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구토인형들 (3) (씬 포함)

3. 김영광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틴트를 덧바르고 거울 속을 바라보는 내가 이상해. 좆나 위화감이 들어와. 근데 왜 심장이 뛰는지 잘 모르겠어. 거울 속에서 그냥 정말 보통의 사람처럼만 보이기 위해 품이 넉넉한 후드와 바지를 뒤집어쓴 남자. 늘어뜨린 생머리와 진한 화장을 뒤집어쓴.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 몸이 드러나는 옷은 전부 기아처럼 앙상해보였어. 아쉬운 대로 그냥 날 최대한 가린 채로, 가는 거야. 그냥 가는 거야.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모습으로 사랑받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해왔으니까.

"안녕."

우선은, 씨발, 뇌가 굳은 거 같았어. 수염난 얼굴에, 퀭한 눈가와 토끼처럼 벌건 눈을 보고 좆됐다는 생각이 들어왔기에. 당장은 머릿속이 하얘졌어. 아니, 아무 생각이 없다고 보는 편이 옳을 거야.

"왜 이렇게 말랐어?''

밤중에 으슥하고 보는 눈도 영 없어 불안했어. 보자마자 팔을 움켜잡는 것에 난 뒷걸음질을 쳤어. 씨발 좆됐다. 왜 이런 새끼가 온 거지 난 잠깐만.

"새꺄, 너 이러고 다니면 쓰러져."

남자란 것도 아는데 얜 그런 취향인 게이인 건가 아니면 남자라도 주워먹으려는 건가. 아니 일단 일단 가야 해.

심장이 너무도 빨리 뛰어서 사리분별 또한 제대로 할 수 없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어. 봉준호 영화에서 정신병자3으로 나올 듯한 생김새를 한 새끼를 지금 따라가면 좆된단 거 말야. 그대로 몸을 꺾어 달렸어. 차가운 바람에 코와 귀 전체가 홧홧하게 달아올랐으나,씨발, 다행히도 쫓아오진 않았지. 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애는 아니니까.

발단은 그 망할 오픈채팅이야. 씨디, 그 태그 달아도 뭐가 오지도 않더니 갑자기...

"하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선 가발을 벗을 준비를 하다가 가만히 나를 바라봐. 기이한 모습이었어. 하나님께서도 감히 내리실 자비가 없을만한.

왜 그랬지? 거울을 계속해 바라보다 이내는 내 피부가 하나의 징그러운 조직처럼 느껴질 때가 되어도, 난 차가운 거울에 박아둔 이마를 떼지 않았어.

그저 바라보고 바라보다 엄마의 베개 아래 놓여진 묵주에게로 시선을 돌려. 우리집 거실에 침대, 그리고 거울, 온갖 살림살이가 한 데 모여져 있지 왜냐면 좁아터져서. 난 내 좆 사진을 온라인의 누군가에게 보낼 때와 같은 정도의 충동을 체득해. 몸을 방방 뛰어, 차라리 저 창문 아래로 뛰어드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 제발 내 소망을 들어줘. 모순만 빽빽이 들어찬 세상을 만들어줘 내가 엄마의 소망대로 거식증이란 병명으로 정신병원에 갇혀도 좋으니까.

그 말을 되새기며 식후기도를 하자, 터질 것만 같았던 기분이 차차 가라앉아 내리는 것을 느꼈지. 난 생물학적 부친이 누군지 기억이 나지도 않아. 3살 때 죽었다고 하는데 뭐 그런가 보지, 싶은 거야. 난 5살 때까진 기억이 없거든. 아주 단편적인 형상만이 기억에 남을 뿐이지. 그 중에서도 떡하니 자리한, 정신적으로 나를 차지한 부(父)에게 보내는 기도였어. 그저 마음만을 진정시키기 위한 게 아냐. 나는 늘 저런 걸 의사가 보면 놀랄만큼 정신학적으로 불안하게 그것을 믿고 있거든.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야.

누군가는 내가 조현병 환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씨발 좆까라지.

이윽고 난 요 며칠간 그 생각에 괴로워했지. 샤워를 하기 전 내 알몸을 봐도 그 사람의 훑는 듯한 퀘퀘한 눈빛이 자연스레 떠올랐어. 홀로 가발을 쓰는 연습을 하는 도중에도. 수많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문득 문득, 딱딱한 손길의 감각이 선명하게 팔목을 감싸 쥐는 듯 했어. 내 좆을, 내 불알을 봐도. 여전히 그 새끼 생각에 이건 뭐, 어떻게 해야 하나. 화장실에서 내보내지는 오줌 줄기를 빤히 내리보고 있는데, 공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상민이 물었어.

"술 마실래."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지.

그 아저씨 대신 전상민과.

술을 마시지만 좀체 취하진 않아. 전상민은 비어버린 제 집에 날 데려와선 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주 먹으면 씨발 아마 살이 찌겠지 근데 얜 대체 왜 아까부터 쳐다보는 거지. 무서움이 제일 크지만, 우선 저 놈은 행동 반경부터가 예상이 되지 않아. 말없이 제로 슈가 소주를 들이키지만.

맛이 없는데 그래도 계속 마셔.

"왜 여기서 이렇게..."

"간만에 집 비었어."

발코니라 그런지 텁텁한 밤공기가 그대로 얼굴에 닿아와. 릴을 피우며 전상민은 연기를 뱉어내. 어쩌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어.

"먹어, 이거."

"입맛 없어 난."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

"너 거식증인가 뭔가 그거라며."

"어...?"

"한여울 말로."

"어..."

취해서 그런지 홧김에 인정했어. 제일 밝히기 싫었던 사실이었음에도 취기가 오르면 사람들은 분별력을 잃기 마련이지.

"한여울이 자기가 말해놓고 막 웃더라."

"걔가? 뭐, 근데 그럴 만도 하지. 내가 생각해도 웃겨."

"뭐가 웃긴데?"

"이제는 음식을 무서워하는 지경이 됐잖아."

전상민은 딱,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눈빛으로 나를 내리보더니 입을 잔에 가져다대.

"저번엔 내 좆 까면서 놀더니. 둘 밖에 없어서 그런 거야?"

그 애는 말없이 날 쳐다봐. 그런데도 난 간땡이가 부었는지 계속 지껄여 평소답지 않게.

"다른 놈들이나 부르지 왜 나같은 앨."

"한 번 말했으면 알아먹어. 재밌어서 그렇다고 말했잖아."

"그럼 왜 이러는데? 답잖게 좆나 착해졌네."

"착해진 거야, 이게?"

"평소에 비하면 많이 그렇지. 어떤 정도냐면, 이종현도 인정했을걸. 그래, 나 그냥 인정한다. 나 네 좆집이야... 인정."

"병신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발코니 옆에는 이부자리를 대충 깔아둔 다락이 있어. 나는 추위를 느껴 그리로 미리 들어가 있고 전상민은 담배를 다 피우고 거기로 들어갔어. 맨 윗층이라 여기도 난방이 안 되네.

"근데 진짜 여기로 왜 불렀어?"

"..."

그 자식은 잠깐이고 말이 없다가 가져온 술을 더 퍼마실 따름이었어.

"박세린하고 섹스하다 네 생각이 났어. 발기가 좆나 됐지. 딱딱해져선, 안 풀렸어."

약간의 현실성을 잃은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서 우선 웃었어. 그리곤 흔들리는 벽에서, 바지춤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어.

"미친 새끼 좆나 커졌네."

내가 웃자 그 자식도 뭐가 좀 웃긴 듯 그제서야 웃음을 띠었어.

"그래서 나랑 섹스하고 싶어?"

"네가 여자였으면."

"불 끄면 다 똑같을 텐데."

사실 그딴 말 한 건, 나도 전상민과 섹스하고픈 생각이 기저에 어렴풋이 자리했어서 그런 거겠지.

"아니 안 똑같아. 박세린은 불 끄고서 해도 좆나 꼴렸거든."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런 애하고 섹스하다가 내 생각을 하면서 꼴렸다는 게...씨발, 자꾸 빼지 말고."

전상민은 욕을 하는 나더러 어색하다고 뭐라 타박을 줬어. 네가 술 마시면 너무 변하는 말투가 안 어울린다면서.

"너도 이거 할려고 부른 거 맞지."

"진짜 미친 호모 새끼네. 머릿속엔 섹스밖에 없고, 이런 앤 줄 몰랐던 건 아닌데. 김영광."

다소 어울리지 않게 붙은 내 이름 뒤로 그 애의 가벼운 웃음이 가미되었다.

"네가 먼저 나 게이란 거 알아선, 소문낸 놈이잖아... 새끼야."

약간은, 아니, 정말 미치도록 현실성이 없어, 거의 표면 위로 붕 떠오른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이종현이 먼저 알려줬었지."

전상민이 웃음 지으며 바지에 손을 대어 벗겼어. 팬티에, 체모가 없이 창백한 곧은 다리.

"그럼 넌 이런 것만 보고도 딸 칠 수 있겠네."

"이상한 선입견인데."

쿠퍼액으로 끝자리는 이미 젖어 있어. 그걸 보고선 좀 울화가 치밀어 퉁명스레 말했지.

"너도 징그러운 건 마찬가지야. 꼴렸으면서 아닌 척 하잖아."

"그게 뭐?"

그게 뭐냐니, 변태새끼가.

"나도 뭐, 벗어? 어차피 니들 앞에서 좆이고 뭐고 다 깠는데... 그냥 다 벗을게."

내가 비틀거리면서도 열심히 벗어내어. 팬티와 바지를 겹쳐 내리고 헐렁하게 걸친 반팔을 벗어내고. 빨개진 얼굴에 벽을 노려보고서. 살짝 초점이 흐려져서 중심 잡기가 힘든데도 거기 그대로 서 있었어. 전상민이 거기 그대로 있어보라고 했거든. 왜냐면...

"전에도 말했었지. 되게 신기하게 생겼다고 네 몸이. 아니 기괴하게 생긴 게 맞으려나..."

"사람 몸 보고 그게 뭐냐."

"그래도 사람하고 해골 중 해골에 더 가까운 게 맞잖아."

"...진짜로 할 거야?"

"하기 싫어?"

"아니."

이미 나도 바짝 섰는데 그러고서 싫다 하긴 좀 그랬어. 너무 마르면 박는 쪽이 아프단 얘길 인터넷에서 봤어 그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지. 그건 괜찮냐고 묻자 전상민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답했어. 나 아다거든 그래서 좆도 몰라. 내가 슬쩍 비소를 지으며 말해.

"앞으로도 뒤로도 다?"

"앞으로는 박세린하고..."

"맞아, 이 씨발, 너 박세린하고 했었지."

"미안..."

생으로 할 거야. 전상민이 웃으며 팬티를 벗어내. 담배 피고 싶다. 그 생각에 다다르며 아파보일 정도로 발기된 성기를 내리보았어.

"너 되게 빨리 섰어."

전상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목덜미를 잡았어. 빠, 빨라고?

"그럼 왜 고갤 숙여."

"난 그냥, 네 걸 좀 보려고..."

"예의 좀 차리고."

전상민이 킬킬대며 그대로 머리채를 붙잡아 제 좆에다 박아내. 내 입이 그걸 담아내고, 씨발, 용케도 이로 찌르진 않았지만 좆나 힘들었어. 그래도 맛이 좋아 기분이 좋았어.

"후으..."

너무 깊이까지 들어와 토할 것 같았어. 숨도 안 쉬어져서 우선 빼내고 타액에 젖은 좆을 또 딸딸이를 쳐줬지. 미친, 씨발...

"한번 해봤지?"

"뭐, 남자랑?"

해, 해 본 적 없어. 내가 다시 좆을 입에 물어. 참아내는 신음소리가 머리 너머로 들려오지만, 씨발 지금 중요한 건 그 좆대가리밖에 없어서, 그냥 빨았지.

"아냐?"

무슨 야설에나 나올 법한 멘트지만 말 그대로 봉사하듯 잘 빨아줬어.

"거짓말."

정액을 뽑아내는 편이 외려 내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야 이 새끼가 나와의 섹스에 후회를 느끼지 않을 듯 해서.

"후, 으으..."

전상민은 예고도 없이 발로 지그시 좆을 눌러왔지만, 그 상황이 기묘하게 마음에 들었어. 목덜미가 화끈하게 달아올라. 난 이런 체질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그 자식은 깊게 박아 싸냈어. 목구멍에 엉겨붙은 걸 삼켜내도, 그 좆대가리는 삼켜내도 지칠 줄 모르고 싸냈어.

"우으, 그만..."

"됐어, 잘하는데."

"후으..."

삐져나온 정액을 손으로 대충 닦아내고서 기어 자리를 잡아. 빨리, 후으 빨리 해...

"무슨 빨고서 바로 해, 병신아."

"으, 난 그냥..."

"박세린하고도 이렇게 급하게 한 거야?"

"아냐, 씨발, 네가 싫어할까봐 그런 거잖아."

"내가 싫긴 왜 싫어. 먼저 데리고 온 것도 나인데."

그렇게 말하며 내 좆을 붙잡고 딸을 쳐줬어. 전상민이. 그 얼굴을 그대로 마주봐야 해서, 좀 무서웠는데, 씨발 기분이 좋았어.

내가 증오해 마다않는 그 새끼가 지금 여기서 내 딸을 쳐준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게 좋았으니까.

"살살, 해..."

"뭘 살살해, 세게 해야 꼴리지."

"하, 전상민, 너, 좆나 못 한다..."

기분 좋으면서 괜히 뺀다며 전상민이 답지 않게 유들하게 굴었어. 내가 고개를 돌려 이를 악물었어 그래도 그 새끼 앞에선 그런 소릴 내기가 싫어서. 내가 그런 소릴 내면 좆나 일본 야동에 나올 것 같은 소리밖에 안 나와서.

"발로 해, 씨발, 후으, 그게 더 낫겠네."

"그럼 모양이 우스워."

차라리 입으로 하겠다며 전상민이 고개를 숙여 햝았어. 꼴려서 이미 서 있던 걸 더 꼿꼿해지게 만든 게. 이 새낀 해주는 거엔 재능이 없어. 박는 거엔 모르겠지만.

"너 개못해..."

"우읍, 우브."

"후, 그래도, 좋긴 한데."

"후아..."

너 지루야? 미쳤냐, 네가 못해서 그런 거잖아. 그리고 그거 한번만에 바로 싸면 그게 조루지 뭐야.

"좀... 박아주라."

"기다려. 왜 이렇게 좆을 졸라."

설득을 위해 집에서 딸만 좆나 쳤다는 얘길 할까 말까 하다 그냥 하지 않기로 했어.

"그냥 이렇게 큰 건 어디까지 들어올지 궁금해."

"뒤로 자위 안해봤어?"

"안했지, 씨발, 박을만한 게 어딨어..."

"내 건 크기보다 긴데."

"해줘, 좀... 상관없어."

"좆나 발정났네."

그러면서도 알았다고 전상민은 날 엎드리게 한 후에 허리를 잡아내.

"이 체위는... 짐승 같잖아, 좀..."

"무슨 상관이야."

"후으, 전상민...."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넣어와. 씨발, 아파, 아파 죽겠는데. 가슴을 감싸오는 감각이 너무도 따듯하고 기분이 좋아서, 난 그냥 고통을 참아내고 고개를 떨구었어.

"흐응, 아파, 아파..."

전상민은 무시하고서 자기 좆대로 계속 박았어. 가슴 주위 훤히 드러난 갈비뼈를 매만지던 손은 이제 좆으로 향해 슥슥 비벼대. 그러니까 오르가즘이 너무 강하게 와, 서, 후으, 더는 견딜 수가 없었지.

"너 진짜 좆나 말랐다, 씨발... 딱딱해."

"후으, 미, 미안..."

"얼굴 돌려봐, 김영광."

나는 고개를 돌려 그걸 거부했어. 그러자 전상민이 더 세게 박아내 하는 수 없이 고갤 돌렸지. 그걸 보고서 그 자식이 더 꼴렸던 모양인지, 마땅한 살집도 없는 엉덩일 때리고 들었어.

"흐익, 아아, 읍."

"잘 조인다, 너."

전상민이 웃음 지으며 허릿짓을 거세게 하기 시작하자, 씨발, 그게, 너무 꼴렸어. 구멍에는 계속 자극이 가해져 아플 대로 아팠지만 스팟만을 찌르니 가버리지 않곤 배길 수가 없었거든. 거기다 걔가 딸까지 쳐줬잖아.

"우, 우응, 후으..."

"병신 같네 신음도."

"쌀, 쌀 거 같은데..."

"나 가고 나서 싸."

그 말에 내가 꾹 참아내며 고개를 수그렸어. 목덜미엔 땀이 맺히고 이제 그 새낀 미칠 듯이 박아내며 안에 최대한 깊게 밀어넣었지.

"흐읍, 으으응...! 미친...미친 거 아냐, 후윽, 씨발, 풀고 하라고...!"

"미안, 김영광."

"후으, 미친 새끼야..."

"흐..."

"아, 씹, 후으, 아파..."

흐물거리는 내 허리를 부여잡아 전상민은 끝까지 자지를 문질렀어. 안에 싸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뱃속이 뜨끈해지는 걸 느꼈는데. 그게 또 꼴려서 나까지 쌌어. 이부자리는 정액과 애액으로 더럽혀져 짐승같은 냄새가 났어. 처음인데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 씹, 피는 안 났지만.

"우으..."

"아프냐."

"좆나 아파."

"너 살 좀 찌워. 나도 좀 아프더라고 속살은 좆나 좋던데. 더 찌우면 진짜 맨날 할 수 있어."

"그런 소리 듣기 싫은데."

기운이 빠진 내 몸에 묵직한 손바닥이 닿아와. 씨발 갑자기 왜 그 기도 생각이 나지. 내가 입밖으로 꺼낼 수 없는 생각을 헤아리며 푹 고개를 수그려. 이에 전상민이 나를 안아 갈비뼈를 만지작거리지. 그래도 여기가 좋아.

"왜?"

"새 날개 같아."

"..."

"더 이상 날지 못해서 퇴화해버린 새 날개뼈."

기분 좋게 은근한 미소가 감도는 낯. 이렇게까지 했는데 뭐라도,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 싶었지. 갑자게 그런 생각이 들어온 거야 삼키다 만 복숭아 씨앗처럼 목구멍에 근지럽게 남아있는 말씨.

"그, 전상민, 혹시...."

그때 대체 뭔 생각으로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그냥 말해버리는 편이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 주먹으로 쳐맞을지도 모른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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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4-04-15 02:01 | 조회 : 103 목록
작가의 말
구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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