주는데도 말이 많아..."

나는 억지로 몇번이고 일어나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미 들어갔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아파왔다. 내장이 통째로 쳐올려지는 듯한 느낌에 피섞인 기침과 헛구역질을 연신 내뱉으며 앓았다. 토기가 올라왔다. 나는 이불을 쥐어 얼굴을 가리며 한쪽 팔을 얼굴에 갖대대었다. 흥분에 괴로워하는 얼굴, 요오쇼오키의 말로는 발정난 새끼의 낯짝을 보이는 것이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윽...흐윽...! 끄, 윽..."

"아...왠 암퇘지 멱따는 소리가 나냐. 예쁘게 좀 내봐."

괴로움에 울부짖으면 이런 신음이 새어나오기 일쑤였다.

"수퇘진가?"

그러고선 피식 웃는 것이 끔찍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요오쇼오키가 이따끔씩 내 목덜미를 깨물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억지로 내 고개를 돌리게 만들어 코를 때리고 아예 못쓰도록 때려놓았다. 코에 줄줄 흐르는 피가 익숙했다. 얼굴은 피떡이 된지 오래였다.

"누가 이 꼴을 보고 수컷 새끼라고 믿겠어. 그래도 고추는 잘 달려있어. 심지어 크고."

"으...하으...으."

나조차도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 낯뜨거웠다. 발정난 것임에 틀림없다. 요오쇼오키는 이래서 내가 참 안쓰럽다고 비웃었다. 지 나름대로 버티려고 애쓰는데 태생이 발정난 암캐여서 조금만 자극하도 발기하고, 뭐 이 악물고 참으려고 해도 어차피 나중엔 제발 박아달라고 다리 벌리는 년이라고 했던 것 같았다. 나도 어느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쉽게 발정했다. 알파 페로몬에 나조차 흥분이 되어 회한섞인 한숨과 숨결이 섞여나가고, 그것은 곧 나의 굳다시피 한 몸이 비교적 빠르고 신속하게 뜨거워지는 원인이 되었다. 히트사이클까지 겹쳐 최악이었다. 좋아하지 않는데. 난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하는 것처럼 비춰진단 것은 매우 애석했다.

추삽질은 끝없이 계속되었다. 내장이 온통 좆대가리로 강간당하는 듯한 느낌에 역해져 헛구역질도 계속됐다.

"끄...흑...흐읍...헉, 헉..."

땀이 흘렀다. 점차 녹초가 되어가고, 그때 즈음 요오쇼오키는 거부하는 내게 입맞췄다. 혀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들어왔고 몹시도 더럽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키스는 잘했다. 그게 체감되어서 더 비참했던 것이었다.

"키스는 완전 못하고. 조르는 것 하나는 잘해."

"..."

"이뻐, 아주."

그가 나를 안아 볼에 입을 가볍게 맞추었다. 나는 다 멍해진 동공으로 그저 옆편을 바라볼 뿐이었다. 밤이 샐 때까지 이것은 결코 끝이 나지 않을 터였다. 그가 피맺힌 내 뺨을 얼마나 때렸는지도 그 때문에 몰랐다. 요오쇼오키는 자신이 누운 채로 자기 성기에 날 앉혔다.

"그만해...그만...그만...으으! 아으...!"

스무 가지는 넘는 체위를 그와 공부했다. 그 사실도 싫었다. 그는 나를 무슨 장난감, 그러니까 오나홀 다루듯 허리를 잡아 가볍게 자기 성기에 짓눌렀다. 애액이 질질 흐르는 구멍은 주먹만한 귀두를 오물오물 집어삼켰다. 나로서는 그것은 억지로 앉힌 퍼킹머신이었다. 귀두까지 들어가 약간 파열된 내 구멍에서도 피가 났다. 성기는 도무지 들어가서는 안 될 곳까지 길을 뚫어내어 배를 아프게 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 건조한 성기가 올려쳐졌다. 피가 윤활유 역할을 대신했다. 퍽퍽 소리는 고사하고, 그 소리가 날 정도로 배를 때리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때리는 것보다 더 심했다. 쾌락이 동반되었으니까, 단순히 때리는 것만으로도 날 남창으로 만들 수 있었다. 머리는 흥분과 홍조에 뒤덥혔다. 혹은 어쩌면 그의 말대로 난 이런 것에 흥분하는 남창일지도 몰랐다. 성기가 예민한 곳을 찌를 때마다 너무 좋아하는 남창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금 의문이었다. 강간당했다고, 뇌까지 좆대가리로 범벅이 돼 강간당한 건지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섹스에 좋아죽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소위 스팟이라고 부르는 예민한 부위를 찔러줄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 떨고 어깨를 추스르며 좋아 죽었다. 그것이 너무 치욕스러워 차라리 부정해버리고 싶었다.

그가 몇번이나 싸고 뱉은 탓에 온몸은 정액과 타액 범벅이었다. 약간 불룩해진 배는 정액으로 채워져 있어 물렁물렁하고 아팠다. 우유 먹은 것처럼 배가 아팠다. 그는 내 유두, 목구멍, 심지어 겨드랑이에도 정액을 쐈다. 여자애들이 보기 흉하다고 물품까지 들여 벗겨 깨끗한 겨드랑이가 여자 여성기 모양 같다고 발정한 것이었다. 속된 말로 보지였다. 요오쇼오키는 문에서도, 침대에서도, 이웃들이 볼지 모르는 창문 가까이에서도 날 범했다. 반항하면 벽에다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는 이제 다 되었다는 것마냥 문밖으로 나를 보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패거리에게 애 좀 씻기라고 나를 던져놓았다.

"얘 보지 젖은 것 봐."

"꼴에 오메가라고 씨발."

문신쟁이가 날 보면서 자위를 했다. 이에 얼굴이 뭔가에 데인 것마냥 발그레해지며 화끈거렸다.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이내 나는 그 애들의 손에 이끌려 욕실에 들어가 물건 씻기듯 성의없이 씻겨졌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싱거운 물줄기가 쏟아졌다. 벌겋게 부풀어올라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는 구멍이 거울 속에 비춰보였다. 피범벅이 되어 핏방울이 욕실 바닥에 몇번 떨어졌다. 그것을 마주하기가 무섭게 끌어내려져 수세미 같이 꺼끌꺼끌한 비누로 닦이고, 바지를 벗어내린 아이들의 좆을 물게 되었다. 성기란 것이 이렇게 큰 살덩이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들은 오나홀처럼 곧바로 성기를 내 입안에 집어넣었다. 목이 막혀 끅끅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큭..!"

"좀. 존나 못빠네."

그리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뒤로 들려 눈물 방울은 머리카락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어갔다. 시선을 돌릴 새가 없었지만 쥐어든 손의 주인이 두 눈을 치켜뜨고 빤히 나를 바라보는 것만은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야. 씨발 제대로 좀 해. 왜 굳이 남자에다 딱딱한 열성을 이렇게 죽자고 박겠어."

내가 감긴 눈을 조금씩 떠가며 중얼거렸다.

"그럼..."

"요오쇼오키가 부탁해서 이러는 거라고. 너 좆되게 한번 만들어보자고. 안타까운 건 이해하는데 그 새끼 원래 그래. 그래도 이렇게까지 한 적은 없었는데 네가 얼마나 지랄이었으면. 그니까 처신 좀 잘하지 그랬냐. 나도 힘들어. 하여튼. 알아들었으면."

"힉!"

"좀 꼴리게 해봐라."

그리고 고개를 돌리게 해 화장실 한구석에 다시 쳐박았다. 거기서부터 얼마나 지났다고 두세 명 정도가 구겨들어와 내 몸을 들었다. 또다시 그것이었다. 이런 대우가 계속되자 내가 사람이 아닌 오나홀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날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자위기구를 대하듯 내 머리를 퍽퍽 끌어당기길 반복하며 입으로 추삽질시켰다. 목 전체가 완전히 막혀 숨 쉬기가 어려웠다. 아마 입안에 잔뜩 들어찬 자지에 목젖도 툭 튀어나와 숨가쁘게 오르내리고 있을 터였다. 성기를 왜 빠는 건지 내심 근원적으로 그 성행위 자체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나에게는 반죽같은 살덩이가 그토록 커다랗게 다가왔다.

"이게 펠라란 거야. 아다야."

펠라는 기분 나쁜 것이고 조금의 육체적 쾌락도 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미 화장실에서 겪어본 바 있었으나 자각하지 못했다. 정신이 아예 없었다. 줄곧 멍한 상태로 나 자신을 자위기구로 여기며 좆이 들어올 때마다 힘겹게 목구멍을 조였다.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였다. 그러자 목구멍에 정액이 들어왔다. 나는 아예 맛을 느끼기 싫다는 기분으로, 알약 삼키듯이 꾸역꾸역 그것을 삼켜내었다. 맛은 잘 느낄 겨를이 없었지만 어찌되었든 끔찍했다. 좆이 마침내 입안에서 빠져나가자 나는 입안을 씁 햝아내고는 다시 끔찍한 뒷맛을 느꼈다. 끈적대는 점액성이 내 목구멍에 남게 된 것은 덤이었다.이후 그들은 내 뺨을 몇 번 때렸다. 얼마나 때렸던지 이젠 양 뺨에 흉이라도 질 것 같았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빗방울처럼 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무감각하게 다른 이의 좆을 빨았다.

"아, 씨발. 펠라는 연습 좀 하자. 입보지가 존나 조이는 것밖에 못해?"

나도 내가 오나홀로 생각됐다. 그래서 아무 기분도 없이 그저 빨며 홀로 비참해졌다. 입보지에 불과한 것이었다. 밀려오는 정액 때문에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해도 그러기가 무섭게 저들은 자신의 성기를 들이밀었다. 나도 빨아야 했다. 거부하면 이들은 관심이 없는 듯, 학교 얘기나 다른 오메가 얘기를 하다가도 우레와 같은 발길질을 행사했다. 그것이 무서워서라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목욕을 계속 이어갔다. 빗물이 눈물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감기 걸렸을 때처럼 따끔한 목을 느끼며 마구 기침을 했다. 피멍이 가득한 몸이 척 보기에도 무척이나 흉측해 보여 나조차 시선을 외면했다. 문신쟁이가 내 배를 짓밟아 정액을 빼냈다.

"우웁..."

토기가 밀려와 또 구역질을 했다. 내장이 역류하는 감각이 덮쳐오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목이 졸렸다. 나는 계속해서 기침하며 기도에 엉겨붙은 정액을 뱉어내었다.

"켁, 커흑, 켁, 케흐윽..."

"씨발년이 더럽게..."

그 과정에 샤워물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몰랐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정액을 빼는 것은 어차피 소용없는 짓이었다. 덕분에 아픈 배만 더 아파진 것에 불과했다.

목욕이 끝난 후 그들은 개를 대하는 것마냥 내 몸을 말렸고, 팬티 하나만 갈아입을 시간 정도가 주어졌다. 담배 연기가 여전히 코를 간질였다. 부드러운 향내가 퍼지고 죽다시피 한 감각이 퍼졌다. 나는 그후로도 계속 윤간당했다. 양팔을 잡혀서 헉헉거리며 저항할 힘도 없이 박혔다.

"허,억....이만하면...윽!"

"씨발. 좀 조여봐. 아다 주제에."

"크윽...끄으..."

너무 가서, 너무 많이 박혀서 후에는 좆이 내장까지 들어온 채로 벌벌 떨어가며 오르가즘을 느꼈다. 허리가 휜 상태에서 온몸을 떠니 요오쇼오키가 킬킬 웃으며 물었다.

"너 지금 서방님 왔다고 이러는 거야? 이게 그 드라이 오르가즘이냐?"

"와, 이 년 너무하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목석같이 굳었는데. 이제부터 요오쇼오키 전용 좆집 삼아줘야겠어."

나는 꾸역꾸역 부정했다. 펠라를 너무 많이 해서 목소리가 적잖이 상해 있었다.

"아, 니야...흐끅...끄으,윽...아파...느끼는 거 아니야...아파, 너무 아파, 아파,서, 흐윽..."

"네 보지는 좋다고 달라붙는데 아파?"

그가 잠시간 성기를 조금 빼내었다. 나는 겨우내 숨을 돌리며 헐떡이면서 오르내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헉, 허으...싫,어, 싫으니까 이제, 제발, 그마..."

숨을 내쉬는 와중에, 성기가 예고없이 결장까지 쳐박혔다.

"끄윽! 아으윽! 헉, 허으, 헉..."

그러자 숨이 끅끅 막혀옴과 동시에 성기에 피가 몰렸다. 무언가 뜨끈한 것이 나왔다. 정액이었다. 구멍에서도 아까 못 씻어낸 정액이 흘러나왔다. 앞뒤로 질질 싸고 있었다. 좋다는 것을 부정할 증거가 못됐는지, 주변 이들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낄낄거리며 나의 음탕함을 비웃었다. 그래도 요오쇼오키는 자기가 싸기 전까지는 쉴새없이 계속 박으며 절대 중단하지 않았다. 기력이 없어 곧 죽을 것 같았다. 마침내 정액이 들어왔다. 나는 불룩해진 배를 감싸안으며 또다시 찾아오는 드라이 오르가즘에 벌벌 떨었다. 그와 함께 구멍도 좆을 조르듯이 벌름거렸다. 퍽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손가락 두세개가 들어왔다. 눈동자가 뒤집혔다. 구멍은 또 그것을 좋다고 오물거렸다. 축축해서 끈적하게 접혀들었다. 젠장, 젠장, 이미 가고 있는데 또 가버리고 있었다.

"끄으, 윽, 죽어, 죽어엇, 나, 죽어..."

절정이 지옥같이 느껴졌다. 퍽퍽 손가락으로 구멍을 쑤셔댔다. 그것이 빠져나가자 내 애액으로 바닥과 자기 손바닥이 더러워졌다고 누군가가 떠들었다. 실컷 가버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와중에, 어떤 애가 내 좆을 감싸쥐고 흔들었다. 장난하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벗어나려 애썼지만 완전히 탈진해 도무지 무리였다. 너무 심했다. 절정하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 이미 드라이 오르가즘으로 온몸을 떨어대는 중인데 또 성기를 자극하다니.

"또...또, 가, 계속, 가잖아, 큭, 그만."

마침내 나도 또 싸버렸다. 너무 많이 싸서 묽은 액만 흘러나왔다. 어린애가 오줌을 지리듯이, 정액을 제대로 제어 못해 물같은 액체를 줄줄 싸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요오쇼오키에게 실컷 당해 탈진하기가 무섭게 다른 남자가 내 몸을 감싸쥐고 박았다. 박힐 때마다 핏, 핏, 핏 드라이를 느끼며 갔다. 가버린 직후에 또 가고, 탈진해 기운이 빠지는 사이에 또 마구 쳐박혔다. 후에는 너무 가버려서 허리가 고장나듯이 달달 떨렸다.

"존나 잘 느끼네. 몇번 안써본 새끼라드만 너도 걸레였냐?"

"그만...! 으응, 그만..."

내가 빠져나가려고 팔을 휘둘렀다. 패거리의 손길을 뿌리쳤다. 몸이 억지로 고정되어 있는지라, 빠져나가는 것은 몹시도 힘든 일이었다.

"제발...제발 그,만해, 가, 갔어, 그만...!"

살이 부딪혀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처럼 엉덩이를 때리는 처벌을 받고있는 중이었다. 수치스러워서 더 몸을 틀자 그들은 완력으로 나를 아예 제압해버렸다. 내가 저항하자마자 성기와 엉덩이를 흠씬 맞았다. 부어오른 구멍을 손바닥으로 문질러주자 좋다고 애액을 질질 싸버려 손바닥이 엉망이 됐다고 투덜거렸다. 박히는 상태인데 그대로 내 입에 성기가 들어왔다. 허리와 턱이 빠질 것 같았다. 아팠다. 우우웁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아파서 낸 신음이 너무 맛있어서 괴롭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웁...우웁...!"

"깨물면 죽는다."

"점점 가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기절하는 거 아냐?"

"기절할 거면 기절하라고 해."

얼굴이 흔들렸다. 정액, 정액. 뇌수 대신 정액이 들어찬 것처럼 잔뜩 섹스를 했다. 하다못해 좆 크기라도 작았으면. 얼굴에 완전히 한 부분을 차지해 입이 찢어질 정도로 무식하게 컸다. 발가락을 꾹 오므리며 어쩔 줄 몰라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았다.

"씨발, 가만히 좀 있어라."

그가 다시 엉덩이를 짝 내리쳤다. 피가 맺혔다. 식도며, 결장이며 한데없이 양껏 망가져버리고 있었다. 정액. 정액. 정액을 원했다. 정액이 들어오면 모든 게 다 끝날 터였다. 그럼 이렇게나 괴로워하며 몸을 비비 꼬아댈 필요도 없었다. 제발, 제발 내게 정액을 주세요. 맛있는 척을 가장하고 천박하게 빨았다. 혀로 두드리고 물고 되돌이키고 나의 타액에 절인 성기 위에 정성스런 횡단을 반복했다. 곧내 입안에 끈덕진 점성의 액체가 정통으로 꽂아내렸다. 내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꿀꺽 삼켰다. 내장에도 정액이 부드럽고 따듯하게 들이찼다. 나의 뱃속은 맛있게 그것을 집어삼키며 비축했다. 넣고 저장해버렸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성기 끝은, 서비스하는 매춘부처럼이라도 두드려보고 싶지도 않아 파들거리며 빼내었다. 그들은 끝끝내 나에게 정액을 주었다.

끝났다.

끝났어.

드디어 끝이 났다. 정사도, 강간이든, 뭐든 끝이 난 것이다. 정말 끝났다. 나는 푹 쓰러지며 바닥에 얼굴을 부볐다. 엉덩이를 올린 채로 힘없이 탈진해 있었다. 요오쇼오키가 냉장고 안에 술이 있으면 술을 가져오라며 내 엉덩이를 여유롭게 주물렀다. 정액이 울컥울컥 새어나왔다. 그들은 지나가며 나의 발이며 정강이를 꾹꾹 밟아댔지만 어쨌든 끝난 것은 끝난 것이었다. 그렇게 여기며 나는 잠시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일순 누군가 난데없이 내 무릎을 잡았다. 불안한 예감이 들기도 전에 무언가 구멍에 꽂혔다. 내가 크게 신음하며 구멍에 손을 갖다 대려 하자, 한 레게머리가 내 팔을 통째로 쥐어잡아 제압하려 들었다.

"으윽...!"

또였다. 얼마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고. 허나 절망감에 젖어있을 새도 없었다. 좆으로 범하는 것보다 훨씬 더한 쾌락이 뇌를 마비시켰다. 탈탈 돌아가며 무서울 정도의 위용을 뽐내는 딜도가 후장 안의 스팟을 이리저리 쳐대고 있었다. 쾌락이 너무도 강했다. 새된 신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흐, 흐응..."

동시에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면서, 진짜로 즐기는 사람같은 신음을 내는 것이 새삼 부끄러웠다. 양 다리며 허리가 덜덜 떨렸다. 온몸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식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살덩이가 아닌 자위기구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중이었다. 내겐 자위기구 쪽이 한층 더 낯뜨거운 편에 속했다.

진동을 멈추지 않으며 돌아가는 딜도로 박았다, 빼냈다 추삽질을 시작하자마자 다가오는 쾌락이 한결 더 심해졌다. 쾌락을 수반한 고통이었다.

"아...아! 아응, 아악!"

"야, 이시다, 고마운 줄 알아. 우리 아니면 누가 너같은 개걸레 보짓구멍에 기구를 써주겠냐?"

혀도 풀리고 목소리도 꼬였지만 어떻게든 꼬박꼬박 대답을 내놓았다. 쉰 음성이 새나왔다.

"시러...시러...잘못태써요...죽어, 죽어, 죽어엇, 진짜 죽어요, 아윽!"

"눈 까뒤집힌 것 봐. 존나 웃기네."

"으으응, 으극, 흐극,하지, 마..."

아팠다. 아팠다. 심하게 아프면서도 여전히 싫은 것은, 자위기구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것으로 추측하고 이따금씩 술냄새와 담배냄새와 같이 딸려오는 희롱 때문이었다. 밀려오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이내 그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격렬하게 절정했다.

"이년 그렇게 당하고서도 좋아하는 거 보면 강간당하는 게 천성에 맞나봐."

아니야. 아니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제, 제바, 알, 조금이라도, 쉬게, 으그윽..해...줘..."

묵직하게 들어찬 딜도가 연신 스팟을 꾹꾹 눌러대며 괴롭혔다. 너무도 괴로워 부정하고 싶은데 그것이 안되었다. 뭐라도 해야 되는데. 요오쇼오키한테 부탁이라도 해야 되겠다는 방편이 마음 한구석에 들이찼다. 나는 요오쇼오키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마도, 아마도 그는 나를 좋아하니까, 미칠 듯 좋아하니까 이런 짓도 행하는 것일 터였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에게 좋아한다고 하자. 진지하게 그런다고 하면 아마도 봐줄 수는 있을 것이다. 말을 고르고 입을 떼었지만 차마 말이 안 나왔다. 정신이 무뎌져 이상한 간청들밖에 목구멍에 맴돌지 않았다. 간청하는 것은, 딜도로 괴로움과 성욕에 몸부림치고 있어 굉장히 힘겨운 일이었다. 그리곤 간신히, 온몸을 쾌락에 떨어대며 말했다.

"요오쇼오키, 윽, 제발, 너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어, 제발, 으윽, 그러니까 제발...끄윽, 흐으으..."

"그래?"

"그래, 으응, 사랑, 해, 진, 심으로, 윽, 좋아해..."

"내가 널 좋아해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

요오쇼오키가 흥미롭다는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자 나도 이에 황급히 대답했다.

"응, 으응, 당연, 끄으, 하지...우리, 사랑하니까...서로, 좋아, 흐응! 하잖아아...윽. 그, 니까...멈춰줘...제,발, 아응!"

"좋아."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개가 된 듯한 기분에 모골이 절로 송연해졌다. 이윽고 요오쇼오키가 턱짓을 했다. 드디어 기구의 진동을 멈추려나 보았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뒤에 있는 사람이 기구를 만지작대며 버튼 같은 것을 누름과 더불어, 딜도의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멈추려는 게 아니었다.

젠장.

나는 거세진 진동에 순식간에 다리를 발발 떨어대며 가버렸다.

"끄으으윽! 아윽!...흑, 흐윽..."

평범한 절정이 아니었다. 아까 맞은 뺨이며, 피멍이 가득한 양팔과 머리가 타오르듯 지끈거렸다. 그러나 웃기기엔 이 편이 더 웃긴 모양이었다. 그들은 낄낄 웃어대며 내 신음을 장난스레 따라했다. 뭐가 웃기길래. 도대체 뭐가.

"용, 서 못해, 도대체, 왜, 당장 치우라...흑, 흐으윽! 끄익, 흐악! 흐,으응!"

"용서 못해?"

딜도의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허벅지가 벌벌 떨리며 몸에 남아있는 오르가즘이 끊임없이 지속됐다.

"흐,아악! 잘못, 잘모태써요! 잘, 못, 잘못했습니다...으윽...죄, 제송합니다...흐아악!"

내가 너무도 비굴해 나조차도 웃겼다. 그런데도 이번엔 쾌락이 익숙해진 탓인지 너무 좋았다. 소위 그가 말하는 조련의 의미처럼, 혹은 그만의 좆집인 것처럼 오르가즘을 느끼며 쾌락에 몸부림쳤다. 물론 그 몸부림만은 좋아죽겠다는 뜻이었다. 고통도 익숙해지면 좋은 건가. 난 진짜 변태인 것인가 하는 의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신음을 내뱉고, 딜도에 사정하고, 좋아죽는 것 아니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 가버,려엇, 아응...아으...조, 조하..."

구제불능의 몸이었다.

"좋지? 더 줘?"

"더, 더 줘..."

"에이, 그렇게 말하면 더 못줘. 공손하게, 주인님이라 칭하고. 네가 어떤 년인지 잘 말해서."

나는 후들후들 떨리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식은땀이 흘러 이마 주위에서 멈췄다. 머뭇거리고 있었다.

"어? 말 안하냐? 이래도?"

!

눈이 까뒤집혔다. 좋아서 미칠듯한 진동이 후장을 마구 때리고 마구 범했다. 거부해야한다는 사실도 이제 머릿속에 잘 맴돌지 않았다. 내가 오메가고, 내가 창년이라는 사실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 사실을 얼른 인정해서 서둘러 끝내버리고 싶었다. 난 허벌창난 보지였다.

"흐응, 싸구려 후장, 오메가, 창년한테, 윽! 주인님의 자비로운 손길을 베풀어주세요..."

"뭐라고? 좀 크게 말해."

진동 수가 더 높아졌다. 무슨 마약처럼 침을 흘리고 몸은 꺾여 정신 또한 그들의 상태와 대강 비슷해졌다. 생각의 회로를 멈춰버릴만큼, 숨가쁘도록 좋았다.

"으, 하으응! 끄으으윽! 조, 조하! 하응, 너무 조, 아요!"

"말하라고, 변기년아."

그가 내 등을 짓밟았다. 아마 추할 것이다. 상기된 볼과 뒤집혀진 두 눈 아래 벌린 입술과 흡사 짐승처럼 벌름거리는 콧날 사이에서 그만 수치심을 느낄 사이가 없었다. 나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절정했다. 찍, 찌익 싸는 소리가 터지듯 흘러나왔다.

"하으윽, 주인님! 주인님, 주, 인님...싸구려 보지한테, 저, 큭, 끄윽, 하으응, 오메가 창년한테 더, 더 주세요...더, 원해요, 갖고 싶어요."

"씨발새끼."

그가 웃었다.

"흐아아악! 조, 조아!"

머리카락이 잡혀들었다. 손짓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그런 자각은 잊었다. 요오쇼오키의 부드러운 속삭임이 귓바퀴로 굴러왔다.

"넌 좆은 떼지말고 쇼야란 성씨 하나만 떼. 대신 내 성씨 뒤에다 갖다 붙이고. 평생 놀고먹으면서 섹스만 존나 하게 해줄테니까."

"조, 조아, 주인님 좆집, 될, 거야, 끄으윽, 좋아!"

가는데 또다시 가버렸다. 쾌락에 미친 뇌가 그것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묽은 액을 줄줄 싸댔다. 성기에서 물같은 액체가 누출되었다. 딜도를 조절하는 사내가 갑자기 쭉 딜도를 빼냈다. 나는 부들부들 떨어대며 쓰러지듯 비틀거렸다. 그리곤 내가 아예 눈을 까뒤집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죽을 정도로 깊은 쾌락이었다. 힘이 다 빠져 덜그덕대는 몸에, 참았던 물을 싸며 경련하는 것에 난 경멸하는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허벅지에 가득 물이 튀겨지고 발가락을 마구 움츠러뜨리며 질질 쌌다.

"처음엔 진짜 웃겨죽는 줄 알았어. 강간의 정의라도 다 통달한 마냥 설치며 방어하는 거..."

"흐으, 하우우...흐으..."

"어차피 너네 오메가들은 실제로 이렇게 딜도 하나 꽂아주면 암퇘지처럼 울고불고 난리가 나거든. 주인님이라고 부르게 하는 것도 쉽지. 지금까지 다 그랬어. 너 정도야 뭐..."

"네,에, 흐응..."

"어때, 허벌창으로 만들래?"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다. 그냥 더 높은 쾌락이라면 이곳에 팔을 쑤셔넣든 알을 쑤셔넣든 상관없었다. 내가 피를 흘려가며 꼬박꼬박 대답했다.

"녜헤..."

요오쇼오키와 함께 소파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몰려와 내 허리를 잡았다. 천박하게 엉덩이를 흔들자 집안에서 쓰는 회초리를 가져와 내 등을 때렸다. 창년이 발정나서 야한 짓을 한다고 그랬다. 머리를 젖혔다. 양눈에는 미묘히 힘이 풀려 있었다. 당장 누군가가 벌름대는 보지를 헤집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구멍이 다 헐도록 박혔으면 좋겠다. 그즈음 한 사내가 헤벌레 벌어져 닳고닳은 창녀의 보지처럼 뻐끔거리는 구멍에 자신의 성기를 쑤셔박았다.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쉽게 망가져버렸다.

"허벌난 보지긴 해도 느끼긴 존나 잘 느끼네."

"네, 네에, 좆집, 으응, 더 예뻐해주세요, 흐악!"

"음란한 것도 병이래. 응?"

"흐윽, 끄으윽."

"조루년아, 네 얘기야."

"헉! 흐익, 으으윽!"

정신없이 박혔다. 성욕에 취약한 스팟까지 침입한 좆대가리가 쉴새없이 내벽을 비벼댔다. 견디지 못하고 허리를 비틀며 주르륵 물을 흘렸다. 이제 이렇게 갈때마다 물을 흘려대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었다. 집요하게 구멍을 마구 짓누르자, 나는 후들대며 마구 가버렸다. 온몸에 남아있는 물이 빠짐없이 전부 배출되어버린 것 같았다. 분명히 그런데, 분명히 그런 느낌이 듦에도 너무 좋았다.

"씨발."

"흐, 흐익!"

허리가 뻣뻣이 굳었다. 엉덩이에 매를 맞은 것이었다. 아직도 얼얼한 감각이 고스란히 되남아 아파오고 있었다.

"그만 좀 싸라, 씨발년아."

"흐응, 죄송해요, 죄송, 죄송합니다, 차, 참을, 으응, 참을게요."

내가 허벅지를 꼬며 말했다. 이미 한창 박히는 중에 구멍 입구에 또다른 좆이 닿아왔다. 구멍이 완전히 찢어지는 것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발정이 나 기대 중이었다. 기대해 벌름거리는 구멍에 좆 한개가 더 들이밀어와 내벽을 잔뜩 짓이겨댔다. 버거웠다. 버거운데도 빠짐없이 빼곡히 뱃속에 들어찬 느낌이 좋았다. 내가 엉덩이를 흔들며 천박하게 발정하자 그들은 낄낄거리며 그 음탕함을 비웃었다.

"배 봐. 빵빵해가지곤 임신한 년 같네."

"좆 두개나 넣었는데도 버겁지가 않은가봐."

"느끼는 지점에 닿은 모양인데?"

"그럼 거기만 존나게 조져줘. 좋아죽게."

좆 두 개가 퍽퍽 결장까지 다가와 찔렀다. 절정 중인데 또 겹쳐 절정하며 한껏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아으,으으윽, 끄으윽, 아...좋아, 자지, 자지잇, 푹푹, 박아, 줘, 좋, 아!"

발끝으로 바닥을 끄윽끄윽 긁으며 떨었다. 배가 자지로 인해 불록 튀어나와 있었다. 손을 얹으면 바로 자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게 너무도 좋았다. 못 견딜 정도로 좋아 자지를 조르며 꾹 씹어물었다. 나가면 안돼요, 꾹 조일게요. 발정이 난 나머지, 약해진 성기를 저 스스로 꾸욱꾸욱 비벼대며 절정에 다다랐다. 또 갔다. 약해진 방광이 가뜩이나 예민한데 바닥에까지 비벼져 금방이라도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방광이 보이지 않는 압력에 눌려앉아, 마침내 무언가가 성기를 뚫고 줄줄 흘렀다.

쉬이이.

뜨듯미지근한 노란 액체가 바닥을 적셨다.

"조, 좆집이, 쉬해, 쉬했어, 쉬이, 쉬해버렸, 끄윽."

"푸핫, 이년 오줌 싸고 앉았네!"

"이시다 너 유치원으로 되돌아가서 배변교육 받는 게 어떠냐. 아직도 소변을 못 가리고."

참았던 것이 터져 뜨끈하게, 그리고 축축하게 살결에 닿아오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오줌을 싸고 있었다. 내가, 오줌을, 애라도 되는 것마냥, 조절도 못하고 피익 싸버렸다. 낯뜨거운 소리와 함께 소변도 못 가린다는 영유아적 행동의 수치가 밀려왔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액체를 치워, 당장이라도 치워야 했다. 허나 내 몸은 지나칠 정도로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좋아죽으며. 동공이 흐릿히 까뒤집어져, 초점없는 눈으로 곧은 몸만 부들부들 떨며. 분명 내가 보기에도 선이 곧고 고른 몸체였는데 섹스를 질척일 정도로 하고나선 곧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상당히 말랑한 몸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레게머리도 내 살결이 썩 맘에 들었는지 손을 못 떼고 연신 주물거렸다. 그리고 내 보지를 철썩 때렸다.

"으응...!"

"주제파악 못하지?"

철썩 소리가 울렸다. 보지를 때렸는데 성기가 바짝 서버렸다. 진동하는 알파향에 또 좋다고 환장한 것이었다. 레게머리는 쉼없이 내 엉덩이를 때려댔다. 멍이 진 곳이 따끔따끔 아려왔다. 다시 유아적인 체벌이 재게되었다.

"아, 아파아, 흐익..."

"오줌을 지려? 네가 얘냐?"

"야, 쇼야. 이래가지고 내 아내가 될 수 있겠어? 어차피 섹스만 하긴 할건데, 오줌싸개같은 애를 아내로 들이기는 건 좀 그래서."

요오쇼오키가 이죽거렸다.

"으, 으읍..."

"좆은 왜 섰어. 때리는 게 좋아?"

"아, 아니..."

내가 힘겹게 거부하자 요오쇼오키가 내 좆을 지그시 눌렀다. 선단이 아려오는 감각이 들면서 몹시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너무도 근지러웠다. 외려 닿지 않을 기분이면 차라리 모르겠다. 닿을랑 말랑해 아예 잡아떼어버리고 싶었다. 좆이 더 세게 눌렸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신음했다.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으윽...! 아으..."

담배 냄새가 코끝을 감싸쥐었다. 오줌싸개?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지. 일단 지금은 모든 것이 구분이 안 갔다. 그저 누군가가 빨리 이것을 끝내주거나, 아니면 영원히 이 감각만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게 무슨 양가적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서야 끝날 기미가 보였다.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사실이 몹시 자명하게, 사실 이전에도 그랬으나, 그들에게 너무도 확실하게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오줌까지 지렸는데 이쯤 되면 슬슬 그만하지 더러운데."

"왜 난 더러운 것도 좋아."

"아니 씨발 하지 말라면 하지 마라 그냥."

마른 남자 쪽이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벅벅 긁으며 투덜거렸다. 요오쇼오키의 표정을 살피는 것과 함께였다. 그는 어쩐지 감질난다는 표정으로 내 좆을 밟으려 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끔찍하게 여유로운 미소는 매한가지였다.

"이렇게 끝난 이상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지가 스스로 더 잘 알겠지."

"그러게."

"다음에도 이러면 진짜 기절시킬 때까지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 말을 들은 내 표정이 약간 질릴 기미를 보이자 그는 차분한 미소를 보이며 나를 안심시켰다.

"왜 그래? 농담이야."

"..."

하여간에 길었던 밤은 그의 결단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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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6-06 22:06 | 조회 : 2,059 목록
작가의 말
구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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